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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티로시

ARTNOW

이스라엘 출신 세르주 티로시(Serge Tiroche)는 1997년부터 10년간 시티 그룹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며 유럽 지역의 자산 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예술 투자 전문 금융 자문 회사 ‘ST-ART’를 만들어 이스라엘 지역의 혁신적 작가를 배출했으며, 지금도 텔아비브 자파에 거주하며 ‘티로시 델레온 컬렉션(Tiroche DeLeon Collection)’을 통해 45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이른바 신흥 미술 시장에서 발견한 작가의 작품을 구입해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자체 펀드를 통해 미술가와 투자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그는 이전엔 보지 못한 새로운 컬렉터의 모습이었다.

‘티로시 델레온 컬렉션’의 설립자이자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컬렉터 세르주 티로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국제적 미술 행사 ‘코리아갤러리위켄드’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세르주 티로시는 그간 만난 컬렉터들과는 사실 많은 것이 달랐다. 우선 미술품을 ‘투자자산’으로 칭하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심지어 투명한 미술 투자를 지속해 더 큰 자금을 끌어오고, 그런 거래를 통해 더 많은 미술인의 혜택을 생각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컬렉터’로서의 영향력은 물론 ‘전문 예술 경영인’의 면모까지 갖춘 그와 미술계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미술 투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1 중국 출신으로 주로 정치·사회 문제를 다루는 안허(An He)의 ‘Yoshiyoka Miho’
2 병뚜껑과 병마개,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가나 출신 엘 아나초이(El Anatsui)의 ‘Earth Developing More Roots’

2007년까지 금융권에서 일한 후 예술 투자 전문 금융 자문 회사 ‘ST-ART’를 만들어 이스라엘 지역 작가들을 키우며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입문했습니다. 이스라엘 미술은 세상에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당신의 지원 이후 사정이 조금 나아졌나요?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미술 시장에서 저는 ‘큰손’ 구매자니까요. 지금도 제 이스라엘 미술  컬렉션 중 상당수가 이스라엘 전역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물론 해외 전시에도 대여되고 있죠.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알고 지내는 작가는 많지 않지만, 이렇게 그들이 국제 미술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은 미술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 작가의 경우 앞으로 작품 가격이 분명 오를 것’이라는 느낌이 오는지요.
전 투자 목적으로 미술품을 살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합니다. 보기에 아름다운지, 작품에서 느껴지는 게 있는지, 작품의 메시지가 특별하거나 전달 방식이 독특한지, 내가 아는 작가의 세계관을 답습하진 않았는지, 작가가 훌륭한 기관의 후원을 받고 있는지, 작가의 위상이 오르고 있는지, 국제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지, 경매에서 작품이 판매된 적이 있는지 등 실로 많은 걸 따지죠. 만약 이런 질문에 대부분 ‘예’라는 답이 나오면 심각하게 구매를 고려하는 편입니다.

첫 컬렉션은 무엇이었나요?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작가 장 뒤피(Jean Dufy)의 꽃병 그림입니다. 장 뒤피는 야수파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의 동생으로 형보다는 덜 알려졌죠. 스물두 살, 파리 유학 당시 드루오(Drouot) 경매에서 7000달러에 작품을 샀고, 1년 후 런던에서 1만 달러에 팔았습니다. 전 갤러리와 큐레이터, 주변 컬렉터의 의견은 물론 종종 작가 본인의 의견까지 듣고 작품 구입을 결정합니다. 리서치를 할수록 더 많은 걸 알게 되니까요.

최근 구입한 작품 중 가격 변동이 가장 큰 작품은 무엇인가요?
올해의 거래로 한정한다면, 필리핀 작가 로델 타파야(Rodel Tapaya)의 작품입니다. 그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인 2012년에 그의 소품 중 하나를 7000달러에 구입했고, 지난 3월에 약 15만 달러에 되팔았습니다. 어림잡아 21배 정도의 수익률을 낸 셈이죠. 당시 타파야의 전 세계 작품 판매 기록에서도 최고가를 기록했고요. 제 기본적 미술품 투자 프로세스는 이렇게 유망 작가를 초기에 발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커리어가 절정에 달하면 그때 그 작품을 판매하죠. 또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다른 신인 작가를 찾습니다. 물론 이렇게 찾아낸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도 베스트 작품은 절대 팔지 않습니다. 타파야의 경우도 그의 대표작을 판 건 아니었죠.

금융 계통에서 오래 일한 만큼 자금 흐름과 경제 예측엔 도가 텄을 듯합니다. 세계 미술 시장을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나요?
세계경제는 지금 마이너스 금리와 정치적 리스크의 영향으로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죠. 이때 미술품은 훌륭한 가치 저장 수단(인플레이션 헤지)이자 이동 가능한 얼마 되지 않는 실물 자산이 됩니다. 저는 아시아 미술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티로시 델레온 컬렉션의 전체 투자액 중 60%를 아시아에 투자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죠.

아시아 미술 시장은 유럽과 미국의 그것에 비하면 아직 개도국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시장에서 당신은 어떤 ‘가성능’을 본 건가요?
개도국이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오늘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곳곳에선 지금도 세계화와 인터넷 보급으로 자유의 물결과 변화가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급격한 사회적·정치적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티로시 델온레 컬렉션은 이 시기의 중요한 기록인 동시에 개도국 미술 시장의 진화 과정에서 독특한 한 시기의 단면도이자 개괄인 셈이죠. 우리 컬렉션은 현재 필리핀과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타이완, 한국 같은 아시아 국가는 물론 남아공과 코트디부아르, 러시아, 카자흐스탄,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등 많은 국가의 작품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컬렉터가 구입한 작품을 팔아 얼마의 수익을 남겼는지 말하는 걸 꺼리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컬렉션을 통해 펀드 기금을 조성한다고 해도 말이죠.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전 금융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며 미술품을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걸 봐왔습니다. 천문학적 금액이 미술품 투자에 쓰이는 걸 목격했죠. 하지만 그간 미술 투자와 관련된 자금은 불투명하게 관리되며 악명을 떨쳤습니다. 돈을 투자해도 그 돈이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어떻게 잃게 되는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어요. 전 이런 시스템을 더좀 투명하게 바꾸려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수익률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는 거죠. 저는 제 컬렉션을 통해 투자자와 작가러, 갤리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3 남아공 출신 작가 아티 파트라 루가(Athi-Patra Ruga)의 ‘The Exile According to the Elder’
4 최근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중국 작가 양푸둥의 ‘International Hotel 10’

가교라는 의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지금도 연기금이나 모태펀드 같은 기관투자가들의 거대 자금은 미술 펀드에 투자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아트 펀드라는 게 늘 불투명하게 관리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티로시 델레온 컬렉션은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는 데 필요한 ‘평가’와 ‘기록’을 지난 6년간 웹을 통해 공개해왔습니다. 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술 작품과 투자에 대한 정보도 공유하고 있죠. 이게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정부나 기관을 비롯한 대규모 기업이 미술 투자의 투명성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것이고, 점점 그들이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전 이런 식으로 아트 펀드와 관련한 사회적 책임감에 동조하고 싶습니다.

컬렉션을 통해 작가를 지원하는 활동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컬렉션에서 직접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물론 컬렉션의 웹사이트를 통해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작가의 전시회 개최를 위한 대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작가들에게 종종 작품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죠.

한국 미술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계세요? 수년 전 붐을 일으킨 중국 미술과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해외 곳곳에서 열린 한국 갤러리들의 전시를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기법은 뛰어나지만 종종 지나칠 정도로 디자인과 장식성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수년 전의 중국과 마찬가지로, 최근엔 한국에서도 젊은 작가들이 이런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중국을 예로 들면, 2007~2008년 당시 세계 미술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이전 세대의 일부 작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위상이 높은 작가들의 작품은 여전히 가격이 높고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상승했습니다. 또 중국엔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젊은 작가 중에도 훌륭한 인재가 많습니다. 그들은 물론 현지인의 시각을 통하긴 하지만 자국의 현상보다는 글로벌한 현상에 관심이 많죠. 앞으론 이런 작가가 부상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수 있길 바랍니다.

티로시 델레온 컬렉션엔 강형구와 서도호, 양혜규, 이용백, 이세현 등 한국 작가의 작품도 많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중 앞으로 가장 기대되는 이를 한 명 꼽는다면 누구일까요?
현재로선 양혜규의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어땠나요? 짧은 일정이었지만, 당신이 참여한 ‘코리아갤러리위켄드’의 행사 기간엔 한국 최대 규모의 아트 페어 ‘KIAF’도 열렸습니다. 그곳에도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 어떤 갤러리가 눈에 띄던가요? 거기서 작품도 구입했나요?
많은 갤러리 중 갤러리바톤의 부스가 흥미로웠고 거기서 윤석원이라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샀습니다. 갤러리구의 작품도 좋았는데, 그들이 들고 나온 작품 중 런던에서 활동하는 정윤경이란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까 고민 중입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후보 중 백승우 작가의 작품도 아주 좋았습니다. 윤석원과 백승우 등 몇몇 작가는 이미 컬렉션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한 상태입니다. KIAF 외에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도 들렀습니다. 사실 이번 서울 출장에서 둘러본 곳 중 가장 인상적인 장소였죠. 한국 근대건축가의 작품으로도 알려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선 그 독특하고 좁은 실내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감각과 작품의 큐레이팅 수준이 아주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그 미술관은 사실 오랫동안 컬렉터로 활동하다 1999년부터 ‘작가 겸업’을 선언한 씨킴(CI Kim)이 운영하는곳 입니다. 훌륭한 컬렉터인 당신도 언젠가 작품 활동을 시도해볼 생각이 있나요?
아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웃음) 작가가 되기에 전 너무 자기 비판적이고 겁이 많거든요.

당신은 초보 미술품 투자자에게 늘 미술 시장을 멀리 보고 트렌드를 찾으라고 말합니다. 한데 요즘엔 많은 이가 ‘더 빨리, 확실히’ 오를 수 있는 미술품에 투자하길 원하죠. 여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단순히 투기 목적으로 작품을 사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현존하는 젊은 작가의 작품은 더욱더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구매해야 하죠. 컬렉터의 역할은 미술가를 후원하는 것이고, 따라서 머리와 가슴을 모두 이용해 작품을 사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정리하면 작가를 이해하고, 특정 작품에 담긴 의도를 먼저 파악해야 해요. 물론 작품 선택에 자신만의 시각, 의미를 담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단순히 금전적 이익만을 바라선 안 됩니다. 올바른 선택을 하고 충분히 시간을 가진다면 금전적 이익 또한 상당할 것입니다.

 

RONALD VENTURA
로널드 벤투라는 필리핀 출신으로 예쁜 것과 음산한 것, 재미있는 것과 괴기한 것을 혼합해 주로 모순과 다면적인 현실성을 표현해왔다. 2011년 소더비 홍콩 경매에 출품한 작품 ‘Gray Ground’(2011년)가 추정가의 24배에 이르는 110만 달러에 팔리며 39세의 젊은 나이에 일약 동남아시아 미술계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현재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로널드 벤투라의 초현실주의 작품 ‘Carne Carnivale’

 

HAEGUE YANG
양혜규는 다양한 매체로 동서양의 현대와 고전 문화를 넘나드는 비평적 설치 작품을 선보여왔다. 경험과 기억에서 비롯한 그녀의 작품은 해외에서 먼저 진가를 인정받았고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2012년 카셀 도쿠멘타, 2014년 아트 바젤 언리미티드 등에 초대되며 작가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 한 해에만 파리와 포르투, 함부르크, 뉴욕 등지에서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현재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다음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직접 걸으며 만나고 경험한 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브라질 작가 파울루 나자레트(Paulo Nazareth)의 ‘Banana Market / Art Market’

블라인드 고유의 조형적 구조를 통해 개방과 폐쇄, 안과 밖 등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양혜규의 ‘Escaping Transparency’

 

RUBEN PANG
싱가포르 출신 작가 루벤 팡은 알루미늄 패널을 캔버스 삼아 작업한다. 여기에 유화물감과 아크릴물감 등을 칠하고 붓과 손 그리고 사포를 이용해 문지르고, 제거하고, 긁어내며 자신의 정신세계를 표현한다. 관람객에게 차분히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고 바로 말초신경계를 건드리는 것이 작품의 특징.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오가며 오묘한 형태를 드러내는 그의 작품은 특히 동남아시아 미술계에서 주목받아왔다.

옛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중국 출신 작가 천페이(Chen Fei)의 ‘See for Yourself’

1990년생으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루벤 팡의 ‘Graduation Night (Triptych)’

 

XU ZHEN
뉴욕과 베를린, 런던 등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쉬전은 1990년대 중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과 도시화 경험 속에서 소위 ‘천안문 세대’로 일컬어지는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영향을 받아 활동해왔다. 주로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다루며, 초창기엔 브루스 나우먼이나 비토 아콘치를 연상시키는, 신체와 공적 공간에 대한 비디오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점차 관람객의 적극적 개입을 유도하는 작업에 관심을 보였다.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의 <미묘한 삼각관계>전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실리콘과 철, 섬유 등을 이용해 신체와 공적 공간에 대해 표현한 쉬전의 ‘Play-Rebecca’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 장소 협조 He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