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란 이름
여러 행사로 분주한 5월에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진정한 어른과 스승의 의미.
“나는 학생들에게 문학에 대한 사랑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심어줬기를 바랐다. 보답으로 돌아온 것은 훨씬 뿌듯한 결과물이었다. 바로 세상 사람들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제자들의 모습이었다.” _<삶의 끝에서> 중
5월은 가정의 달이자 감사의 달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인사를 차리기 바쁜 한 달이기도 하다. 그동안 자칫 형식에 치우쳐 본질을 잊진 않았는지, 지금 가장 고맙고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돌아본다.
부지런을 떨며 찾아가진 않더라도 이맘때쯤 생각나는 훌륭한 어른들이 있다. 오래도록 전하지 못한 마음이 쌓이면 결국 미안함이 되지 않던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는 진솔한 마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방식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동문학가 이오덕과 권정생이 30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오덕 선생님, 다녀가신 후 별고 없으셨는지요? 바람처럼 오셨다가 제(弟)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가셨습니다. 일평생 처음으로 마음 놓고 제 투정을 선생님 앞에서 지껄일 수가 있었습니다.” 1973년 처음 만난 마흔아홉의 이오덕과 서른일곱의 권정생은 이후 평생 교류하며 편지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편지에는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거나 쓰고 있는 글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하는 따뜻한 마음이 문장마다 녹아 있다. 사람이 타인을 아끼고 마음을 쓴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시대에 읽는 두 문학인의 편지에서 깊은 온기가 느껴진다.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서신이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일깨운다면 신영복의 <더불어 숲>은 세상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나눈다. ‘이 시대의 스승’이라 불린 그가 작고하기 한 달 전 개정판을 내놓은 이 책은 스페인 우엘바 항구에서 시작해 중국의 태산에 이르기까지 세계 22개국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 신영복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겸손하고도 날카롭다. 브라질 아마존 강가를 찾은 그는 우람하고 장고한 생명이 깃든 자연을 마주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문명의 이기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원주민의 삶을 걱정한다. 중국 만리장성에 올라 장대한 축조물을 바라보면서도 그것을 위해 바친 사람들의 희생을 먼저 되새긴다. 세계 기행을 마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나무가 더불어 숲이 되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더불어 살아가는 ‘새로운 인간주의’라는 것이다. 비판과 성찰이 담긴 글을 읽다 보니 문득 그가 그리워진다.
다비드 메나셰가 쓴 <삶의 끝에서>는 신영복의 여행과는 사뭇 다른 여행 이야기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말하자면 ‘감동 실화’ 에세이다. 그는 서른넷의 나이에 뇌종양 말기 선고를 받았지만 투병하는 동안 계속 학생을 가르쳤고, 시력을 잃고 몸 한쪽이 마비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교단에 설 수 없게 되자 옛 제자들을 찾아 미국 전역을 돌기로 결심한다. 그 여정을 글로 옮긴 것이 ‘어느 교사의 마지막 인생 수업’이란 부제의 이 책이다. 그는 생의 남은 시간 동안 사회 각계각층에 자리 잡은 75명의 제자를 찾아 좋은 교사로 살아온 시간에 대한 선물 같은 만남을 가졌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책 중간중간에 삽입한, 그를 기억하며 써 내려간 제자들의 글이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을 가장 가치 있게 쓰는 길은 그보다 더 오래도록 남을 것에 바치는 것이다”라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시간을 초월해 오래도록 남을 것을 전해온 많은 스승과 어른에 대해 생각하는 5월이다.
에디터 |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