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예술, 하이엔드의 시간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 ‘시간’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아낌없이 투여해 완성한 하이엔드 럭셔리 아이템 11.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더 버클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무브먼트 조립에만 12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11년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더 버클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개발 기간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설립 이래 역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 제작이라는 고유의 미학을 추구해왔다. 63개의 워치메이킹 컴플리케이션과 2877개의 부품, 31개의 핸드로 구성된 캐비노티에 더 버클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Les Cabinotiers the Berkley Grand Complication)은 무브먼트 조립에 온전히 집중한 1년 이상의 시간을 포함해 3명의 워치메이커가 총 11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한 회중시계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 태음태양력을 활용한 차이니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적용한 최초의 기계식 시계이기도 하다.
2200년까지 프로그래밍된 차이니스 퍼페추얼 캘린더와 더불어 문페이즈 아래 자리한 창을 통해 올해의 십이지에 해당하는 동물 실루엣과 천간의 조합을 통해 올해가 육십갑자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표시하고, 음력 설날의 정확한 날짜는 디스크 타입 디스플레이를 통해 선보인다. 그와 더불어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그랑 소네리와 알람, 3개의 축을 갖춘 아밀러리 투르비용 메커니즘,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등 복잡 시계를 상징하는 최고 수준의 기술적 성취를 모두 포함한다.
지난 2015년 제작한 바쉐론 콘스탄틴 레퍼런스 57260의 기록(57개의 컴플리케이션)을 가볍게 뛰어넘은 이 회중시계를 의뢰한 VIP 고객은 과거 히브리 퍼페추얼 캘린더를 장착한 최초의 기계식 시계, 즉 레퍼런스 57260을 의뢰한 바로 그다. 그는 레퍼런스 57260이 완성되기도 전에 차이니스 퍼페추얼 캘린더를 장착한 최초의 기계식 시계라는 새로운 도전을 제안했고, 바쉐론 콘스탄틴의 복잡 시계 전문 부서 캐비노티에에 소속된 3명의 워치메이커가 개발을 전담, 레퍼런스 57260의 8년을 뛰어넘는 11년이라는 기록적 개발 기간을 거쳐 기계식 시계 미학의 기념비적 작품을 완성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자사가 1946년 이집트 국왕 파루크 2세에게 선물한 회중시계를 소장하고 있는 이 열정적이며 도전적인 기계식 시계 애호가의 이름 ‘버클리’를 제품명에 붙이는 것으로 기나긴 헌사를 대신했다.

오른쪽 베이비 캐시미어 소재의 로로피아나 팍스빌 보머 재킷.
왼쪽 베이비 캐시미어 소재의 로로피아나 바랄로 후드 보머.
10년
로로피아나 베이비 캐시미어 소재의 비축 기간
로로피아나의 제품 개발과 원자재 소싱을 담당하던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는 1990년대 후반 몽골을 여행하다 자사를 대표하는 소재 캐시미어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다. 한 살이 안 된 새끼 염소를 빗질한 솜털 같은 섬유를 모아 원단을 만드는 것. 하지만 새끼 염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솜털은 극소량이기에 내몽골의 염소 목동들을 설득하고, 제품화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로로피아나는 차근차근 염소 사육자들과 관계를 구축했고, 10년간 새끼 염소를 빗질해 얻은 소량의 속털을 따로 모아둔 끝에 2008년 ‘베이비 캐시미어’라는 이름으로 중독성 있는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새로운 섬유를 세상에 내놓았다. 섬유 한 가닥의 무게가 13.5μ에 불과한 베이비 캐시미어는 새끼 염소 한 마리당 30g 이하의 섬유만 얻을 수 있으며, 버터처럼 부드러운 질감과 매우 가는 두께가 어우러져 피부에 닿으면 잊을 수 없는 감촉과 포근함을 선사한다.

고농축 미라클 브로스가 주성분인 라 메르 제네상스 세럼 에센스.
3~4개월
라 메르 미라클 브로스의 발효 기간
라 메르는 항공물리학자 맥스 휴버 박사가 사고로 얼굴 피부에 입은 화상을 개선하기 위해 기나긴 시간과 수많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설립한 스킨케어 브랜드다. 그는 자신의 피부를 재생시키기 위해 12년간 6000회가 넘는 실험 끝에 하루에 60cm 이상 성장하는 해초 자이언트켈프에서 영감을 얻어 미라클 브로스(Miracle Broth) 용액을 개발했다. 미라클 브로스는 청정 지역에서 자란 해초를 채취, 비타민과 미네랄, 식물성 기름 등과 함께 3~4개월 동안 저온에서 발효시킨 황금색 원액으로, 피부의 자생력을 키워 손상된 피부를 케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생산한 미라클 브로스를 주성분으로 담은 제품이 라 메르를 대표하는 크렘 드 라 메르다. 지난 1965년 미라클 브로스를 응용한 첫 제품을 발표한 이래, 라 메르는 지금도 1년에 두 차례 해초의 성장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손으로 직접 자이언트켈프를 채취하며, 제품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정성스럽게 담는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3년
브레게 기요셰 장인의 훈련 기간
1786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워치메이킹에 처음 도입한 기요셰 기법은 브레게 매뉴팩처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엔진 터닝이라고도 불리는 기요셰는 특정 소재를 직선과 곡선, 또는 비정형 선 등으로 정교하게 인그레이빙하는 기법이다. 브레게는 전통적 핸드 기요셰 방식을 고수하는 희소한 브랜드 중 하나로, 엔진 터닝 기계를 사용하지만 모든 과정을 손으로 통제해야 하는 이 기법을 마스터하기 위해선 탁월한 재능과 오랜 경험이 요구된다. 브레게 로리앙 매뉴팩처의 기요셰 워크숍에서 일하는 장인들은 모두 3년간 자체 훈련 과정을 이수한 후 실제 시계 세공 과정에 투입된다. 기요셰 워크숍은 과거의 기계를 복원하고 개량하는 작업 또한 지속하고 있으며, 현재 훈련과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30여 대의 기요셰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 브레게 클래식 크로노메트리 7727은 여섯 가지 기요셰 패턴을 하나의 다이얼에 담은, 브레게 기요셰 기법의 탁월함을 상징하는 시계다.
50시간
티파니 버드 온 어 락 브로치의 제작 시간
버드 온 어 락(Bird on a Rock)은 20세기 최고의 주얼리 디자이너로 꼽히는 쟌 슐럼버제의 대표작이자 1965년 처음 선보인 이래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티파니를 상징하는 시그너처 컬렉션 중 하나다. 쟌 슐럼버제는 카리브해 일대로 떠난 여행길에서 만난 유황앵무의 모습과 초현실주의 예술 사조에서 영감을 받아 최초의 버드 온 어 락 브로치를 디자인했다. 그가 타계한 후, 티파니는 1995년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린 쟌 슐럼버제 회고전에서 아이코닉한 티파니 옐로 다이아몬드에 버드 온 어 락을 세팅해 새롭게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언제나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쟌 슐럼버제가 유황앵무를 보고 디자인한 버전이다. 오늘날 티파니의 주얼리 디자이너들은 버드 온 어 락 모티브를 다양한 색상의 원석을 활용해 끊임없이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각각의 버드 온 어 락 브로치는 다년간 경험을 쌓은 티파니 장인들이 제작하는데, 8명 이상의 장인이 50시간에 걸쳐 하나의 브로치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지난 2023년에는 브로치를 포함해 네크리스, 이어링, 펜던트, 링 등으로 구성한 버드 온 어 락 컬렉션을 발표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초상’(1916~1917) 에나멜 페인팅 장면. 1997년 도난당한 작품을 23년 만에 되찾았다.
70~90시간
예거 르쿨트르의 에나멜 페인팅을 완성하는 시간
하이엔드 시계의 다이얼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장식하는 에나멜 페인팅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공예 기법이다. 회화 작가들이 붓 터치를 통해 그림을 그린다면, 에나멜 페인팅은 붓 한 올로 그린다고 할 수 있다. 컬러를 입힌 크리스털 가루를 한 올의 붓으로 한 점 한 점 찍어 그림을 그린 뒤 850℃의 오븐에 여덟 번 이상 굽는 과정을 거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70~90시간이 걸린다. 각각의 색상은 열을 가하는 정도에 따라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의도한 색상을 내려면 철저한 시간 계산이 필요하다. 예거 르쿨트르의 시그너처 모델 리베르소의 다이얼을 회전하면 나타나는 백케이스는 에나멜 페인팅 장인들의 탁월한 예술적 표현을 위한 캔버스가 되어왔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히든 트레저는 귀스타브 쿠르베와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세 거장이 남긴 수많은 걸작 중 오래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다시 발견된 작품을 그랑푀 에나멜 페인팅으로 재현한 흥미로운 아이템이다.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아펠 데이 앙샹떼 워치.
180시간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아펠 데이 앙샹떼 워치의 다이얼 조립 시간
반클리프 아펠은 강렬한 황금빛 햇살과 싱그러운 잎사귀, 붉게 핀 꽃밭 위를 요정이 날아다니는 레이디 아펠 데이 앙샹떼 워치(Lady Arpels Jour Enchanté Watch)의 다이얼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파소네 에나멜링 기법을 적용했다. 스테인리스스틸 도구에 조심스럽게 에나멜 용액을 부은 후 커팅을 통해 단계별로 조각, 매끄럽게 빛나는 표면을 만들어내는 이 기법은 개발하는 데 총 16개월이 걸렸으며, 푸른 나뭇잎을 표현하는 플리크아주르 에나멜 내부에 새긴 홈에 젬스톤을 세팅하는 ‘리프팅 세팅’ 기법은 마치 이슬방울이 맺힌 듯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세 가지 색상의 튀르쿠아즈 원석으로 하늘을 표현하고, 태양을 나타내기 위해 다이아몬드와 스페사틴 가닛, 컬러 사파이어를 조합했다. 다이얼이 표현하는 환상적 이야기는 케이스 뒷면에 요정의 비행을 인그레이빙 장식으로 묘사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다이얼을 반클리프 아펠의 장인들이 조립하는 데만 180시간이 걸렸다.
6000시간
그뢰벨 포지 핸드 메이드 1의 제작 시간
이름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공예로 완성한 기계식 시계. 핸드 메이드 1(Hand Made 1) 타임피스는 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 중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보석 등을 제외한 95% 이상을 수공으로 완성한 시계다. 목표는 지난 15세기부터 시작된 수공예 방식 기계식 시계 제작 기술을 부활시키고, 현대 생산 장비에 필적하는 정밀성을 갖추도록 이를 혁신하는 것. 워치메이커 로버트 그뢰벨과 스테판 포지는 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그뢰벨 포지 인하우스를 포함, 각 분야에서 가장 숙련된 장인들로 제작팀을 구성했고, 부품 하나하나를 장인의 손으로 완성하기 위해 개발과 구상 등 준비 기간을 제외한 순수 제작 기간만 3년에 해당하는 6000시간이 필요했다. 톱니바퀴 하나를 제작하는 데 일반 하이엔드 워치에 들어가는 고급 산업용 휠의 600배에 이르는 시간이 걸렸고, 이스케이프 레버의 가공과 마감 작업에만 한 달 보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1년에 2~3개 주문 제작하는 그뢰벨 포지 핸드 메이드 1은 지난 2020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남성 컴플리케이션 시계상’을 수상했다.
3600시간
부쉐론 이헬르 네크리스의 작업 시간
부쉐론의 창립자이자 주얼리 디자이너인 프레데릭 부쉐론은 바람에 휘어진 줄기와 뒤틀린 잎사귀, 시든 꽃 등 시간에 따라 식물이 변화하는 모습을 주얼리로 표현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그 변화무쌍함에 애정을 보였다. 2025년 부쉐론 이스뚜아 드 스틸 컬렉션의 주제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Untamed Nature)’은 프레데릭 부쉐론의 자연에 대한 독특한 비전과 헌사를 담은 28점의 완전히 새로운 하이 주얼리로 구현됐다. 그중 강인한 생명력으로 북극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링곤베리 줄기를 표현한 이헬르 네크리스(Airelles Necklace)는 ‘멀티웨어’라는 부쉐론의 전통을 반영, 네크리스를 구성하는 84개의 잎사귀를 분리해 독립적 브로치로 착용할 수 있는 하이엔드 주얼리다. 작업에 총 3600시간이 소요된 이 네크리스의 잎사귀를 연결하는 줄기 부분은 몸의 굴곡에 맞게 유연하게 변형되어 자유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으며, 각각을 정확히 제자리에 고정하는 맞춤형 잠금 시스템은 이 독특한 형식의 멀티웨어 네크리스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것이다.

에르메스 실크 메시 니트 슬리브리스 드레스.
220시간
에르메스 실크 메시 니트 슬리브리스 드레스의 작업 시간
에르메스의 아트 디렉터 나데주 바니-시뷸스키는 2025 S/S 컬렉션을 통해 보머 재킷이나 조끼로 변하는 코트와 같이 다재다능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을 선보였다. 가죽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장인들의 유산에 뿌리를 두고, 감각과 인식의 효과를 활용한 직선과 곡선의 조화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마치 입을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예술가의 옷처럼. 특히 인상적인 것은 유연하게 빛을 투과하는 실크 메시 소재의 투명함, 그중에서도 컬렉션 런웨이의 파이널을 장식한 룩은 에르메스의 뛰어난 장인정신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실크 메시 니트로 제작한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부드러운 질감을 강조하며 레더와 비즈 자수 디테일을 통해 더욱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폴로 칼라와 지퍼로 깊게 파인 네크라인, 높은 사이드 슬릿이 세련된 실루엣을 완성한다. 에르메스의 장인들이 이 드레스를 완성하는 데는 총 220시간의 작업이 필요했다. 50시간은 비즈 배치에, 170시간은 자수 작업에 소요되었다.

불가리 세르펜티 에테르나 네크리스. 총 140캐럿의 다이아몬드 드롭 7개로 구성했다.
2400시간
불가리 세르펜티 에테르나 네크리스의 제작 시간
로만 주얼러 불가리의 창립 140주년을 기념하는 세르펜티 에테르나 네크리스(The Serpenti Aeterna Necklace)는 200캐럿이 넘는 러프 다이아몬드를 커팅해 총 140캐럿의 다이아몬드 드롭 7개를 제작하는 도전적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놀라운 작품이다. 7개의 다이아몬드는 로마의 일곱 언덕을, 140캐럿은 브랜드의 140년 역사를 상징한다. 브랜드의 비전을 정의하는 가치인 창의성과 전문성, 대담성을 탁월하게 조합한 이 네크리스를 완성하기 위해 불가리의 장인들은 캐럿에 집중하기보다 레이아웃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운 균형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각각의 다이아몬드 드롭을 연결하는 플래티넘 소재의 입체적 물결 구조는 5개월에 걸쳐 세팅한 바게트 다이아몬드로 장식해 마치 물방울이 일렁이는 듯한 디자인과 함께 특별한 광채를 더한다. 이 매혹적인 네크리스는 브랜드의 아이코닉 모티브 중 하나인 세르펜티(뱀)의 특성인 유연함과 영원한 부활, 재탄생을 상징하는 잠금장치로 보호된다. 불가리는 여타 젬스톤 없이 오직 다이아몬드만으로 구성한 세르펜티 에테르나 네크리스를 완성하는 데 총 2400시간을 투여했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