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요리학교
괴테가 가장 유능한 자는 부단히 배우는 자라고 했다. 츠지원에서는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열정과 정성을 다해 부단히 배우고 노력하는 우리 시대 유능한 셰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왼쪽부터_ 조경·김낙영 셰프, 야스바 타케히로 교수, 강수현·강기호 셰프
유러피언 레스토랑 탑클라우드의 조경 셰프, 이탤리언 레스토랑 일치프리아니의 김낙영 셰프, 와인 레스토랑 뱅가의 강수현 셰프와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 연회팀의 강기호 셰프. 현직 셰프 4인이 츠지원에 모였다. 야스바 타케히로 교수에게 ‘프랑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메뉴’를 배우기 위해서다. 수년에서 수십 년 이상 경력을 쌓은 프로페셔널이지만 오늘만큼은 계급장 떼고 초심으로 돌아간 수강생의 모습. ‘셰프의 요리학교’라 불리는 츠지원의 위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츠지원의 하얀 조리복을 차려입은 셰프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츠지원을 선택했나요? 이곳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셰프의 시각에서 바라본 츠지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김낙영 츠지원의 기반인 일본의 츠지조그룹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요리학교죠.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에요. 가끔씩 직원들을 츠지원에 보내 교육을 받게 하는데 저도 종종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제가 처음 이탤리언 요리를 배운 ICIF와 츠지원은 많은 부분(정통 레시피와 조리 방식)에서 유사해요. 그렇지만 츠지원만의 분명한 차별점이 있죠. 먼저 한국 식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 그리고 피에몬테나 토스카나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중북부 지역뿐 아니라 최남단 시칠리아까지 이탈리아 전 지역의 요리를 고루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조경 저도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츠지원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탑클라우드는 유러피언 다이닝을 추구해 프렌치와 이탤리언 요리를 모두 습득해야 합니다. 그 분야에서 두루 전문성을 갖춘 츠지원이야말로 최상의 선택이에요. 교수진의 실력이 탁월해 음식 수준이 아주 뛰어나고,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해 항상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사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서비스 타이밍을 맞추느라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온전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강습을 통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데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오늘 접한 요리 중 초리소 콩소메 젤리가 흥미로웠는데 한번 응용해볼 계획입니다.
“교수와 수강생이라는 틀을 빌려 만나지만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한다는 관점에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료애를 갖고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좋은 음식을 통해 교감하면서 ‘최상의 맛’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제가 소개하는 모던 프렌치는 기본기를 확실히 갖춘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요리를 재해석한 저만의 프렌치 요리입니다. 더 많은 한국의 셰프가 저와 교감하고 프렌치 요리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 야스바 타케히로 교수
강기호 저는 오늘 츠지원 첫 수업이었는데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나인스게이트 그릴에 근무할 당시 르꼬르동블루 숙명아카데미에서 1개월짜리 셰프 코스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강의 내용이며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네요. 클래식하면서도 간단한(일반인 입장에선 복잡하다 여길 수 있으나 기본 테크닉을 이미 알고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셰프에게는 확실히 쉽다는 느낌이에요), 여기에 교수님의 독창성을 가미한 레시피를 알려준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많은 인원이 의자에 앉아 시연을 ‘감상’하는 수준인 일반적 강습과 달리 10명이 채 되지 않아 아주 친근한 분위기에서 즐기듯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즉석에서 만든 요리를 테이스팅하는 건 진짜 색다른 즐거움이었어요. 진정 유능한 셰프라면 말로 포장하거나 과장되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공이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그 요리로 고객과 교감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츠지원이 그 길을 걷기 위한 하나의 좋은 통로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강수현 저도 첫 수업이었지만 굉장히 유용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요리를 처음 배우던 시절로 돌아가 기초 지식부터 차근차근 다시 정리해볼 수 있었어요. 랍스터 비스크를 만들 때는 냄비를 뜨겁게 달군 후 껍데기를 넣고 구워야 특유의 고소하고 깊은 풍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나 아메리칸 소스 만들기(물론 선생님은 화이트 와인 대신 샴페인을 넣어 변형시켰지만) 등 소소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복습하며 뇌리에 깊이 새겼습니다. 일본인 교수님과 통역을 통해 대화하지만 거리낌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츠지원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질문에 충실히 답해주시는데, 형식적인 일문일답이 아니라 질문과 연결된 다른 정보성 이야기도 많이 덧붙여주시더군요.
김낙영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아무래도 손님이 자주 찾고 좋아하는 것 위주로 요리의 영역이 치중되기 마련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츠지원은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좋은 셰프로서 위치 설정을 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주지요. 오리지널 레시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잊고 있던 요리를 되살려 생각하게 합니다. 작년 여름에는 이곳에서 마름모꼴로 납작하게 자른 말탈리아티 생면 파스타를 경험하고 나만의 레시피로 만들어 레스토랑 메뉴에 넣기도 했죠. 앞으로 손님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지고 요구도 한층 까다로워질 거예요. 요즘은 워낙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고, 그만큼 미식 경험도 폭넓고 다채로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행히 셰프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어요. 외국에 나가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온 후에는 츠지원을 통해 이른바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죠.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일본처럼 퓨전을 넘어선 코리안 프렌치, 코리안 이탤리언 같은 전문 레스토랑이 자리 잡게 될 거예요. 그날까지 노력해야죠. 또 츠지원과 함께 공부해야죠.
조경 파인다이닝이든 캐주얼 다이닝이든 레스토랑업계 종사자라면 업장의 성격에 맞는 올바른 음식 문화와 서비스를 이해해야 합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하는 게 중요하죠. 이것이 셰프 교육이 필요한 이유고, 최적의 장소는 바로 츠지원입니다. 단순히 레시피만 읊어주는 게 아니라 그 음식이 탄생한 배경과 식자재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그 나라, 그 지역의 음식 문화와 먹는 방법까지 총체적으로 알려주니까요. 츠지원은 단순한 요리 학원이 아닙니다. 한국의 식문화를 업그레이드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의 516-4678, www.tsujione.com
현직 셰프도 반한 츠지원의 프렌치 요리
1 초리소 젤리를 곁들인 제철 조개 요리_ 파리 르뫼리스 호텔 출신의 야니크 알레노 셰프 요리를 재해석한 메뉴다. 젤리의 원료인 콩소메를 만들 때 현대적 테크닉을 가미했다. 육수에 달걀흰자 대신 간 쇠고기와 초리소 소시지를 넣고 끓여서 그 응고력을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조개류는 계절과 취향을 고려해 달리 선택할 수 있다. 야스바 타케히로 교수가 사용한 것은 새우, 가리비, 홍합이다. 전복을 넣어도 좋다.
2 광어찜_ 알랭 뒤카스의 요리를 재구성해 만든 심플한 생선찜 요리로 트러플 주스의 풍미가 일품이다. 채소를 가니시로 활용해 담백함을 배가시켰다.
3 3가지 스타일 랍스터 요리_ 랍스터 한 마리를 아낌없이 활용할 수 있는 조리법이다. 먼저 랍스터 껍데기를 우린 비스크에는 집게 살을 곁들여 내고, 몸통 살은 채소 육수에 살짝 데친 후 샴페인 풍미의 소스, 우엉 퓌레를 넣은 시금치 쿠션과 함께 한 플레이트로 구성했다. 새먼 핑크빛 수플레는 반죽에 랍스터알을 넣은 것으로 구수한 감칠맛이 난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