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달린다
운전과 주차를 대신 해주고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 든든한 남편 혹은 남자친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운전자에게 자유를 주는 지능적이고 능동적인 자동차 이야기.
얼마 전만 해도 자동차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디지털화, 그중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가장 흥미로운 이슈였다.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긴 듯한 대형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구현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스템을 제어하는 기능까지. 사물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모바일 기기와 결합한 자동차가 운전자의 편의를 극대화하 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를 열어줬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금 자동차업계는 한층 스마트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행하고, 브레이크나 핸들, 가속페달 등을 제어하지 않아도 도로 상황을 파악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에 온 관심이 쏠려 있다. 자율 주행은 무인 자동차와는 다른 개념이다. 운전 자가 탑승하되 운전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자동차가 사람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즉 운전기사가 내 차를 대신 모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율 주행의 초석은 크루즈 컨트롤이 다졌다. 운전자가 정해놓은 속도를 차가 알아서 유지하는 기능으로 운전자가 발목을 움직일 일은 없지만 제동과 스티어링 휠 조작은 직접 해야 한다. 사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진작부터 고급 중대형 세단에서 볼 수 있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아 본인의 차에 그 기능이 있어도 활용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엔 세그먼트에 상관없이 기본 사양처럼 채택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최근에는 일정 속도로 주행하는 것뿐 아니라 도로 상황을 인지해 제동과 차선 유지까지 알아서 척척 해내는 더 똑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운전자를 보호하는 최첨단 안전 시스템과 편의 장치도 능동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재규어 XJ처럼 사각지대에 차량이 들어오면 사이드미러의 아이콘을 깜박이며 주의하라고 알려주거나, 제네시스 G80처럼 보행자 인식 기능으로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스스로 멈추는 식의 능동적 안전 시 스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주차하느라 진땀 뺄 일도 없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BMW 뉴 7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의 경우 차에서 내린 상태에서 원 격으로 주차하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이처럼 바야흐로 ‘반자율 주행 시대’라 할 수 있을 만큼 자동차에 권한을 넘긴 기능이 화두다. 그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자율 주행 기능을 선보이는 세 브랜드를 꼽았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 클래스
Mercedes-Benz, 가장 똑똑한 프리미엄 세단
현재 자율 주행에 가장 근접한 기술을 선보이는 브랜드 중 하나는 메르세데스-벤츠다. 6월에 출시한 더 뉴 E 클래스는 7년 만에 풀 체인지했다는 사실보다 브랜드가 강조하는 ‛Masterpiece of Intelligence’가 더 실감 나는 모델이다. 먼저 60초가량 자율 주행이 가능한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드라이빙 파일럿이 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운전대를 놓 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면 꽤 유용하다. 앞차보다 속도가 빠르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전방에 차가 없으면 스스로 속도를 올리며 치고 나간다. 커브에 선 자동으로 핸들이 돌아가기 때문에 별다른 조작이 필요 없다. 다만 60초 후 기능을 재가동할 때 스티어링 휠에 있는 작은 터치 패드를 살짝 눌러줘야 한다. 보통의 자율 주행 기능은 차선이 명확하게 드러날 때 사용 가능하거나 정해진 제한속도 내에서만 이용 가능한 식으로 제약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더 뉴 E 클래스는 차선이 없을 때도 앞차의 궤적 을 좇는다. 그 덕분에 고속도로뿐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사용 범위가 넓어진 셈. 또 하나 눈여겨볼 기능은 파킹 파일럿이다. 기존의 자동 주차는 운전대 방향이 나 액셀, 브레이크의 사용을 안내하면 운전자가 그대로 따라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차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혼자서 차를 댄다. 파킹 파일럿 버튼을 누르면 주변의 주차 공간을 탐색한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빈 주차 공간을 띄운다. 운전자가 그중 하나를 선택한 다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알아서 움직인다. 차를 뺄 때도 마찬가지다. 방 향만 설정하면 움직인 동선을 기억했다가 그대로 빠져나온다. 물론 그보다 놀라운 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차에서 내려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 주차가 가능하다는 점(국내에 출시한 모델에선 아직 이용할 수 없다). 이런 기능을 사용해보면 더 뉴 E 클래스를 두고 왜 ‘인텔리전트’라고 말하는지 깨닫게 된다.
뉴 아우디 A6 아반트
더 뉴 E 클래스의 파킹 파일럿
뉴 아우디 A4의 프리 센스 시티 보조 시스템
Audi, 자율 주행 종합 선물 세트
아우디는 올 상반기에 뉴 아우디 Q7, 뉴 아우디 A4, 뉴 아우디 A6 아반트까지 각기 다른 세그먼트의 신차를 발표했다. 그리고 각 모델마다 자율 주행에 근접한 첨단 기술을 골 고루 배분했다. 뉴 아우디 Q7은 교통 체증 지원 시스템을 주목할 만하다. 도로가 꽉 막힌 경우를 상상해보라.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언제 차가 끼어들지 몰라 집중해야 한다. 시 속 65km 이하에서 가속과 조향을 차에 맡기는 것으로, 저속으로 달릴 때 사용하면 피로감을 덜어준다. 핸들 왼쪽 아래에 달린 별도의 버튼을 눌러 차선 인식 장치를 켜고 앞차 와의 간격, 속도 등을 맞추면 된다. 차선을 인식하면 계기반에 초록색 불이 뜨면서 자율 주행이 시작되는 것. 커브 길에서는 차선을 밟는 경우가 있지만 앞차와의 간격 조정은 비 교적 정확하다. 뉴 아우디 A4는 안전 기능을 강화했다. 사고 발생률을 줄이거나 완전히 피할 수 있는 아우디 프리 센스 시티 보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전방 시야의 위험한 상황을 식별하면 브레이크에 진동을 보내 경고한 다음 운전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스스로 멈춘다. 보행자 경고는 최대 85km/h, 차량 경고는 최대 250km/h까지 작동한다. A6의 우아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계승한 왜건 뉴 아우디 A6 아반트는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의 활약이 돋보인다. 시속 60~250km 사이라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도 차선 이 탈시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이 움직이며 본래 차선으로 복귀한다.
볼보의 인텔리세이프 시스템
Volvo, 첨단 시스템이 지켜주는 안전
현재 SUV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뽐내는 볼보 더 올 뉴 XC90.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파일럿 어시스트 Ⅱ를 탑재해 대세가 된 자율 주행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미 널리 쓰이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보다 한 단계 진보한 시스템. 전방에 감지되는 차량이 없어도 최고 140km/h까지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게 한 다. 기존에는 곡선 도로에서 스티어링 휠 조작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차선만 명확하면 웬만한 코너링도 능숙하게 해내고 차선을 밟거나 이탈하지 않고 정중앙으로 움직인다. 사 용법도 간단하다. 핸들 왼쪽에 놓인 버튼을 눌러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조향하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띄워 운전자가 인지하게 한다 . 기능을 계속 유지하려면 핸들을 살짝 움직이면 된다. 파일럿 어시스트 Ⅱ는 분명 흥미로운 기능이지만, ‘안전한 차’의 대명사인 볼보답게 인텔리세이프 시스템(볼보의 지능형 안전 시스템)은 더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초로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을 선보여 도로 이탈로 인한 사고를 예방한다. 만약 도로에서 차가 벗어날 경우 안전벨트를 압박해 운전자 를 재빨리 시트에 최대한 밀착시킨다. 이때 좌석에 장착한 에너지 흡수 장치가 충격을 흡수해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티 세이프티 기능도 업그레이드했다. 이전에 앞차와 보행자, 자전거를 인식했다면 이번에는 큰 동물과 교차로에서 반대편 차량의 추돌 위험을 인지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사고 위험이 발생하면 스스로 제동하며 충돌을 미연에 막는 것. 볼보는 자율 주행을 넘어 다양한 상황에서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있다.
에디터 | 문지영 (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