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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김대운과 스트리트 댄서 홍진솔의 예술과 세계

홍진솔 작가가 입은 데님 드레이핑 블레이저 EEJUNG PARK, 검정 부츠컷 데님 팬츠 LAGOON1992, 이너웨어와 액세서리,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대운 작가가 입은 이너 스트라이프 셔츠 AJOBYAJO, 연청 부츠컷 데님 팬츠 LAGOON1992, 데님 스웨트셔츠와 슈즈, 액세서리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대운 K 스트리트 댄서로 살아왔어요. 그런데 이제 현대미술 신에서 또 다른 작업을 하고 있죠. 현재 어떤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홍진솔 J 스트리트 댄스는 사람들에게 꽤 오랫동안 하위문화로 인식됐어요. 여전히 다수는 그렇게 보죠.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장르가 아니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여전히 인프라를 비롯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아요. 많은 스트리트 댄서가 그래서 일종의 목마름을 느껴요. 어떻게 하면 우리도 어엿한 문화로 바로 설 수 있을까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K 우린 약 3년 전에 프랑스에서 만났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땐데, 초반만 하더라도 어떤 춤을 추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한번 퍼포먼스를 본 후 완전히 매료됐죠. 스트리트 댄스라는 장르는 물론 하위문화까지 모두 새로웠어요.
J 저도 현대미술이 새로웠어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트리트 댄스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일종의 신문화죠. 자신의 행위, 움직임에 굉장히 집중하게 돼요. 그런데 현대미술은 교육도 체계적이고, 작업에 어떤 메시지도 담아내죠. 김대운 작가님 덕에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를 많이 만났어요. 그러다 보니 앞서 제가 던진 질문들이 다시금 극대화되어 저에게 다가오는 거예요. ‘당사자로서 내가 이 문화와 예술 장르를 부흥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요. 그러면서 점점 제 움직임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살피게 되고, 다른 이의 크리틱도 수용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K 스트리트 댄스가 젠트리피케이션과도 연결된 걸 느꼈어요. 일종의 퍼포먼스 예술 장르로 설 자리를 잃는 건 치명적이란 생각이 들어요.
J 우리는 길거리를 비롯해 남들이 잘 찾지 않는 아지트 등에서 춤을 춰왔어요. 그런데 도시개발과 재개발, 현대화를 거치면서 그동안 우리 무대였던 곳에 다른 공간이 들어서거나, 점유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등 장벽이 생겼어요. 말씀하셨듯이 스트리트 댄스는 하위문화잖아요.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터전을 기억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거나, 전설적 인물을 찾아 나서는 등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죠. 현대미술은 역사로 꼼꼼하게 기록합니다. 작가도 저마다 그만의 방식으로 치열하다 싶을 만큼 작품이나 작업 과정에 관한 글, 사진, 영상 등을 만들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서 있는 곳에서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문화를 만들고, 이어왔는지에 대한 기록물을 찾아보니 쉽지 않았어요. 어렵게 찾은 자료와 기록물에도 체계가 없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기록해야겠더라고요. 아카이빙이라는 방식을 택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요. 현대미술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은 늘 화두였어요. 김대운 작가님도 제 말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K 맞아요. 우리도 밀려남을 경험하죠. 예술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곳이 ‘핫플’이 되고,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유명해지죠. 그곳에 자본이 모이다 보니 어느덧 기존 거주자는 밀려나고, 다른 이들이 그곳을 점유하기 시작해요. 원치 않는 방식이지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죠. 이런 측면에서 홍진솔 작가님의 갈망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형의 예술을 펼치다 유형의 예술인 영상과 사진으로 옮겨와 작업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해요.
J 사실 아직 작가라고 불리는 것도 어색해요. 솔직히 답하면 김대운 작가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전에는 미술과 전시 그리고 관람까지 모든 것이 저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겼죠. 그런 걸 경험하다 보니 댄서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지금까지 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기록하는 일이 재밌어졌어요. 익숙하게 해오던 방식이 아니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어려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낀다고 할까요.

K 그런 작업을 처음 공개하는 형식이 현대미술 전시라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왜 대중이나 스트리트 댄스 신에서 선보이지 않았나요?
J 그 지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최종 작업 형태가 아카이빙 사진이자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이를 전시를 통해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단단해졌어요. 결국은 작업 형태가 그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죠. 스트리트 댄스 신에서 보여주려면 어떻게든 무브먼트로 풀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건 댄서들이 머물렀지만 지금은 변한 공간, 장소 등에 대한 직접적 기록물인 동시에 그들의 기억에 관한 기록이니까 다르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K 우리는 늘 예술을 구분 짓는 것 같아요. 가령 하위문화와 상위문화, 대중문화와 순수미술처럼 말이에요. 이제 작가님은 그 경계를 오가는 인물이 되었는데, 양쪽을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구분 짓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J 요즘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뚫고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어갈 때는 어쩔 수 없이 그 바운더리를 인지할 수밖에 없어요. 저에게 스트리트 댄스는 ‘재밌는 행위’와 다름없어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쳐서 할 만큼 신나는 일이죠. 그래서 10대 이후 지금까지 춤을 췄는데, 그 모든 순간이 즐거웠어요. 그러니까 저에게 예술은 하면 할수록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이죠. 다른 장르의 예술 활동을 하는 분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K 저 역시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동시에 치열해지는 것 같아요. 다수가 동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또 예술 사조가 되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는 것 아닐까요? 아무래도 예술을 경험한 방식이 홍진솔 작가님과는 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체계적 시스템 안에서 배우고 또 예술을 행하죠. 그러다 보니 마냥 유쾌할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J 저도 여러 경험을 하며 조금씩 달라졌어요. 어떻게 하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잘해온 ‘즉흥’적인 것보다 계획적일 필요가 있는 시기 같아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그 방향성에 대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때죠. 그래서 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또 하지 않은 일을 해보는 것이 무척 중요해요. 생각할 것, 즉 숙제가 더 많아졌지만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즐겁습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김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