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동
낯선 공간에 가는 것만큼 기분 전환에 좋은 것도 없다. 순간 이동 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서울의 비현실적인 장소를 소개한다.

아노브
자동차 정비소와 미용실 간판이 큼지막한 4층 건물에 아노브가 있다. 브랜드 쇼룸이자 카페이자 바인 아노브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협업과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오묘하게 일그러진 촛대가 인도하는 대로 계단을 딛고 올라가면 빈티지한 소파와 테이블, 의자가 반긴다. 창백한 색감의 가구들 사이에 잎이 넓은 식물을 비치한 것이 조화롭다. 여기에 태백에서 실어왔다는 커다란 고목이 심오함을 더해 건물 밖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예술적 감성이 너울댄다. 꼬마전구가 달린 옥상에서 매달 2회 콘서트를 열고 사진 작품을 전시하는 등 아트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다. 한남동의 은밀한 아지트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Add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34길 40 3층
Tel 070-8118-6606
아방가르드 펍
수많은 관광객과 비즈니스맨이 오가는 종로에 감각적인 루프톱 바가 오픈했다. 창덕궁 근처 호텔 옥상 바닥에 인조 잔디를 깔고 LED 가구를 비치해 공간미를 살렸다. 몽골리안 텐트를 연상시키는 줄무늬 돔 천막은 전체 분위기에 생동감을 더하고 어두울수록 매혹적인 빛을 발한다. 아방가르드 펍은 노란 불빛의 파라다이스를 좇아 몰려든 사람들의 아지트다. 한번 올라오면 저 아래 서울과 판이하게 다른 광경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칵테일부터 음식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혼자 온 사람들은 남산타워가 보이는 바에 앉아 헤이즐넛 향 재뉴어리, 아방가르드 상그리아 등 입맛대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파스타를 비롯한 식사류도 훌륭한 편인데 크림치즈가 쏟아지는 크림 스테이크는 넉넉한 양에 식감과 비주얼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인기 메뉴. 창덕궁을 조망하는 마법 같은 뷰는 아방가르드 펍의 자랑이다.
Add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10길 11 태산빌딩 에이메스 호텔 5층
Inquiry 02-766-1019

레인보우
11년째 운영 중인 강남의 레인보우는 50여 가지 향의 물담배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름난 후카(hoo kah, 물담배) 바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조성한다. 물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역시 자욱하게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묘한 만족감을 느끼는데 연기 외에도 곡선의 수통이나 연기를 빨아들이는 호스, 과일 향과 허브 향의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물담배를 찾는다. 침침한 조명, 연기가 자욱한 공간에서 자유롭고 흥겨운 레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머리 아픈 현실 생각이 가물가물해진다. 물담배는 맛과 향이 순해서 비흡연자도 한 번쯤 맛보기에 부담 없다. 이국적인 공간에서 오감을 자극하고 싶다면 후카 바는 어떨까. 호스를 통해 깊게 흡입하고 오래 내뱉는 연기처럼, 마음의 공기를 전환하기에 그만일 것이다.
Add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75길 36 지하 1층
Tel 02-3481-1869

바빌리안 테이블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덕분에 촬영지로 각광받는 홈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영국 신사가 머무는 대저택 느낌부터 사진과 그림 전시까지 컨셉을 달리한 공간이 다채롭다.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영국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미국 조명 디자이너가 함께 꾸민 것이라고. 세계적 박람회에 참가해 가구를 공수해올 만큼 홈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바빌리안 테이블 대표의 안목도 빼놓을 수 없다. 곳곳에 보이는 흥미로운 아이템은 그가 직접 수집한 것이니 식사 주문 전 꼼꼼히 둘러보길 권한다. 콜린 퍼스가 만년필을 들고 앉아 있을 법한 A룸은 서재 컨셉의 다이닝룸이다. 유럽풍 저택 안 나무 테이블에서 치즈 퐁뒤, 부채살 스테이크 한 점으로 시공간을 달리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국내에서 맛보기 힘든 리투아니아 맥주를 맛보는 것도 잊지 말자.
Add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5-2 2층
Tel 02-540-3305
에디터 | 이기원 (lkw@noblesse.com)
글 | 안미리(프리랜서) 사진 | 안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