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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컬렉터의 체크리스트

ARTNOW

작품 구입 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컬렉터의 체크리스트.

흔히 말하는 작품 구매의 4대 요소가 있다. 무엇을(what), 어떻게(how), 언제(when), 어디서(where) 구매할 것인가? 여기에 왜(why) 구매하는가를 더하면 바로 컬렉션의 방향성이 된다. 동시대 미술 작품을 구매하고 컬렉션을 축적하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컬렉션의 규모가 커지고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술품 수집은 사적 취미를 넘어 컬렉터에게 부담과 책임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왜’ 구매하는가, 즉 컬렉션의 목적과 이유는 단순히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취미로 컬렉션 자체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
오랜 시간 꾸준히 작품을 구매해온 컬렉터일수록 ‘좋아서’ 작품을 수집한다고 답하는 이가 많다. 저마다 컬렉션의 방향성과 지향점은 다르지만 현장에서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은 그들의 취미이자 공부와 치유의 시간이고,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작품 수집을 위한 여유 자금이 있는 경우도 많지만, 충분치 않은 수입을 쪼개고 모아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도 있다.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작가와 작고 후에도 인정받는 작가의 작품 가격은 꾸준히 우상향하게 마련이지만, 일반 물품의 중고거래와 달리 작품을 재판매하는 데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기에 투자가 제1의 목표가 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컬렉터라는 ‘부캐’를 오래 지속해온 이들은 처음에는 투자 등 다양한 목적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미술품 자체를 즐기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단기 투자 대상으로 미술품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장기적 취미로 미술품 컬렉션이 더없이 매력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컬렉션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했다면, 작품 구입에 앞서 다음 여섯 가지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시라.

Edith Hammar, Hot and Slutty Giants (drawings), 2024. Nicole Eisenman, Maker’s Muck (sculpture), 2022. Nicole Eisenman and Edith Hammar 〈My Eyes Are Like Funnels, My Ass Is a Hand〉, Moderna Museet Stockholm, 9.21~2025.1.19. © Edith Hammar. © Nicole Eisenman. Photo: My Matson/Moderna Museet.

Joyce Wieland, Time Machine Series, 1961. Art Gallery of Ontario, Gift from the McLean Foundation, 1966. Joyce Wieland 〈Heart on〉,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2025.2.8~2025.5.4. © National Gallery of Canada, Ottawa. Photo: AGO.

Jane Dickson, Heading in – Lincoln Tunnel 3, Oil on Astroturf, 83.8×116.8×6cm, 2003.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Gift of Eve Ahearn and Joseph Ahearn. 〈Shifting Landscapes〉, Whitney Museum, 11.1~2026.1.

1. 공부와 안목 – 작가와 갤러리 연구, 다양한 차원의 교육을 통한 안목 만들기
보고 듣고 읽고 쓰는 공부와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은 비례한다. 좋은 작품, 내게 맞는 작품을 찾기 위해서는 작품을 많이 만나야 하고, 그걸 위한 최고의 장소는 전시다. 미술관과 비엔날레, 갤러리와 아트 페어, 경매 프리뷰, 그리고 대학 졸업전과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시를 통해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인가? 그 판단을 하고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작품뿐 아니라 미술사, 인문학, 작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작가와 협업하는 갤러리의 명성과 신뢰도 역시 알아야 한다. 미술 관련 이론 공부와 함께 〈아트나우〉를 비롯한 주요 미술 전문지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내외 미술 트렌드와 경제 동향을 읽고, 강의와 워크숍, 심포지엄 등 다양한 층위의 교육을 접하자. 좋은 전시로 인정받는 엄선된 곳, 익숙하지 않더라도 눈에 띄는 전시 공간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전달하는 온·오프라인 매체도 참고하면서 보고 읽고 듣고 만나는 다양한 층위의 공부를 통해 안목을 높이고 취향을 알아가자.
한눈에 반한 작품을 즉흥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SNS나 온라인에서 만난 작품이 마음에 드는 경우 작가에게 연락해 구매 방법을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턱이 높은 미술계의 ‘게이트키핑’ 때문에 미술계 경력 없이 SNS에서 하루아침에 ‘뜬’ 작가가 미술계에 진입해 안착하기란 쉽지 않다. 작품은 저작인격권을 지닌 저작물이자 원본성을 띠는 특수한 창작물이며, 작가가 작품 활동을 지속하는지 여부가 장기적 작품 가치 유지에 중요하기에 구매하기 전 작가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2. 관계 쌓기 – 작가, 갤러리, 미술 관계자 등과 만나기, 인맥 형성
그렇게 전시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관심 있는 작가가 하나둘 생길 것이다. 개인전은 물론 그들이 참여한 기획전, 프로젝트를 꾸준히 살피고, 나아가 작가를 직접 만나보는 것도 추천한다. 전시 오프닝에는 대개 작가가 참석하고, 미술관과 갤러리도 대부분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참고할 것. 주요 기관이나 갤러리가 운영하는 레지던시의 오픈 스튜디오 기간에는 작가의 작업실을 살피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무엇보다 주변에 신뢰할 만한 멘토를 둔다면 가치 있는 정보와 핵심에 도달하기 수월해진다. 멘토는 작가부터 큐레이터, 시장 관계자, 평론가, 기자까지 다양하다. 갤러리 역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할 때 기존에 협업한 작가의 추천을 매우 신뢰한다. 이미 오랜 기간 함께해온 작가가 주목하고 인정하는 작가의 작품은 미술을 전공하고 업으로 삼은 이들의 안목이라는 상위 필터를 통과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좋은 전시를 추천하거나 공유하는 미술 관계자들의 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추천한다. 아울러 갤러리 관계자를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관심 가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소식을 좀 더 빨리 얻을 수 있고, 시장 동향이나 다른 컬렉터의 관심사 등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구매처와 예산 정하기 – 갤러리의 명성과 신뢰도 확인, 가격 리서치, 경매사 프리뷰 전시
갤러리와 경매사의 전시, 아트 페어에 출품된 작품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매 가능하니 관심 가는 작품이 있다면 판매 여부와 가격을 문의해보자. VIP 고객에게 출품작 리스트를 먼저 공유하기에 전시가 열리기 전이나 오프닝 파티에서 작품이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출품작 리스트와 가격을 온라인이나 현장에서 공개하는 경우도 있으니 확인할 것.
작품을 판매하지 않는 미술관 전시의 출품작 역시 소속 여부에 따라 갤러리와 거래하거나 작가와 직거래가 가능한 경우가 있으니 문의해보자. 주요 전시에 출품된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 해당 전시 경력이 작품 가치에 추가 반영되고, 그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다.
경매사의 프리뷰 전시는 퍼블릭 경매에 출품하는 작품을 사전에 공개하는 자리로, 외국에서 열리는 경매 출품작을 국내에서 선보이기도 한다. 중요한 작품과 그 정보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고, 누구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 경매도 자주 개최하는데, 비교적 가격대가 낮고 프리뷰 전시를 열기도 한다. 낙찰가의 20% 전후인 구매 수수료와 낙찰자 비용, 구매 취소 시 낙찰가의 30%에 달하는 낙찰 철회비 등 경매 관련 비용도 염두에 둘 것.
작품이 최초로 거래되는 1차 시장은 작가와 협업하는 갤러리를 주축으로 형성되며, 작가가 가격 결정에 관여하기에 제작 연도와 매체, 크기 등이 같다면 작품 가격 역시 비슷하다. 하지만 작품을 재판매하는 2차 시장 가격은 차이가 있다. 경매사의 추정가나 갤러리가 제시하는 적정 가격이 존재하지만, 비슷한 작품임에도 가격이 크게 다른 경우도 많다. 일반 상품은 최저가를 검색하지만 작품 가격은 비교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트시와 아트넷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검색하면 시장 거래 이력이 있는 작가의 경우 작품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갤러리에 할부가 가능한지, 예산에 맞는 작품이 있는지도 문의해보자. 5~10%까지 할인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갤러리도 많기에 할인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자세는 금물이다.
작품 구매처의 명성과 신뢰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개인 딜러와 어드바이저, 컨설턴트 역시 이력과 평판을 꼼꼼히 확인하자. 최근 작품을 소장하면 이자를 보장한다는 소위 ‘아트테크’로 투자자를 모으고 사기로 고소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부지런히 손품과 발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 웹사이트와 전시 공간을 직접 살펴볼 것. 아무래도 확신하기 어렵다면 앞서 2번 항목에서 이야기한 멘토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Johannes Lingelbach, View of Dam Square with the New Town Hall under Construction, Oil on Canvas, 22.5x206cm, 1656. 〈Rembrandt’s Amsterdam Golden Times〉, Städel Museum, 11.27~2025.3.23. Courtesy of Amsterdam Museum, Amsterdam.

Hilma af Klint, The Ten Largest, Childhood, Untitled Series, Group IV, No. 1, Tempera on Paper, Mounted on Canvas, 322×239cm, 1907. 〈Hilma af Klint〉, Guggenheim Bilbao, 10.18~2025.02.02. ©The Hilma af Klint Foundation, Bilbao 2024. Courtesy of The Hilma af Klint Foundation, Stockholm, HaK 102.

Gayle Uyagaqi Kabloona, Ilakka (My Extended Family), 2023. MMFA, Purchase, the Frothingham Bursary Fund. 〈ᐆᒻᒪᖁᑎᒃ uummaqutik: Essence of Life〉, Montreal Museum of Fine Arts, 11.8~. Photo by MMFA, Jean-François Brière.

4. 컬렉션의 목적과 방향성 – 작품을 구매하는 이유와 관심 주제 고민하기
컬렉터라는 부캐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기본값은 미술에 대한 애정과 작가에 대한 관심이다. 개인의 취향을 넘어 컬렉션의 규모와 분야가 늘면 결국 컬렉션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온다. 그 선택지는 다양하다. 대부분 특정 분야로 한정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지만 시장성과 수익성을 중심에 둘지, 동시대 미술 유산 보존이라는 사명감을 중심에 둘지, 균형 감각을 맞출지, 매체나 주제를 좁힐지 등을 고민하기도 한다. 아시아 미술, 한국 미술, 21세기 미술, 전후 미술 등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구분하거나 특정 매체나 주제를 정해 컬렉션의 하위 카테고리를 세분화하기도 한다.
수집하는 작품이나 작가를 어떻게 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선 나와 비슷한 세대의 작가인지, 상대적으로 미술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작가인지, 아니면 평단에서 인정받아 주요 전시나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향후 동시대 미술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있는 작가인지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근 갤러리들이 소속 작가군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이유는 현시점의 윤리와 정치 상황 때문일 수도 있고, 주요 국제 전시의 주제나 특성에 부합하기 위해서이기도, 각양각색 컬렉터의 취향을 고려해서이기도 하다.

5. 정보 확인과 기록 – 작품 관련 정보 수집과 촬영, 스크랩
작품을 구매했다면 작품 리스트를 만들고 관련 정보를 정리하자. 작가와 작품 정보, 출품 전시 정보, 사진과 구매 경로, 구매 가격과 구매일, 제반 비용, 작가 서명 여부, 액자 여부, 작품 설치 매뉴얼 등을 상세히 적는 게 도움이 된다. 작품 정보는 제목과 매체, 크기와 시간, 제작 연도, 에디션 넘버 등 작품에 따라 기입할 내용이 조금씩 다르므로 캡션 정보를 그대로 기입하자. 구매 경로 역시 구매한 곳과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 경매의 경우 경매사명과 낙찰일, 추정가와 낙찰가, 액자 비용과 화방 등 특이 사항, 그리고 설치 작품이나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진 작품, 미디어 작품의 경우 설치 매뉴얼도 받거나 기록해둬야 한다.
아울러 해당 작품의 이미지를 수록했거나 언급한 도록, 단행본도 보관하고, 관련 기사 등을 스크랩하고, 구작인 경우 과거 출품 전시 이력을 기록해둘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작품과 설치 장면을 전문가가 촬영한 사진을 요청하거나 직접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두는 것도 좋다.

6. 서류와 관련 자료 – 보증서와 프로비넌스, 컨디션 리포트
작품을 구매할 때는 구입처에 작품 보증서를 꼭 요청해야 한다. 보증서는 작가가 그 작품을 직접 제작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진품 보증서로 작가나 갤러리가 서명해 발급한다. 구매 계약서를 발급하고 구매자가 여기에 서명하는 갤러리도 있는데, 경우에 따라 계약서에 보증서의 내용을 포함하기도 한다. 계약서에는 작품 정보와 구매 가격, 그리고 구매 후 2~3년 내에 경매에 출품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신작이 경매에 출품되어 1차 시장과 차이 나는 가격에 낙찰될 경우 작가의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증서는 작품과 함께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작품을 판매할 때는 보증서 역시 함께 전달해야 한다. 작가에 따라 보증서와 함께 작품 설치 매뉴얼을 상세히 적어주는 경우도 있다. 특히 기관에서 전시하거나 일반에 공개할 경우 해당 조건을 충족할 것을 필수 조건으로 내걸기도 하니 참고하자.
작품 소유 이력을 의미하는 프로비넌스(provenance)는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릴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로비넌스에는 구매 갤러리와 도시가 기재되고, 경매에 출품한 경우 해당 경매사와 경매 일자, 도시를 기재한다. 개인 컬렉터가 소장한 경우 정확한 이름은 기록하지 않고 대부분 거주 도시 정도를 기재하지만, 유명 컬렉터의 이름은 기록하기도 한다. 그 경우 작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구작의 경우 판매자에게 프로비넌스를 요청하고 최소한의 정보라도 확보해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구작을 구매한 경우 갤러리나 경매사, 보존 전문가를 통해 컨디션 리포트, 즉 작품 상태 조사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작품의 파손 여부나 상태를 면밀히 조사해 이록하고, 복원 이력 등을 함께 기재하기도 한다.

 

이경민(미팅룸 미술시장연구팀 디렉터)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