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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트 마켓, 그녀를 주목한다

ARTNOW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 작품을 소유하고, 대규모 현대미술관을 자국에 3개나 건립했으며, 현대미술 아이콘이라 일컫는 작가들의 전시를 연이어 개최하는 카타르의 알 마야사 공주. 30세, 이립(而立)의 나이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계 미술 지도를 그리고 있는 그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1 2008년 11월 22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 설립한 이슬람 미술관의 오프닝 행사에 참석 중인 알 마야사 공주.
2 아랍 현대미술관 내 전시 풍경.
3 올해로 30세를 맞는 카타르 공주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그동안 ‘오일’과 등식을 이루어온 중동은 2000년대 중반부터 ‘미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6년 세계적 경매 회사 크리스티가 중동의 대표 상업 국가 두바이에 지사를 개설하고 2년 후 미국 뉴욕의 경매 회사 본햄스도 이곳에 지사를 내면서 중동은 신흥 미술 시장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확고히 굳혀왔다. 이들 경매 회사가 중동 국가 중 유독 두바이에 둥지를 튼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두바이 정부가 향후 50년 동안 현지에 설립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중동 국가들이 이 두 경매 회사를 통해 고가의 작품을 대량 구입하고 있는데 특히 두바이의 구매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기 때문. 이런 이유로 중동 미술 시장의 가능성을 포착한 두 회사가 망설임 없이 두바이 지사 개설을 결정했다. 이후 두바이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던 주변국들도 미술 작품 구입 러시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서양 미술 시장은 두바이를 포함한 중동을 ‘회화보다 보석이나 시계를 더 많이 구입하는 기형적 시장’으로 치부했을 뿐이다.

7년이 지난 현재, 미술계의 판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지금은 누구도 중동 미술 시장을 하찮게 보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보지 못한다. 중동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세계 최고 작품을 최고가에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동 출신 작가의 작품도 경쟁적으로 고가에 사들이면서 ‘중동 미술’의 가치까지 끌어올리는 중이다. 일례로 2006년 크리스티 두바이에 출품한 이란 출신 신인 작가 파하드 모시리의 회화 ‘이란 지도1’은 4만8000달러에 낙찰됐으나 2008년 본햄스 두바이에서 그의 또 다른 회화 작품 ‘러브’는 104만8000달러에 판매됐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이즈로 그린 신인 작가 작품의 판매가가 2년 만에 25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 것은 중동 국가들이 자국 출신 작가의 몸값을 높이고자 암묵적으로 낙찰가를 올린 결과로 추정할 수 있다. 2008년 크리스티 두바이 경매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고객 중 중동 출신이 77%를 차지하면서 ‘오일 머니 파워’는 ‘아트 머니 파워’로 이어지고 있다.

1 Ahmed Cherkaoui, Signes(Signs), 1965, Mixed media on canvas, glued on panel, 23×27.4cm.
2 2011년 알 마야사 공주가 2억5000만 달러에 구입한 폴 세잔의 ‘카드 플레이어’.
3 Installation image of Ahmed Nawar’s Defiance 2, 2010, Bronze, 437x158x78Cm.
4 Installation image of Dia Azzawi’s Wounded Soul a Fountain of Pain, 2010, Horse: bronze; basin: metal and crude oil; roses: resin, Horse: 270x110x160cm, basin: 200x200cm.

2006년 이후 중동 미술의 핵심으로 활발히 움직여온 두바이에 이어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는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총감독을 맡은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올해 말 개관한다. 또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 중인 루브르 아부다비를 2015년 오픈한다고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이로 인해 아부다비 또한 중동 미술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 중이다. 한편 2011년 미국 미술 잡지 <아트 앤 옥션> 12월호에서 카타르 왕의 딸로 카타르미술관위원회 의장인 알 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공주를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미술계 10인’ 중 1위로 선정한 후 카타르는 명실상부 중동 미술의 메카로 단숨에 떠올랐다. 전설적 아트 딜러 래리 가고시안과 크리스티 경매 회사 소유주인 아트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까지 제친 것이다.

어릴 적 선머슴 같은 성격에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한 알 마야사 공주는 미국 듀크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중 모의 UN 위원으로 활동하고 졸업 후 아시아 재해 난민 기구인 ‘리치 아웃 투 아시아(Reach Out to Asia)’를 직접 설립하는 등 인권과 국가 간 문화 교류에 관심이 많았다. 이후 그녀는 카타르로 돌아와 카타르미술관위원회와 도하필름인스티튜트 의장직을 맡으며 카타르 문화정책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카펫, 고문서, 전통 과학 기구 등을 컬렉팅해온 사촌오빠 사우드도 있고 20세기 이슬람 작품을 6000여 점이나 보유 중인 친오빠 하산도 있었지만 카타르 국왕은 국가 차원의 문화 지도를 그리는 주역으로 공주를 발탁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은 중동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1 아랍 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2 2010년 도하에 오픈한 아랍 현대미술관 전경.
3 ‘카타르 국가 비전 2030’ 하에 건립한 아랍 현대미술관 내부 모습.

카타르의 미래, 세계 미술계의 등불

카타르는 1930년대 유전과 천연가스를 발굴하면서 부국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16% 경제성장률과 1인당 GDP 세계 2위를 기록하면서 세계경제 불황 속에서 나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와 천연가스도 언젠가는 바닥을 보일 터. 그런 위험에 대비하고자 카타르 정부는 ‘카타르 국가 비전 2030’을 발표해 석유산업 국가에서 지식산업 국가로 변환을 꾀하고 있다. 카타르 국왕의 진두지휘 아래 알 마야사 공주가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에는 2030년 세계 문화 중심에 카타르를 당당히 세우겠다는 야망이 서려 있다.
실제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 2008년 이슬람 미술관과 2010년 아랍 현대미술관이 수도 도하에 개관했으며, 2014년 카타르 국립박물관이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디자인으로 도하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알 마야사 공주는 일련의 미술관 건립에 대해 “이슬람과 오리엔탈 컬렉션을 세계에 선보여 아랍 문화를 이해하는 통로를 제공하고자 한다”는 카타르 미술 정책을 수차례 언론에 밝히며 아트 카타르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다.

지난 7년 동안 공주를 필두로 카타르 왕족은 크리스티를 수십 년간 이끌어온 에드워드 돌먼 전 회장의 자문 아래 10억 달러를 들여 회화, 조각, 설치 등 서양 미술 작품을 대거 사들였다. 그러던 2011년 2억5000만 달러에 폴 세잔의 ‘카드 플레이어’를 구입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외에도 마크 로스코, 로이 릭턴스타인, 제프 쿤스 등 현대미술의 정점을 달리는 작가의 작품을 대거 손에 넣었다. 카타르 왕족의 예술 작품 구입은 경매시장에서도 빛났다. 마크 로스코의 ‘White Center’를 7284만 달러에, 앤디 워홀의 ‘The Man in Her Life’를 6340만 달러에 구입하는 등 말 그대로 카타르에 건립하는 미술관을 위해 현대미술 아이콘들의 작품을 쓸어 담고 있다.
알 마야사 공주의 미술계 행보는 미술관 건립과 작품 구입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2010년 아랍 현대미술관을 오픈한 후 세계 유명 작가의 전시를 연이어 개최하는 수완까지 발휘했다. 2010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더욱 화려하게 꾸민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를 후원한 결과 2011년 봄 중동 지역 최초로 다카시 회고전을 대대적으로 오픈했고, 작년 봄에는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 회고전에 200만 파운드를 지원하며 올해 중동 지역 최초로 아랍 현대미술관에서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까지 개최하기로 확정 지었다.

미술계 큰손이자 세계 최고가 작품 소유자로 알려진 알 마야사 공주지만 그녀는 여성이자 한 나라의 공주라는 신분도 결코 잊지 않는다. 2010년 전 세계 유명 석학이 모인 한 콘퍼런스에서 “걸프 지역에서 문화 발전을 이끄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바로 여자들입니다. 여자는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는 또 다른 통로입니다”라고 외쳐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편견과 차별로 가득한 중동에서 태어났지만 특유의 당찬 성격으로 당당히 헤쳐나가며 아트 카타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30세의 알 마야사 공주. 그녀의 미술계 행보는 결코 개인적 취향을 위한 컬렉션이 아니라 오직 국가의 비전이라는 대의를 위한 밑거름이다. 세계 아트 마켓 최고의 큰손으로 우뚝 솟은 그녀가 앞으로 중동뿐 아니라 세계 미술 지도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디터 조기준
박지영(이앤아트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