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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스카프에 담긴 구찌의 역사

FASHION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90 X 90 프로젝트’.

구찌의 90 × 90 프로젝트에 영감을 준 항해 모티브의 아카이브 스카프.

90 × 9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애니멀리아 테마에서 영감받아 조니 니쉬와 컬래버레이션한 구찌 실크 스카프.

실크 분야에 헌신해온 장인정신과 하우스의 유구한 헤리티지를 기념하기 위해 탄생한 구찌의 ‘90 × 90 프로젝트’. 로버트 배리, 에버렛 글렌, 사라 레기사, 커리뉴, 조니 니쉬, 월터 페트로네, 유 차이, 서인지 등 아홉 명의 세계적 아티스트와 함께 구찌의 아카이브에서 선정한 다섯 가지 테마인 플로라, 애니멀리아, 항해, 승마, GG 모노그램을 각자 시선과 스타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협업 프로젝트다. 1950년대 시작된 실크에 대한 구찌의 역사는 당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비토리오 아코르네로 데 테스타와의 협업하며 꽃을 피웠다. 섬세하고 정교한 디테일과 생동감 넘치는 테마가 돋보이는 80여 점 독창적 작품은 구찌의 스카프를 하나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구찌는 과거 아카이브에서 착안한 다섯 가지 테마를 재해석하는 90 × 90 프로젝트를 통해 팝아트, 순수 미술, 패션의 경계를 허물며 스카프 그 자체를 또 다른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 Tim Franco, Art Direction by Assouline Publishing

서인지 작가의 반려견 토르가 등장하는 90 × 90 프로젝트 GG 모노그램 테마 실크 스카프.

애니메이션처럼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이 특징인 90 × 90 프로젝트 애니멀리아 테마 실크 스카프.

 Interview  with ArtistSEO IN JI
<노블레스> 독자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스스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어떤 아티스트인가요?저는 재미있는 것을 좇는 아티스트 서인지입니다.
구찌 90 × 90 프로젝트의 유일한 한국 작가로 선정되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처음 협업을 제안받았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항상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꿈꿔왔고, 그 브랜드가 구찌였으면 했거든요. 지난해 여름 구찌팀의 연락을 받고 꿈을 이루게 되어 몹시 흥분했던 기억이 나네요.
구찌의 패션 아이템 중 스카프를 새로운 캔버스로 삼은 점이 인상적입니다. 평소 작업하던 과정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실제 실크에 프린팅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습니다. 캔버스나 지면 프린팅 혹은 디지털 디바이스에 스크리닝하는 평소 작업과 달리 실크의 은은하게 빛나는 광택 효과가 기대되더군요. 기존 테마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새롭게 다시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컸는데,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키워드를 접목해 발전시키면서 더 자연스럽게 저만의 작업 스타일과 연결할 수 있었어요. 기존 디자인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저만의 해석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죠.
프로젝트를 위해 구찌의 아카이브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자세히 관찰할수록 경이로움을 느낀 디테일입니다.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안겨주려면 극도의 섬세함을 토대로 접근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어요. 실제로 모티브를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작은 디테일을 조정해 전체를 완성하는 것을 고민했습니다.
하우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스카프 테마인 플로라, 애니멀리아, 항해, 승마, GG 모노그램 중 네 가지를 재해석했는데, 각 테마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이미지와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나요? 애니멀리아 테마에서는 기존 디자인 요소를 유지하면서 애니메이션 속 살아 숨 쉬는 주인공처럼 보이기를 바랐습니다. 모든 모티브를 제가 연출한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라고 가정하고 캐릭터의 제스처와 화면 구성을 고민했어요. 플로라는 제게 특히 매력적인 테마였는데, 과거 디자인의 다채로운 색감과 아름다운 형태에 매료돼 더욱 극적인 색채를 사용했죠. 항해 테마에서는 해양을 바탕으로 하되, 요술 공주 세계처럼 유쾌하면서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GG 모노그램 테마는 가장 자주 그리는 제 반려견 토르를 주제로 했어요. 키링처럼 항상 제 곁에 있는 토르가 어디서든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불어넣기를 바랐습니다.
평소 무엇을 보며 즐거움을 찾고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나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감의 원천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작업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영감의 원천인 것 같아요. 작업을 하면 창작의 즐거움과는 별개로 필수적 인고의 순간을 지나는데, 그 시간 속에서 간절하게 다음에 하고 싶은 작업의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렇게 동기부여가 되고 끊임없이 창작이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회화, 애니메이션, 앨범 커버,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데요. 창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작업대에 앉아 있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번아웃-휴식-일탈’ 사이클을 여러 차례 경험하며 영감과 창작은 결국 꾸준히 작업하는 상태에서 탄생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제는 영감을 얻기 위해 쉬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요. 잠시 몸과 머리를 식히고 다시 작업대에 앉는 그 순간 창작이 지속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가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자주 바뀌는 편이라 무엇이든 할머니가 되어서도 즐겁게 창작을 이어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에디터 김유정(yjkim@noblesse.com)
사진 구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