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브러티의 컬렉션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마이애미 아트 바젤에 나타난 그 배우의 거실에는 어떤 작품이 걸려 있을까? 미술품 투자도 잘하는 뮤지션은 누구일까?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셀레브러티의 작품 취향을 엿본다.
2013 아트 바젤에서 선보인 콜롬비아 출신 아티스트 오스카르 무리요의 작품. 최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으로 좋은 일도 하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작품을 둘러보거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차림으로 첼시의 한 갤러리에서 발견되고 유명 컬렉터 피터 브랜트가 설립한 브랜트 파운데이션(The Brant Foundation)에서 주최한 앤디 워홀 전시 오프닝에 참석하는 등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할리우드에서도 손꼽히는 미술 애호가다. 작년 5월에 그는 크리스티와 공동 기획으로 환경보호 기금 마련을 위한 ‘11th Hour Auction’ 자선 경매 행사를 열었다. 유명 작가 33명을 일일이 만나 작품 제작과 기부를 의뢰했고 자신이 소장한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사진을 출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콜롬비아 출신의 젊은 작가 오스카르 무리요(Oscar Murillo)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작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카르 무리요는 마치 브루클린의 벽 하나를 떼어와 만든 듯 낙서 같은 페인팅과 그라피티가 어우러진 자유로운 감성의 작품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는 작가인데, 떠오르는 기대주와 거장의 작품을 동시에 선택하는 것만 봐도 디캐프리오가 컬렉터로서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이지와 비욘세는 2012년 아트 바젤에서 헤브루 브랜틀리의 작품을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헤브루 브랜틀리가 2013년 시카고 아이디어 워크에 선보인 피규어 작품, ‘The Watch’
슈퍼 커플의 슈퍼 컬렉션, Jay-Z & 비욘세
적어도 현재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이 커플만큼 파워풀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은 당분간 등장하기 힘들 것이다.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 후 제이지와 비욘세가 함께 구입한 미술품 컬렉션이 누구의 소유가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슈퍼 커플답게 컬렉션도 슈퍼급이다. 이들을 위해 제작한 데이미언 허스트의 두 작품을 포함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에드 루샤, 리처드 프린스, 장 미셸 바스키아, 팀 노블 앤 수 웹스터, 조지 콘도 등 이름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작품가를 짐작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제이지는 2012년 아트 바젤에서 시카고 출신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헤브루 브랜틀리(Hebru Brantley)의 작품 ‘Everyone’s Scared’를 2만 달러에 구입했는데, 그날 밤 작가가 직접 제이지의 호텔 방으로 가져다준 다음 인스타그램에 함께 촬영한 인증샷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헤브루 브랜틀리의 작품은 즉각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각종 언론에서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아트 어드바이저를 고용해 적극적으로 작품 수집을 하는 컬렉터, 마돈나
언젠가는 마돈나 파운데이션
2013년 5월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프랑스 화가 페르낭 레제(Jules Fernand Henre Leger)의 작품 ‘Trois Femmes a la Table Rouges’가 700만 달러, 한화로 약 78억 원에 팔렸다. 낙찰가보다 화제를 모은 건 이 작품의 주인이 팝 스타 마돈나였다는 사실. 페르낭 레제가 1921년에 그린 이 작품을 마돈나는 1990년 340만 달러에 구입했고, 경매가 전액을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지역 여성의 교육을 후원하는 비영리재단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에 기부했다. 사실 마돈나는 예전부터 고가의 아트 컬렉션으로 명성을 떨쳐왔다. 달렌 루츠(Darlene Lutz)라는 아트 어드바이저를 고용해 적극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해왔다. 피카소, 에드워드 호퍼, 프리다 칼로, 만 레이 등의 작품을 다수 보유해 지금 당장 마돈나 미술관을 짓는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는 평이다. 특히 그녀는 가수로서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프리다 칼로의 여러 작품을 수집했고, 폴란드 아르데코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ka)의 팬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에 마돈나는 작품 수집 외에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전시도 한다. 패션 포토그래퍼 스티브 클라인과 함께 작년에 17분짜리 영상 ‘Secretprojectrevolution’을 만들어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공개했다. 젊은 시절 천재 아티스트 바스키아와 짧은 연애를 하기도 한 마돈나의 예술에 대한 높은 안목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

미술품도 패셔너블한 분위기를 선택하는 영화 감독 소피아 코폴라, 안 로르 사크리스트의 ‘Racine Rose’
패셔너블한 컬렉터 소피아 코폴라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년), <마리 앙투아네트>(2012년), <블링 링>(2013년)과 2010년 디올 향수 미스디올 쉐리(Miss Dior Cherie) 광고까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만든 영상은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한 그녀의 예술 감각이 잘 드러난다. 소녀적이면서도 세련미를 잃지 않는다. 프랜시스 드 코폴라 감독의 딸로 유명해졌지만 마크 제이콥스의 뮤즈로 수많은 여성 팬을 몰고 다니는 패셔니스타이자 아티스트인 그녀가 미술품 수집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아름다운 장면이 머릿속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닐 테니. 한 유명 패션 매거진 화보 촬영을 하며 공개한 그녀의 집에서 이색적인 초상화로 주목받은 엘리자베스 페이턴(Elizabeth Peyton)을 비롯해 사진작가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e),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모두 그녀의 영화 속에 당장 등장한다 해도 어색함 없이 어우러질 작가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호주의 조각가 휴고 마클(Hugo Markl)과 프랑스 화가 안 로르 사크리스트(Anne-Laure Sacriste)의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소피아 코폴라의 다음 영화에는 어떤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이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오랜 친구인 스필버그와 루커스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노먼 록웰로 똑같다.
사이좋은 수집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커스
미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 그는 20대 초반부터 47년 동안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Saturday Evening Post)> 표지 그림을 그렸는데, 당시 미국 대중의 일상을 잘 포착한 그림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할리우드의 거물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커스 감독이 노먼 록웰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은 대중의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무척 잘 어울린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죠스>··<쥬라기 공원> 등으로, 조지 루커스는 <스타워즈> 시리즈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루커스는 경제적 여유가 생긴 직후부터 노먼 록웰의 그림을 사 모았으며, 스필버그가 그 뒤를 이었다. 둘은 유명한 절친으로 작품을 구입할 때도 경쟁보다는 서로 상의하고 때로는 양보한다고 밝혔다. 특히 스필버그는 사무실과 집을 온통 노먼 록웰의 작품으로 채워놓았다. 그들은 소장품 57점을 모아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라는 기획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쯤 되면 두 거장 감독의 탄생에 노먼 록웰의 공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베컴 부부를 비롯해 다수의 셀레브러티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뱅크시의 벽화

베컴 부부를 비롯해 다수의 셀레브러티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뱅크시의 벽화
아들딸에게 작품을 선물하는 데이비드 & 빅토리아 베컴
왕세자 커플보다도 유명한 영국의 국민 부부 데이비드 & 빅토리아 베컴. 매일 다른 컬러로 바꿔 드는 그녀의 에르메스 버킨 백 컬렉션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아트 컬렉션이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이들은 화이트큐브 갤러리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소문났다. 데이미언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채프먼 형제, 샘 테일러 우드 등 yBa 대표 아티스트의 작품이 이들 컬렉션의 주를 이룬다. 스트리트 아티스트 뱅크시도 베컴 부부의 컬렉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데이비드 베컴은 작품가가 높기로 유명한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연인인 조지 다이어를 그린 초상화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올해 초 웨스트런던 맨션으로 이사하며 두 살배기 막내딸 하퍼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60만 파운드, 한화로 10억5000원 상당의 데이미언 허스트 작품 ‘Daddy’s Girl’을 구입해 딸바보임을 인증했다. ‘Daddy’s Girl’은 커다란 핑크빛 하트 배경에 나비 모티브를 장식한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물론 아들인 브루클린, 로미오, 크루즈의 방에도 각각 분위기에 맞는 작품이 걸려 있다고 하니 저택이 웬만한 갤러리의 컬렉션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구부터 현대미술, 사진까지 아트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자랑하는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다재다능한 컬렉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가 영국 스트리트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을 구입한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이 커플, 특히 브래드 피트의 컬렉션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2009년 아트 바젤에 등장해 주목받은 그는 당시 독일 작가 네오 라우흐(Neo Rauch)의 작품을 100만 달러에 구입했다. 네오 라우흐는 신라이프치히화파를 대표하는 구동독 출신 작가로 독일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어둡고 엄숙한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작품을 구입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작가로 브래드 피트의 안목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물론 아트 바젤에서 친한 컬렉터와 함께 다니긴 했다). 그뿐 아니라 브래드 피트는 아르데코풍 가구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미국의 하이엔드 가구 디자이너 프랭크 폴라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직접 디자인한 가구 컬렉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사진 전문 갤러리 페이/클라인(Fahey/Klein)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는 장면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돼, 그의 다음 컬렉션에 대한 호사가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에디터 고현경
일러스트 장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