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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개척하는 도시, 아부다비

LIFESTYLE

아부다비는 문화 예술 시설을 세우고 섬을 개발하는 데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는 그렇게 ‘문화 예술 도시’라는 명성을 쌓아 올렸다.

루브르 아부다비가 완성한 아부다비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아랍에미리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단연 방대한 석유 매장량에 기반을 둔 어마어마한 자금력이 떠오를 것이다. 그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대규모 계획 등을 연달아 발표하며 세계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중에서도 아랍에미리트의 두 번째로 큰 도시 두바이는 ‘중동의 신화’라 불리며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정작 아랍에미리트의 국토 80%를 차지하는 수도 아부다비는 두바이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북동쪽에는 두바이, 동쪽엔 알아인 오아시스를 둔 아부다비는 두바이가 무역에 집중하며 발전에 박차를 가할 때도 별다른 변화의 흐름을 감지할 수 없었다. 하지만 1958년 해저 유전을, 1960년엔 사막 유전을 발굴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위가 상승하며 관공서나 호텔을 비롯한 현대식 건물이 연이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인공 섬을 개발한 두바이와 달리 아부다비는 자연 섬으로 이루어져 자연 친화적 특성을 지닌다. 섬을 개발할 때도 친환경적 면모를 보이는 아부다비가 두바이와 차별점을 두려 힘을 쏟은 분야는 바로 문화와 예술이다. 게다가 다소 인지도가 낮은 아부다비가 세계를 술렁이게 한 데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 유치가 한몫했다. 하지만 단순히 루브르라는 이름만으로 아부다비가 명성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 또한 문화와 예술을 향한 아부다비의 아낌없는 투자와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니까 말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경이 달라지는 루브르 아부다비의 건축.

루브르의 선택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무려 루브르 분관 개관이라는 성과를 이루어낸 아부다비.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지역 내·외부의 반대 여론으로 5년이나 개관을 미룬 루브르 아부다비가 지난 11월 11일 드디어 오픈했다. 아부다비는 계획 당시 ‘루브르’라는 명칭을 향후 30년간 사용하고 개관 후 15년 동안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을 전시하는 대가로 프랑스 정부에 막대한 비용을 지급했다. 서구 인류학에 근거한 디스플레이를 넘어 아랍에미리트의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전시를 계획하겠다고 밝히기도. 개관 후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루브르 아부다비는 150여 점에 이르는 루브르 박물관의 초창기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회화, 조각, 가구, 도자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은 다양한 컬렉션이 오는 4월 7일까지 아부다비의 관람객과 만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장-뤼크 마르티네즈(Jean-Luc Martinez) 총괄 디렉터가 기획한 전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1 루브르 아부다비는 개관전으로 그동안 파리 밖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2 건축가 장누벨은 루브르 아부다비가 바깥의 빛을 그대로 흡수하도록 디자인했다.

루브르 아부다비의 디렉터 마누엘 라바테(Manuel Rabate)는 개관식에서 “어느 곳도 비할 데 없는 컬렉션과 특별한 예술 작품을 소개할 겁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작품뿐 아니라 건축 또한 21세기에 걸맞은 걸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흥분으로 가득한 기나긴 준비 기간을 거쳐 오프닝에 이르렀습니다. 특별한 순간입니다”라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얼마 전 루브르 아부다비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흥미로운 소식을 알렸다. 지난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를 곧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한다는 것. 아직 전시 시기를 확정하진 않았으나, 다빈치는 진품으로 인정된 작품이 20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만큼 귀한 기회를 찾아 많은 관람객이 모일 듯하다.

미래적 디자인으로 아부다비의 랜드마크가 될 아부다비 퍼포밍아츠센터는 자하 하디드의 손에서 탄생했다.

스타 건축가와 메가 뮤지엄의 만남
아부다비는 야스(Yas), 서바니야스(Sir Bani Yas), 사디얏(Saadiyat), 알마리야(Al Maryah), 림(Reem), 누라이(Nurai) 등 각기 고유한 목적을 지닌 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사디얏섬에 있는 사디얏 문화지구(Saadiyat Cultural District)를 주목해야 한다. 아부다비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 기관이 몰려 있는 곳이다. 앞서 언급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2008년)을 받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중동의 뜨거운 태양을 상징하듯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그대로 흡수하는 장엄한 돔 건물을 선보였다.
장 누벨뿐 아니라 현재 건설 중인 기관에도 거물급 건축가가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의 쇠락한 공업 도시 빌바오를 최고의 관광지로 만든 구겐하임 미술관은 중동에 처음으로 분관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기약 없이 완공일이 미뤄졌지만, 빌바오 신화 의 주인공 프랭크 게리가 2006년 디자인을 발표했을 때는 크게 주목받았다.

3 노먼 포스터의 자이드 국립박물관은 곡선형의 아름다운 건물이다.
4 프랭크 게리가 구겐하임 아부다비의 디자인을 맡았다는 소식에 예술계가 들썩였다.
5 대규모 뮤지엄이 몰려 있는 사디얏 문화지구에서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3면이 아라비안 걸프의 물로 둘러싸인 건물이 인공 방파제 역할을 하고, 산업 시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전시 공간은 다양한 형태와 높낮이로 이루어져 자유분방한 전시를 낳을 전망이다. 또한 프리츠커상 수상(2004년)에 빛나는 이라크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은 아부다비 퍼포밍아츠센터도 2007년 착공,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건축가로 알려진 그녀가 미래적 디자인으로 완성한 아부다비 퍼포밍아츠센터는 5개의 극장, 뮤직홀, 콘서트홀, 오페라하우스에서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예술을 선보일 대규모 예술 공간으로 기대를 모은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를 설립한 노먼 포스터가 2010년 착공한 자이드 국립박물관은 사디얏 문화지구 중심부에 들어선다. 설치 작품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선형 건물이 아부다비의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그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양박물관은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아 2012년부터 건설 중이다. 선박의 갑판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해 완공하면 해양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치 바닷속에 있는 듯한 착시 현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부다비의 유수 현대미술 갤러리 중 하나인 NYUAD 아트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다양한 예술을 실험하는 곳
아랍에미리트에 블록버스터 뮤지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공간의 활약도 만만찮다. 2015년에 설립한 웨어하우스 421은 아랍에미리트의 창의적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한 문화 공간이다. 미나자예드 지역에 있는 산업 창고에 들어서 미술, 디자인, 공연, 음악을 위한 플랫폼으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곳에선 1월 14일까지 < Community & Critique: SEAF 2016/2017 >전을, 2월 11일까지는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순회전 < In Making >을 만날 수 있다.
뉴욕 대학교의 아부다비 분교에 있는 NYUAD 아트 갤러리도 둘러볼 만하다. 1월 7일까지 아이웨이웨이와 아람 바르톨 등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을 통해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관계를 주목한 < Invisible Threads >전이, 1월 13일까지는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추상표현주의 등 뉴욕 아트 신을 소개하는 < Inventing Downtown >전이 열리고 있다. NYUAD 아트 갤러리는 아부다비 커뮤니티 프로젝트에 주목하는 비영리 갤러리 ‘프로젝트 스페이스’도 운영하고 있다. 중동 현대미술 신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구정원 JW Stella Art Collectives 디렉터는 “메가급 기관이 즐비한 데 비해 로컬 아트 신은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하지만 NYUAD 아트 갤러리와 웨어하우스 421, 왕가에서 자국 예술가를 후원하기 위해 세운 살라마 빈트 함단 알 나하얀 재단, U.A.E. 언리미티드 아랍 익스플로레이션 등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6 NYUAD 아트 갤러리가 1월까지 선보이는 < Invisible Threads >전의 포스터.
7 아부다비의 로컬 아트 신을 책임지는 웨어하우스 421 내부 전경.
8 웨어하우스 421은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이벤트를 연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아트 페어 ‘아부다비 아트’도 중요한 볼거리다. 2007년 처음 시작한 이래 놓쳐서는 안 될 아트 페어로 자리 잡은 아부다비 아트는 지난 에디션에서 2만여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페어 현장을 찾은 구정원 디렉터는 “아부다비 아트는 아랍에미리트 문화관광부에서 직접 운영해요. 야외에는 아랍에미리트의 국공립, 사립 및 비영리 미술기관의 부스를 세워 정보 교환의 장을 마련합니다. 그 덕분에 해외 관람객은 이곳의 문화 예술 신을 한눈에 알 수 있죠. 2015년 페어에선 마라야 아트 센터 부스가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시크릿 시네마>를 상영하는 등 국제적 교류도 활발해요. 해를 거듭할수록 내용 면에서 살을 찌우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서울에서 아부다비까지는 비행기로 10시간 30분,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 항공이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아부다비에서 경험할 예술적 순간을 생각하면 그 시간쯤은 거뜬히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예술 전문 시설이 가득한 사디얏 문화지구, 걸출한 건축가가 설계한 미술관과 박물관, 실험적 예술 공간과 아트 페어 등 아부다비에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고루 접할 수 있다. 중동의 문화 예술 중심지로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도시 아부다비의 행보를 지켜보자. 문화 예술에 중심을 둔 아부다비의 관광정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면 더욱 좋겠다.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