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산문집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시인이라는 존재의 일상 속 내밀한 사유를 그러모은 책 세 권.

시를 음미하기 좋은 계절이 오면 시 저편에 놓여 있을 시인의 사연과 생각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작품성은 널리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알 듯 모를 듯한 존재로 남은 시인이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 담긴 산문집 세 권을 소개한다. 현실에 예민하게 감응하고 심오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시집을 펴내며 한국 서정시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정호승 시인의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시를 곁들인 산문집’이다. 시와 산문은 따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라 여기는 저자의 시 중 68편을 엄선해 그에 얽힌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슬픔이 기쁨에게’, ‘우리가 어느 별에서’ 같은 대표작과 함께 시를 쓴 당시 심정과 사연이 나란히 짝지어 펼쳐지는 구성이다. 청춘에 겪은 이별을 어떻게 승화했는지, 1970년대를 살던 청년 시인으로서 어떤 결의를 했는지 등 시를 통해서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던 깊은 내면을 담담히 고백한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라는 말에서 빌려온 제목처럼 ‘인간 정호승’이 그동안 겪어온 사랑과 고통이 ‘시인 정호승’의 시로 피어나는 광경을 통해 누구의 삶이든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먹먹한 위로를 전한다.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라는 부제가 달린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인생관을 세상에 알린 작가이자 삶의 여행자로 살아가는 류시화의 신작이다. 삶에는 시에 담을 수 없는 일들이 있기에 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마음의 온도를 바꾸는 생각을 그러모아 보다 선명한 이야기로 그려냈다.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는 데 능통한 저자의 섬세하면서 진중한 시선과 뛰어난 언어 감각, 감수성으로 풀어낸 솔직한 표현이 색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다. 새는 해답을 갖고 있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이다. (중략) 삶이 힘든 시기일수록 마음속에 아름다운 어떤 것을 품고 다녀야 한다.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마지막으로 ‘풀꽃 시인’이라 불리는 나태주 시인이 풀꽃문학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쓴 <꽃이 사람이다>. 현재 확장 공사 중인 풀꽃문학관은 올해 문학관을 한 곳 더 개관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며, 저자는 과거로 밀려날지 모를 기존 풀꽃문학관을 두고 지난 시간을 톺아보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써 내려갔다. 꽃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를 향해 시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단상을 산문으로 엮은 것. 2023년 봄이 오는 길목에서부터 여름이 시작될 즈음까지 시인의 언어로, 다시 말해 “머위꽃을 볼 때부터 부레옥잠을 만날 때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풀꽃문학관의 풍경을 기록했다. 직접 심고 가꾼 꽃과 나무 이야기뿐 아니라 유년 시절의 추억, 생명의 소중함,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삶의 철학 등을 특유의 다정한 시선과 따듯한 문체로 담아 푸릇푸릇한 생명을 머금은 봄기운과 함께 감동을 선사한다.
에디터 손지수(jisus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