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관람의 시대
미술과 스마트폰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온라인ㆍ모바일 아트 플랫폼, 미술 관람의 형태를 바꾸다.

스냅챗이 공개한 ‘Art×Snapchat’을 통해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제프 쿤스의 대표작을 증강현실로 만날 수 있다.
“이것은 글자 그대로 미래의 컴퓨터다. 이 컴퓨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지만, 그 무게는 가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가볍다.” 1991년에 출간된 <미래 상품(Future Stuff)>에서 ‘만능 컴퓨터 노트패드(Do-it-all Computer Notepad)’란 명칭으로 소개한 이 상품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의 전신이다. 등장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은 스마트폰은 모든 이의 손과 눈을 사로잡았고, 곧이어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의 활성화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현대인을 논할 때 온라인·모바일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지금, 미술계는 어떠한 자세를 취하는가?
본격적으로 미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출시된 시점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010년과 거의 일치한다. 초기 앱의 형태는 크게 이미지를 나열하는 갤러리형과 기관이 직접 내놓은 기관 정보를 볼 수 있는 앱으로 나눌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 우선 ‘메트로폴리탄 HD’와 ‘인상주의 HD’ 등 이미지 갤러리형은 작품의 고해상 이미지와 관련 정보를 한데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를 말한다. 지금은 정보 제공에 그쳐 보이지만 포털검색엔진에서 작품 이미지나 정보를 일일이 찾아야 한 당시, 앱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후자는 미술관과 박물관같은 기관에서 만든 플랫폼으로 2010년 영국 테이트가 첫 앱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전시 및 소장품 정보, 기관 운영 시간, 위치 안내 등 종이 팸플릿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을 모바일 플랫폼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테이트 브리튼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듬해인 2011년 2월, ‘구글 아트앤컬처(구 구글아트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자본으로 스스로 히어로가 된 아이언맨처럼 천문학적 투자로 탄생한 구글 아트앤컬처는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의 판도를 개척했다. 붓 터치와 캔버스 크랙까지 보이는 초고해상 이미지와 미술관 내부 스트리트 뷰는 2차원적 정보 제공에 그친 기존 아트 플랫폼에서 벗어나 시공간을 초월한 관람을 실현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생생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손 안의 미술관’ 개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순간이다. 획기적인 플랫폼임에도 런칭 초기엔 테이트,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 마드리드 프라도 국립미술관을 포함해 단 17개의 기관만이 구글과 함께했다. 그러나 “구글아트프로젝트는 모든 사람이 합류할 만큼 승산이 있어 보인다(From where I sit Google’s Art Project looks like a bandwagon everyone should jump on)”라는 <뉴욕타임스>의 런칭 당시 평가는 완벽하게 적중했다. 현재 구글에서 컬렉션을 열람할 수 있는 뮤지엄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뮤지엄, 상하이 롱 뮤지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등 1000개가 넘는다. 뮤지엄을 포함한 관광 명소, 문화유산, 극장 등까지 합하면 9000여 곳의 스트리트 뷰를 볼 수 있으며, 체 게바라부터 힐러리 클린턴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풍미한 역사적 인물과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뿐 아니라 나만의 컬렉션, 아트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해 보다 복합적인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세계 어느 전시장이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관람할 수 있는 구글 아트앤컬처.
이렇듯 미술계 모바일·온라인 플랫폼의 입지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선 대구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대림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이, 해외에선 LACMA, 퐁피두 센터,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프릭 컬렉션, BKM, 루브르 박물관 등이 앞다투어 공식 앱을 출시하고 있으며, 콘텐츠 또한 오디오 가이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온라인 미술관 투어, 교육 등으로 더는 종이 팸플릿과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 더 나아가 몇몇 해외 기관은 여러 앱을 동시에 운영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 예가 모마와 테이트다. 모마는 유명 작가처럼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MoMA Art Lab’, 예술 서적 아카이브 ‘MoMA Books’(태블릿 PC 전용) 앱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이트는 소장품으로 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Tate Trumps’, 오늘 하루와 테이트 소장품을 매치하는 ‘Magic Tate Ball’ 등 예술과 실생활을 연결하는 앱을 제작했다. 이러한 플랫폼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제 관람객은 기나긴 오디오 가이드 대여 줄에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새로운 플랫폼 덕에 현대미술이 한층 쉬워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작품을 더욱 자세히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세계는 당신의 캔버스입니다(The world is your canvas)’라는 타이틀을 내건 스냅챗의 새로운 플랫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0월 3일 스냅챗은 ‘Balloon Dog’, ‘Popeye’ 등 제프 쿤스의 대표작을 뉴욕, 시드니, 런던, 콜카타,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증강현실로 만날 수 있는 ‘Art×Snapchat’을 공개했다. 이는 곧 다수의 관람객이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기존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와 작품을 일대일로 매치하는 새로운 관람 방식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또한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 시간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의 영역을 큐레이터에서 일반 사용자로 확장했다는 것도 큰 의미다. 스냅챗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Lens Studio’란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가 본인의 작품을 증강현실로 구현하고, 이를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게 한 것. 이처럼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은 이제 예술을 소비하는 영역을 넘어 창작과 소통의 단계까지 나아간다.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그 시작은 유형을 나눌 수 있을 만큼 간결했지만, 10년도 채 되지 않아 양적·질적으로 진보했다. 화면으로 즐기는 온라인 미술관과 앱을 통해 감상하고 배우는 전시는 이제 기본이며, 창작 영역까지 그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덕분에 관람객은 손쉽게 정보를 접하고 나아가 큐레이팅, 수집, 창작 같은 전문가의 영역까지 체험할 수 있다.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이 가져오는 이점은 비단 관람객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스냅챗과의 컬래버레이션 당시 제프 쿤스가 “창조적 경험은 우리를 하나로 모으고 더 나은 의사소통을 가져온다(The creative experience brings us together and brings about better communication)”고 말했듯,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플랫폼이 주는 창조적 경험은 미술계에 새바람을 불러올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런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미술계와 관람객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노를 저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글 이효정(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