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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대신 레지던시, 예술가의 색다른 창작 공간

ARTNOW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는 아티스트 커뮤니티(artist community), 아트 콜로니(art colony) 등으로도 불린다. 즉 예술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간을 지향한다는 뜻. 예술가의 고립된 작업실을 벗어난 창작 공간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는 끊임없는 변화와 소통을 꿈꾸는 예술가에게 새로운 열정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살아 있는 무대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상의 폭은 실로 무한하다. 작품의 시각적 아름다움부터 그 작품 뒤에 숨은 작가의 모습까지 끊임없이 예술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중 단연 으뜸은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는 작가의 작업실이 지닌 이면일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작가의 작업실이 품은 특별함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작가도 자신만의 공간을 벗어나 일탈을 꿈꾸며 색다른 창작 공간을 찾아 나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일정 기간 특정 장소에 머무르며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artist-in-residency)’ 프로그램은 새로운 환경과 경험을 꿈꾸는 많은 예술가에게 사랑받고 있다. 초창기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는 예술가를 후원하는 형태로 개인적 미의 추구 혹은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변해가는 시대상에 따라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는 예술가의 사회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예술 문화의 한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다. 단순히 예술가의 단독 창작 활동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상호 소통을 통해 문화 교류를 하는 하나의 사회적 행위로 탈바꿈한 것이다. 특히 해외의 다양한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 타 문화의 교류를 위한 새로운 예술 창작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뉴욕과 롱아일랜드에서 진행하는 ARPNY는 작가들의 실질적 미술계 교류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통과 미술 인프라의 중심, ARPNY: 이승헌 작가
예술인의 도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뉴욕에는 수많은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여러 국가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부터 독립적 예술 기관의 후원까지 넓은 범주에서 이루어지는 덕분에 뉴욕 미술계에서는 필수 문화 코드가 된 듯하다. 뉴욕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살려 주로 건물 안에 스튜디오 공간을 꾸민다. 뉴욕과 롱아일랜드에서 진행하는 ARPNY(Art Residency Program New York) 프로그램은 BCS 갤러리와 같이 운영하며, 오픈 스튜디오와 전시 등 참여 작가들의 실질적 미술계 교류에 중점을 준다. 뉴욕 첼시의 한 갤러리 큐레이터 소개로 ARPNY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진작가 이승헌은 레지던시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른 작가와의 소통을 꼽았다. 상업적 사진과 예술 작업을 오가던 이승헌 작가는 ARPNY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작품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포함된 갤러리 전시와 오픈 스튜디오, 작품 평론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교류하고 새로운 작품 소재를 발견할 수 있는 ARPNY 프로그램은 이렇듯 뉴욕 미술계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국 메인 주에 위치한 스코히건 레지던시. 김은형 작가는 미국 유학 중 이곳에 참여했다.

끊임없는 실험정신을 꿈꾸게 하는 스코히건 레지던시: 김은형 작가
미국 메인 주에 위치한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Skowhegan School of Painting & Sculpture)에서 운영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현재 뉴욕의 사무실을 기반으로 메인 주의 스코히건 도시에서 진행한다. 매년 지원자가 2000여 명에 달하며,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예술가가 프로그램의 운영진·교수진으로 참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력은 예술가의 학력란에 기재될 만큼 스코히건 레지던시는 학구적 면모를 갖춘 독특한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동양화 기법을 이용해 2차원과 3차원 드로잉의 경계를 보여주는 김은형 작가는 미국 유학 중 스코히건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공동체의 경험을 추구한 김은형 작가의 실험정신은 스코히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철학과 잘 맞아떨어졌다. 9주에 걸친 공동체 생활, 매일 밤 열리는 파티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 활동을 격려하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한다. 파티는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서로의 개성과 문화를 토대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장이다.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도 스코히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고수하고 있는 전통적 벽화 작업은 참여 예술가들이 각자 개성을 살려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동체 예술 문화로 굳게 자리 잡았다. 김은형 작가도 벽화 작업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얻은 영감은 작가의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다.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수묵화 기법으로 그려내는 현재의 2차원과 3차원 벽면 드로잉은 스코히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코히건뿐 아니라 세계 60여 개국의 작가가 참여하는 뉴욕 ISCP(The 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한국 대표로 참여한 김은형 작가는 프로그램 내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작가의 상호 소통뿐 아니라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 등 다양한 미술계 인사와 대중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서울 외곽에 위치한 여느 레지던시와 달리 도심에 자리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도심 속 예술 창작 에너지를 만드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장재철 작가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예술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과거 공모전 위주로 신진 작가를 발굴해 지원하던 형태에서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예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적극적 예술 지원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창작 스튜디오가 작가의 독립된 작업 공간과 환경을 고려해 한적한 서울 근교에 문을 연 반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서울 도심에 들어섰다. 과거 쓰레기 매립지에서 서울 시민을 위한 도심 속 생태 환경 공간으로 거듭난 난지도의 유휴 시설(침출수 처리장)을 리모델링해 예술가의 창작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입주 기간은 1년으로, 짧게는 2주부터 6개월 단위로 진행하는 다른 레지던시 프로그램보다 다소 길다. 그 덕분에 전시와 연구, 학습, 교류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장점. 더불어 도심에 위치한 덕에 스튜디오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캔버스를 강렬한 색과 함께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장재철 작가도 보다 많은 대중과의 접촉을 통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일상과 예술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예술 이외에 철학, 문화, 사회, 경제 등의 분야를 멘토링하는 프로그램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의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장윤정(아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