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 레이싱, 초격차의 시간
엔진의 굉음과 함께 초침이 움직인다. F1과 워치는 모두 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함으로 완벽을 향해 나아간다.
F1(Formula1)은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모터스포츠 이벤트다. 아찔한 속도로 수백만 명을 열광시키는 이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다. 열정과 희망 같은 가치뿐 아니라 배터리 기술, 공기역학, 무선통신 등 최첨단 혁신의 정점이 모여 스포츠를 넘어선 영역을 만들어낸다. 결국 그랑프리를 지켜보는 시간은 곧 기술이 한계를 넘어 확장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본질은 정밀함, 혁신, 탁월함을 추구하는 워치 브랜드와도 깊은 공감을 이룬다. 시계와 F1은 모두 1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함과 끊임없는 진보를 통해 완벽에 가까워지려 한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워치 브랜드들은 F1 팀과 긴밀히 협업하며, 위대함을 향한 도전의 길을 함께 달린다. 2025년 시즌 현재 F1에선 총 10개 팀이 경쟁하고 있으며, 그중 7개 팀은 워치 브랜드와 손을 잡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트랙 위의 열정을 담아낸 이 특별한 워치를 하나씩 만나볼 시간이다.
TAG HEUER
태그호이어는 오래도록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 것이다. F1이 탄생 75주년을 맞이한 올해, 태그호이어가 공식 타임키퍼로 복귀했다. 1969년 F1 레이싱 카에 최초로 브랜드 로고를 새긴 워치메이커로, 1971년에는 팀을 공식 후원한 첫 브랜드로 새로운 역사를 써왔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오러클 레드불 레이싱 팀의 공식 파트너로 함께해왔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갈증과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망은 올해 태그호이어의 아이코닉 컬렉션으로 이어졌다. 그 상징적 결실이 바로 모나코 스플릿-세컨드 크로노그래프다. 케이스 크기는 41mm, 두께는 15.2mm, 무브먼트를 포함한 전체 무게는 단 86g에 불과하다. 모나코의 사이즈를 고려하면 놀라운 경량인데, 이는 태그호이어가 새롭게 개발한 소재 TH-티타늄 덕분이다. TH-티타늄은 티타늄 베이스 합금으로, 독창적 열처리 공정을 통해 금속의 원자구조를 재구성하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불규칙한 패턴이 특징이다. 카무플라주를 연상시키는 이 패턴은 인위적으로 같은 형태를 구현할 수 없어 각각의 케이스가 유일무이한 개성을 갖는다. 이 소재는 라쇼드퐁의 R&D 센터, 태그호이어 랩에서 4년에 걸쳐 완성했다. 표면은 샌드블라스트 처리로 매트하게 마무리해 특유의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질감을 구현했다.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다이얼을 통해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기계적 아름다움 위에는 다양한 시간 측정 요소가 균형감 있게 자리한다. 3시와 9시 방향에는 블랙 오팔린 크로노그래프 카운터를, 6시 방향에는 육각형 스몰 세컨드를 배치했다. 케이스 측면 2시 방향에 스타트와 스톱, 4시 방향에 리셋, 9시 방향에 스플릿-세컨드 크로노그래프 푸시 버튼이 위치한다. 모터스포츠의 긴장감과 정밀함을 손목 위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IWC SCHAFFHAUSEN
영화
TUDOR
튜더의 슬로건 ‘Born To Dare’만큼 F1과 잘 어울리는 문구는 없을 것이다. 그 정신을 증명하듯 2024년 초 튜더는 비자 캐시 앱 레이싱 불스 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모터스포츠로의 귀환을 알렸다. 튜더는 이미 1960년대 후반 튜더 워치 레이싱 팀을 시작으로, 최근 IMSA 튜더 유나이티드 스포츠카 챔피언십까지 이어지는 모터스포츠의 황금기에 우승 팀을 후원하며 깊은 발자취를 남겨왔다. 올해 열린 워치스앤원더스 2025에서 튜더는 이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 부스에 레이싱 카와 팀 레이싱 슈트를 입은 마네킹을 배치했지만,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하얀색과 파란색 트랙이 교차하는 가운데 ‘A NEW WATCH IS COMING.’이라는 문구와 함께 설치한 카운트다운 타이머였다. 이는 5월에 개최한 마이애미 그랑프리를 가리키는 것인데, 레이스가 시작되자 새로운 모델이 베일을 벗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블랙 베이 크로노 카본 25. 팀의 레이싱 카에서 영감을 얻은 시계로, 특히 소재의 혁신이 두드러진다. 최첨단 탄소섬유로 제작한 가볍고 견고한 케이스는 레이싱 크로노그래프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 또한 서브다이얼에 기존의 동심원 패턴 대신 카본 고유의 패턴을 그대로 살려 독창적 개성을 더했다. 케이스 지름 42mm, 두께 14.3mm로, 내부에는 자체 제작 무브먼트 칼리버 MT5813을 탑재해 강력한 성능을 보장한다. 블랙 베이 크로노 카본 25는 그 이름처럼 담대한 모터스포츠 정신을 담아낸 궁극의 레이싱 크로노그래프라 할 수 있다.
H. MOSER & CIE.
참으로 색다르지만, 어쩐지 닮은 듯한 둘의 만남이다. H. 모저 앤 씨의 CEO 에두아르 메일란(Edouard Meylan)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알핀 자동차로 경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고 한다. 그 열정은 식지 않았고, 결국 2024년 BWT 알핀과의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협업을 넘어 개인적 의미를 담은 만남으로도 볼 수 있다. 알핀이 최고 성능을 내기 위해 자동차의 본질부터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듯, H. 모저 앤 씨도 시계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미니멀 타임피스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두 브랜드는 서로 닮았다. 대부분의 모터스포츠 파트너십이 레이싱 카에 로고를 새겨 넣는 수준에 그친다면, H. 모저 앤 씨와 BWT 알핀은 전문성을 실제로 교류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영국 엔스톤에 위치한 BWT 알핀 팀 기술 센터와 H. 모저 앤 씨 매뉴팩처는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 엔지니어와 시계 제작자들이 함께 모여 지식을 나누고 한계를 확장해간다. 그 결과 올해 공개한 두 신제품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알핀의 드라이버와 미캐닉이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지름 42.3mm, 두께 14.2mm의 스트림라이너 알핀 드라이버스 에디션은 10시와 2시 방향의 크로노그래프 푸셔, 4시 방향의 크라운, 그리고 핸드를 감싸는 V자형 브리지를 중심으로 오픈워크 다이얼을 구성했다. 케이스는 알핀을 상징하는 푸른색으로 마감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스트림라이너 알핀 미캐닉 에디션은 드라이버 에디션과 동일한 케이스 디자인을 기반으로 했지만 지름 42.6mm, 두께 14.4mm로 한층 크고 두껍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다이얼이다. 언뜻 H. 모저 앤 씨 특유의 퓌메 다이얼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숨겨 기계식과 디지털의 조화를 이룬다. 또한 GMT, 스플릿-세컨드 크로노그래프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GIRARD-PERREGAUX
2021년, 애스턴 마틴이 약 60년 만에 F1 무대로 돌아왔다. 1960년 이후의 복귀로, 이 시기에 새로운 타임피스 파트너로 스위스 라쇼드퐁의 터줏대감 제라드-페리고를 낙점했다. 1791년에 설립된 제라드-페리고는 100개가 넘는 특허출원과 수많은 수상 경력을 통해 오트 오를로주리 혁신의 선두에 서 있음을 증명해왔다. 또한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모든 시계 제작 기술을 자체적으로 익혀 전수한 소수의 매뉴팩처 중 하나로 그만큼 진정성과 독창성이 두드러지는 타임피스를 제작해왔다. 제라드-페리고와 애스턴 마틴이 보유한 독점적 기술과 노하우, 그 역사를 합치면 330년이 넘는다. 이는 두 브랜드의 창작물에서 여실히 드러나며, 로레아토 스켈레톤 애스턴 마틴 에디션을 통해서도 두 브랜드를 특별하게 하는 우아함과 스포티함,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디자인 코드를 느낄 수 있다. 1975년 탄생한 로레아토는 제라드-페리고를 대표하는 컬렉션 중 하나다. 이번에 선보인 스페셜 에디션도 원작의 디자인을 충실히 계승했으며, 스테인리스스틸보다 단단한 세라믹 소재로 제작했다. 블랙 세라믹으로 조각한 케이스 안에는 독보적인 오픈워크 무브먼트가 자리한다. 각 브리지와 에지, 그리고 수공 마감 처리한 모든 면이 장인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케이스 지름 42mm, 두께 11.13mm로, 다이얼의 로고와 인덱스, 바늘은 물론 백케이스의 로터까지 모두 애스턴 마틴을 상징하는 그린 컬러로 코팅했다. 무브먼트는 셀프와인딩 칼리버 GP01800을 탑재했으며, 우수한 가변 관성 밸런스를 장착해 뛰어난 충격 저항성과 신뢰성, 그리고 향상된 크로노미터 정밀도를 보장한다.
RICHARD MILLE
리차드 밀은 지금껏 모터스포츠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현재 시계 브랜드 중 유일하게 스쿠데리아 페라리 HP와 맥라렌, 두 팀과 동시에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그 특별한 애정을 보여준다. 맥라렌과는 2016년부터, 페라리와는 2021년부터 손을 잡았다. 그중에서도 페라리와의 협업은 기념비적 작품을 탄생시키며 큰 주목을 받았다. 2022년 선보인 RM UP-01 울트라플랫 페라리는 1.75mm라는 경이로운 두께를 실현,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기술혁신과 대담한 디자인, 압도적 성능’이라는 양사의 철학이 극명하게 드러난 순간이다. 그리고 올해, 두 브랜드의 만남은 다시 한번 진화했다. 신작 RM 43-01 투르비용 스플릿-세컨드 크로노그래프 페라리는 리차드 밀의 시그너처 컴플리케이션인 투르비용과 스플릿-세컨드 크로노그래프를 결합한 모델로 페라리의 심장인 ‘엔진’과 역동적 ‘차체’를 손목 위에 구현한 듯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신작은 두 가지 버전을 공개했다. 세련된 티타늄 버전에는 페라리의 상징색인 붉은 포인트를, 카본 TPTⓇ 버전에는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고향 모데나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더했다. 두 가지 컬러 코드는 서로 다른 매력을 드러내며, 레이싱의 긴장감과 에너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디테일도 눈길을 끈다. 리차드 밀의 상징적 토노 케이스는 가로 42.9mm, 세로 51.2mm, 두께 17.1mm의 존재감 있는 사이즈로 완성했다. 새롭게 디자인한 투르비용 케이지는 5-스포크 휠을 연상시키고, 7시 방향에는 페라리 499P의 리어 윙에서 영감을 받은 플레이트 위로 페라리 엠블럼이 자리한다. 3시 방향에는 변속기를 상징하는 W-N-H 인디케이터가 놓였으며, 1시 방향의 토크 인디케이터와 11시 방향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메커니컬한 분위기를 더한다. 무브먼트는 시계의 심장을 넘어 마치 페라리의 엔진 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 모델을 위해 새롭게 개발한 인하우스 칼리버 RM 43-01을 탑재했으며 크로노그래프 작동 시 발생하는 마찰을 최소화하고 초침 점핑 현상을 억제해 에너지 효율까지 최적화했다. 리차드 밀과 페라리, 두 브랜드가 공유하는 철학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하나의 정교한 기계 예술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