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치의 재발견
베니스 비엔날레와 스와치가 10년간 함께해온 동력은 예술을 사랑하는 스와치 특유의 순수하고도 자유로운 방식에 있다.
Swatch

(왼쪽부터) 트레이시 스넬링, 산티아고 알레만, 카를로 조르다네티, 제시 잉잉궁 그리고 도로시 M 윤.
1990년대 초반 유행한 유럽 배낭여행에서 하나쯤은 꼭 사 오던, 어린 시절 처음 내 것으로 가져본, 또는 자녀에게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건네준 시계. 세상에 존재하는 워치 브랜드는 베니스의 골목과 골목을 잇는 작은 다리의 개수만큼이나 많지만 이 세 가지 수식을 모두 충족하는 브랜드는 캐주얼한 시계의 대명사, 스와치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관심을 기울인 친근한 스와치의 또 다른 얼굴을 지난 5월 초에 개막한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알다시피 베니스 비엔날레는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행사로, 스와치는 2009년부터 메인 스폰서로 활동해오고 있다. 스위스 출신의 이 워치메이커는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라는 주제로 거행된 올해의 전시에서 오랫동안 예술과 동행해온 스와치의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 스와치가 2011년부터 상하이에서 운영 중인 레지던시, 스와치 아트 피스 호텔.
2 산티아고 알레만의 ‘Levo’(2019).
3 스와치와 조 틸슨이 베니스 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조 틸슨 베네치안 워치’.
예술은 스와치의 핵심 브랜드 철학 중 하나다.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와치는 2011년 겨울부터 상하이에서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다.
1908년부터 상하이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유서 깊은 팔래스 호텔을 전신으로 둔 ‘스와치 아트 피스 호텔(Swatch Art Peace Hotel)’은 아티스트에게 주거와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건 물론 전시장, 라운지뿐 아니라 하우스키핑과 호텔식 조식 서비스까지 갖췄다. 입주한 아티스트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고안된 최적의 장소다. 순수예술부터 음악과 사진, 무용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까지 이곳을 거쳐간 아티스트만 330여 명. 경계 없는 운영 방식에 걸맞게 아티스트가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를 언제든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자체 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레지던스 입성이 결정된다.
이처럼 스와치 특유의 예술을 사랑하는 방식은 한국을 포함한 국가관이 자리한 지아르디니(Giardini) 정원과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장인 아르세날레(Arsenale), 두 전시관 모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아르디니에서는 영국 팝아트의 거장 조 틸슨(Joe Tilson)이 베니스 성당 벽의 컬러와 패턴을 형상화한 작품 ‘The Stones of Venice’를 일부 확대해 완성한 조형물 ‘The Flags’를 소개했고, 아르세날레에서는 스와치 아트 피스 호텔을 거쳐간 아티스트 4명의 작품을 전시한 ‘Swatch Faces 2019’관을 마련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상업적 아트 페어가 아니기에 더욱 자유로운 시선으로 전 세계 예술 종사자를 만날 수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는 건 스와치가 예술을 사랑하는 워치메이커라는 이미지를 알리는 동시에 신진 아티스트에게 더 실질적인 방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전한 스와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로 조르다네티(Carlo Giordanetti). 그의 말처럼 베니스 비엔날레 스와치 전시에서 만난 아티스트들에게서는 현대미술과 동행하는 스와치의 자유로운 행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2019개의 ‘조 틸슨 베네치안 워치’를 소개하던 조 틸슨의 순수한 미소가 그랬고, ‘Swatch Faces 2019’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각자의 색깔을 발산하던 4명의 아티스트도 마찬가지였다.

4 도로시 M 윤의 ‘This Moment is Magic’(2017~).
5 제시 잉잉궁의 ‘Enfolding’ (2018~2019).
한국 출신의 아티스트 도로시 M 윤은 띠와 별자리를 상징하는 24개의 자수 요술봉과 색동으로 만든 ‘매직 드레스’를 포함한 프로젝트 ‘This Moment is Magic’을 선보였다. 독한 항암 주사를 ‘요술봉’으로 위트 있게 해석해 관람객을 색다른 경험으로 이끈 그녀는 “지극히 한국적인 색동의 다양한 색감에서 인생의 여러 순간을 목도했다”고 말하며 유쾌함을 선사했다. 여러 재질과 컬러 조합으로 얻은 기하학 모형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되돌아보는 스페인 아티스트 산티아고 알레만(Santiago Aleman)은 “스와치와 함께하며 도시 상하이에서 발견한 역동성을 작품에 담았다”며 차분한 목소리로 작품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과 일본 여성의 문자 누슈(Nushu)와 오나데(Onnade)를 통해 두 문화가 하나의 문자로 만나는 과정을 담은 흥미로운 작품을 소개한 중국 작가 제시 잉잉궁(Jessie Yingying Gong)과 다른 문화와 삶을 향한 시선을 마치 3D 콜라주처럼 수많은 아이템을 쌓아 완성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 미국 작가 트레이시 스넬링(Tracey Snelling)도 흥미로웠다. 이들은 순수한 창작 기회를 제공하는 스와치 아트 피스 호텔에서의 경험을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에 투영했다. 이는 예술을 하나의 규정된 시선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창작을 아낌없이 지원해온 스와치의 철학과 결을 같이한다.
11월 24일까지 열리는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올해도 어김없이 관람객 안에 내재된 모든 형태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그러기에 스와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그 수많은 감정 속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방식이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음을 관람객에게 알려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위트와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스와치의 캐주얼한 시계처럼 자유로운 시선으로 모던 아트를 지원하는 이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문의 02-3149-8265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글 배우리(파리 통신원) 사진 제공 스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