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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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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가 튼실한 팻바이크만 있다면 눈이 수북이 쌓인 설원을 내달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팻바이크는 빠르지도, 가볍지도 않고 투박합니다. 빠르지 않기 때문에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여유 있는 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가볍지 않아 어디든 잘 달릴 수 있어요.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스키보다 자전거를 일찍 배우죠. 스키, 보드 같은 겨울 레포츠는 제한적 장소에서 배우고 익혀야 하지만, 어릴 적 자전거 라이딩을 익힌 경우 팻바이크만 준비하면 눈 쌓인 곳 어디든 달릴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걸 좋아하세요? 팻바이크로 수북이 쌓인 눈 위를 스르르 미끄러지는 그 느낌은 첫눈을 밟을 때의 느낌과 비슷해요.”

​ 최근 미국에서 두꺼운 팻(fat) 타이어를 장착한 팻바이크로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인기를 얻고 있다. 팻바이크는 타이어 폭이 3.7인치 이상인 두툼한 타이어를 장착한 산악자전거의 일종으로, 불안정한 노면을 달리기 쉽게 제작했다. 특히 ‘스노 라이딩’에 최적화한 산악자전거다. 팻바이크는 미국의 비치크루즈(해변 모래밭을 달리기 위해 만든 자전거)를 시작으로, 여러 개의 타이어를 이어 붙여 알래스카 북극권의 설원을 달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라이딩을 하다 보면 신체에서 열이 나기 때문에 추위 정도는 잠시 잊을 수 있지만, 빙판과 눈이라는 난관은 이겨낼 도리가 없다. 하지만 팻바이크는 면적이 넓어 미끄러지지 않는 팻 타이어 덕분에 이 계절적 장애물을 오히려 즐길 수 있다. 팻바이크 라이딩의 운동 효과는 어떨까? 팻바이크를 탈 때의 운동 효과는 일반 자전거를 탈 때와 같다. 하지만 시간, 에너지 대비 효율은 월등히 높다. 팻바이크 전문 숍 언빌바이크의 어태범 대표는 팻바이크 라이딩이 하체를 강화하고 폐활량도 늘리지만, 특히 일반 자전거 라이딩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주변에 식이조절과 하루 2~3시간의 팻바이크 라이딩만으로 3개월 만에 40kg가량 체중을 감량한 라이더가 있어요. 바이크업계에서는 팻바이크가 일반 자전거에 비해 에너지 소모량이 20~30%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어비(페달을 한 바퀴 돌릴 때 뒷바퀴가 굴러가는 회전수. 기어비가 낮으면 가볍게 페달을 밟을 수 있고, 기어비가 높을수록 페달을 밟는 느낌이 묵직해진다)가 높고 접지면이 넓은 만큼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야 일반 자전거와 같은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팻바이크는 이렇듯 시간 대비 효율이 높고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부족하거나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남성, 근력이 좋은 남성, 빠른 스피드보다는 저속으로 험한 지형을 주행하고 싶은 남성에게 어울린다. 차에 빗대자면 포르쉐보다 허머랄까? 큼직한 타이어와 웅장한 포스에 끌리는 남자라면 팻바이크에 중독될 확률이 높다.
올겨울 팻바이크를 타보고 싶다면 주의점부터 알아두자. 코리아바이크스쿨 장재윤 매니저는 타이어의 적정 압력 조절을 팻바이크 라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으로 꼽았다. “타이어에 공기를 너무 많이 주입하면 노면과 타이어의 접지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이어에 표기되어 있는 3~5psi의 적정 압력을 유지하고, 코너를 주행할 때 꼭 감속해야 합니다. 팻바이크의 특성상 빠른 속도로 회전할 수 없기 때문이죠.” 보통 팻바이크 타이어의 적정 공기압은 12~18psi 정도. 눈 위를 달릴 때는 5~10psi로 공기압을 조절한 뒤 기어비를 낮춰 페달을 빨리 밟아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체온 유지다. 헬멧, 장갑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체온 변화에 따라 쉽게 벗고 입을 수 있도록 체온 유지에 탁월한 기능성 의류를 여러 겹 겹쳐 입는 것이 좋다. 아무리 스노 라이딩에 강한 팻 타이어라 해도 빙판에서 100% 안전할 리 없다. 눈밭에서는 팻바이크로 안전한 라이딩이 가능하지만, 눈이나 모래 아래 숨은 빙판까지 버티긴 힘들다. 이럴 때는 팻 타이어에 바이크용 스터드를 장착해 자전거 버전의 스노타이어를 만들면 한결 안정적인 라이딩이 가능하다.
국내에 팻바이크가 도입된 뒤 겨울이 두 번 지나갔지만, 아직 국내엔 팻바이크를 눈 위에서 타본 이가 많지 않다. 작년 겨울 팻바이크를 즐길 만큼 많은 눈이 내리지 않은 탓. 팻바이크 마니아는 눈을 겁내지 않는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눈이 수북이 쌓이길 고대한다. 운 좋게 눈이 많이 내린 겨울날,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그들처럼 팻바이크를 끌고 나가 설원을 달려보자. 한강 변 도로, 유명산 활공장 코스, 강원도 용평이 팻바이크 마니아들이 꼽는 추천 코스다.

 

좋은 팻바이크를 만날 수 있는 곳
아메리칸이글 같은 입문용 팻바이크를 취급하는 스페셜라이즈드코리아(www.specializedstore.co.kr), 우라노 시리즈를 자체 제작하는 에이모션(amotionbike.co.kr), 설리(Surly)와 커스터마이징 바이크를 취급하는 언빌바이크(www.anvilbike.com)에서 품질이 좋은 팻바이크를 구입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네이버 카페 ‘팻바이크에 빠진 사람들-팻빠사’의 문을 두드릴 것.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팻바이크에 대한 리뷰를 접할 수 있다.

카본 프레임으로 제작한 A+Motion 우라노 4. 2013년, 2014년 챔피언이 사용한 XO 그립 시프터 변속 레버와 4.5인치 타이어를 장착했다.

Specialized 팻보이. 가벼운 프레임과 4.6인치 그라운드 컨트롤 타이어를 적용해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카본 소재의 Anvil 팻기어 찰리. 11kg으로 가벼워 페달링이 수월한 편이다. 국내에 시판되는 모든 종류의 타이어(4.0~4.9인치)를 장착할 수 있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도움말 어태범(언빌바이크 대표), 장재윤(코리아바이크스쿨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