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활용서
새 시즌을 맞아 경쟁하듯 쏟아지는 패션 아이템! 입고, 신고, 들고 싶은 것은 많은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를 영리하게 즐기는 트렌드세터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블랙 이너웨어와 저지 롱스커트를 매치하고 직접 산 패브릭으로 커스텀 오더한 원피스 코트를 입은 이연주 대표. 슈즈는 런던에서 구매한 것으로 직접 체인 장식을 더했다. 네크리스는 EkatrinaNewYork, 반지는 개인소장품
나의 시그너처 완성하기 이연주
2005년 런칭한 이카트리나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 전임교수인 이연주 대표.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갭, 리즈 클레이본, 앤 테일러 등의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다. “동양 디자이너가 만든 핸드백도 유럽 유수 브랜드의 제품만큼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오랜 시간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호기심과 도전 의식, 자신감을 갖고 시작한 겁니다.” 좋은 제품이 지닌 힘을 일찌감치 알아본 그녀는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방을 만들고 싶다고. 평소 스타일 또한 차분한 듯 오라가 느껴지는 타임리스한 룩을 즐긴다. 하지만 여기에 최신 트렌드가 느껴지는 과감한 액세서리를 트위스트하는 것이 그녀만의 시그너처. 제일 좋아하는 블랙 컬러 의상으로 최대한 심플하고 간결하게 차려입되, 여기에 볼드한 사이즈와 화려한 컬러의 가방과 슈즈, 주얼리로 힘을 준다. 특히 커다란 토트백은 1년 365일 그녀와 함께하는 아이템. “전 가방이 큰 집과 같다고 생각해요. 제 하루의 라이프스타일이 다 담겨 있거든요. 토트백 안에 항상 작은 클러치를 넣어 다니면서 필요에 따라 매치해요. 저녁 약속, 학교 강의, 여행 등 TPO에 따라 어울릴 만한 클러치를 넣는 거죠.”그 때문에 가볍고 수납성 좋은 토트백이 필수다. 올봄에는 이카트리나의 옐로 토트백을 준비했다. 파이손 패턴을 새긴 소가죽 소재로, 여러 차례 가공을 거쳐 리얼 스네이크스킨처럼 얇고 가볍다. 게다가 장미 모양 참과 메탈 디테일 모두 핸드메이드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마음에 쏙 든다고. “화려하면서도 무난한 디자인으로 평소 제가 즐겨 입는 원피스 재킷은 물론 데님 팬츠와도 잘 어울리는 다채로운 매력이 있어요. 올봄에는 잘 재단된 블랙 재킷에 캐시미어 스카프를 매치하고 이 토트백을 들고 다닐 거예요.”
이번 시즌 그녀의 신상품 리스트에 아주 특별한 것은 없다. 그러나 늘 그렇듯 자신에게 가장 필요하고, 오래도록 꾸준히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친구 같은 아이템이 조용히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 신상품인 EkatrinaNewYork의 빅 옐로 토트백
심플한 블랙 룩에 자주 매치하는 볼드한 체인 네크리스 Lanvin
프랑스 출장길에 구매한 맞춤 향수 Maitre Parfumeur et Gantier
평소 착화감이 뛰어난 Stuart Weitzman의 블랙 부티를 즐겨 신는다.
이번 시즌 Escada의 플라워 프린트 블랙 재킷과 퍼플 팬츠를 입은 조희선 이사. 안에 입은 블랙 블라우스는 Helmut Lang, 시계는 Chaumet
나를 빛내주는 트렌드 조희선
인테리어 스타일링 전문 그룹 꾸밈의 대표, 대학 디자인학부 전임교수 그리고 방송프로그램 진행까지, 요즘 조희선 이사는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느덧 인테리어업계에 몸담은 지 16년, 그녀의 내공은 누구보다 단단해 보인다. “결국 끊임없이 연습하고 실전에서 부딪쳤기 때문이에요. 모든 것이 견고한 취향을 만드는 과정이었던 셈이죠.” 그녀를 잘 아는 이는 어떤 공간만 봐도 조희선 이사가 꾸몄다는 것을 인지한다.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없는 그녀만의 뚜렷한 스타일 덕분이다. “모던한 것을 좋아해요. 군더더기 없는 공간에 하나의 포인트를 주는 식이죠.” 패션 스타일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 그녀는 2015년 S/S 시즌 에스카다의 플라워 프린트 재킷과 비비드한 퍼플 컬러 팬츠를 입었다. 사실 둘 중 하나만 걸쳐 포인트를 주는 것이 그녀의 스타일. “특별히 촬영을 위해 힘줬어요”라며 미소 짓는다. 조희선 이사는 패션 아이템을 고르는 확고한 취향이 있는데, 그 기준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있다. “옷이 저를 돋보이게 해줬으면 해요. 그 자체로 멋지기보다는 저를 보완해 근사하게 보이게끔 돕는 역할을 해야 해요.” 신중한 쇼퍼인 그녀의 옷장 속 아이템은 잘 어울리는 심플한 실루엣의 블라우스와 팬츠, 여기에 컬러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슈즈와 재킷으로 꽤 간결하다. 이곳저곳 종횡무진하는 커리어우먼이기 때문에 실용성 역시 중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서 있어도 끄떡없는 편안한 펌프스를 같은 디자인으로 10가지 컬러를 구입하거나, 넉넉한 수납력을 갖춘 스텔라 맥카트니 체인 백은 각기 다른 소재와 컬러로 다수 보유하는 식으로 좋아하는 것을 완전히 그녀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다. 그런 조희선 이사에게 이번 시즌 갓 출시한 플라워 프린트 재킷과 퍼플 컬러 팬츠는 꽤 새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어색하기보다는 도리어 그녀의 원래 스타일에 자연스레 활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과하지 않게 잘 어울리는 것은 기본, 저에게 힘을 실어주는 패션 트렌드라면 언제든지 OK예요!” 결국 패션 트렌드를 접한다는 것은 조희선 이사처럼 자기 자신을 잘 아는데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탁월한 실용성을 갖춘 Stella McCartney 백. 스트랩과 수납력은 가방을 살 때 중요한 기준이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완성한 Rag& Bone 데님 팬츠와 심플한 옷장에 변화를 주기 위해 구입한 Marni 네크리스
올봄을 위해 Tailorable에서 맞춘 슈트, Brunello Cucinelli의 화이트 셔츠, Loake의 슈즈에 Je NeSais Quoi의 캐시미어 스카프를 둘러 올봄 스카프 트렌드를 해석한 허준범 대표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유행 허준범
주느세콰(Je Ne Sais Quoi) 허준범 대표는 패션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쇼핑에 목매거나 패셔너블해 보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진 않는다. 심플한 니트에 데님 팬츠를 매치하거나 격식을 차려야 할 땐 슈트를 즐겨 입는 정도. 그리고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오히려 질 좋은 소재로 만들어 수명이 긴, 단 하나의 아이템을 추구한다. 캐시미어 소재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 주느세콰를 만든 것도 그런 취향에서 비롯됐다. “주느세콰는 프랑스어로 말‘ 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뜻합니다. 캐시미어 소재는 그 뜻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럽고 오래도록 몸에 편안하게 감기는 소재죠.”
그런 허준범 대표가 2015년 S/S 컬렉션에서 눈여겨본 것은 바로 컬러 슈트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엔 화사한 컬러 슈트가 눈에 띄더군요.” 특히 벨루티 쇼에서 네이비블루나 옐로 같은 비비드한 컬러 슈트를 입고 등장한 모델이 인상적이었다고. 체격이 큰 편으로 피트가 잘 맞는 기성품을 찾기 어렵던 그는 최근 이태원 비스포크 슈트 전문 숍 테일러블에서 보랏빛이 살짝 감도는 잉크 블루 컬러 슈트를 맞췄다. 그리고 슈트에 스카프를 매치한 컬렉션의 스타일링을 참고해 아주 얇게 직조해서 사계절 내내 착용할 수 있는 라이트 그레이 컬러 캐시미어 숄을 둘렀다. 이는 에르메스나 발렌티노를 포함한 여러 런웨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액세서리 활용법으로 계절 변화에 따른 기분 전환에도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스카프가 여성용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수많은 남성 컬렉션에서 보듯 스카프는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슈트에 부드러운 인상을 더하는 것은 물론,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도 요긴한 아이템이에요.” 캐시미어는 겨울에 유용한 소재라는 편견과 달리, 선선한 봄가을이나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기 쉬운 여름에도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정 브랜드를 편애하지 않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것 위주로 트렌드를 활용하는 허준범 대표는 갤러리아백화점 웨스트 남성 매장을 포함한 편집매장에서 쇼핑을 즐긴다. 바이어가 공들여 선별한 다양한 브랜드를 보기 좋게 디스플레이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둘러보고 고를 수 있어서다. 이렇게 옷장에 추가한 아이템은 두고두고 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왔다. 이번 시즌의 컬러 슈트와 스카프 역시 마찬가지일 터.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근사한 아이템만 선택한다는 그의 철학은 가장 영리하고 능동적으로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방식처럼 보인다.
위부터_군용 텐트로 업사이클링 철학을 전파하는 Kanei Tei의 보스턴백. 수납공간이 넉넉해 출장 갈 때 필수 아이템이다. 비영리단체 오픈핸즈를 후원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Je Ne Sais Quoi의 실 팔찌.
포멀하거나 캐주얼 한 룩에 모두 잘 어울리는 Tom Ford의 브리프케이스. 클래식한 디자인에 어우러진 큼직한 골드 지퍼가 포인트다.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 한상은 (hanse@noblesse.com)
사진 윤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