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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이혜승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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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앵커 이혜승 아나운서. 그녀가 사용하는 뉴스 언어와 일상의 언어에 대하여.

정곡을 찌르는 과감한 클로징 멘트. 방송국 메인 뉴스 진행자에게 가끔 그런 모습을 기대할 때가 있다. 세상이 지금 어떻다고 단언하거나, 이런 건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고 속 시원히 꼬집어주는 역할 말이다. 하지만 뉴스 앵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카리스마가 전부는 아니다. 진실을 전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신뢰감과 편안함이 그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주말 < SBS 8 뉴스 >를 진행하는 이혜승 아나운서가 그렇다. 2000년 SBS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뉴스는 물론 시사, 생활 경제,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스포츠와 올림픽 중계까지 해온 그녀는 얼마 전 드디어 아나운서로서 가장 의미 있는 경력이라 할 수 있는 메인 뉴스의 앵커를 맡았다. 지난가을부터 그녀가 진행하는 주말 < SBS 8 뉴스 >는 담백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가끔 클로징 멘트를 하기도 하지만 공격적인 면은 없다. 짧지 않은 시간 한길을 걸어온 이들이 종종 하는 말,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다는 이야기를 그녀도 꺼내며, 잘하고 있다는 확신보다는 더 넓게 보겠다는 사려 깊은 태도를 먼저 보인다.

“예전에는 뉴스 멘트를 더 과감하게 쓰곤 했어요. 어릴 땐 모든 게 더 명확했으니까요. 이젠 세상이 그렇게 단순명료하지 않다는 걸 아니까,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뉴스에서 용감하게 단언하기가 어렵습니다. 멋있게 말하는 것보다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실을 말할 뿐, 부자연스러운 연출은 하지 않는 것이 이혜승 아나운서의 뉴스 진행 방식이다. 선배들에 비하면 아직 내공이 부족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사실 지난 연말 대한민국아나운서대상 시상식에서 선배들이 후배에게 인정과 격려의 뜻을 담아 주는 ‘아나운서 클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송이라는 게 잘나가는 사람이나 좋은 방송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지만, 작은 코너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 역할을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 존경할 만한 면이 많다고 느껴요. 예전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죠. 상을 받은 걸 계기로,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때 이혜승 아나운서에게는 ‘공부벌레’, ‘팔방미인’ 같은 별명이 따라붙곤 했다.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활동한 경험도 있고,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후 1999년 매일경제TV에서 기자 생활을 거쳐 이듬해 SBS 아나운서가 된 이래 진행해보지 않은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로 전 분야에서 활약해왔기 때문이다. 아나운서 3년 차가 되었을 때 주말 황금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의 단독 MC를 맡았을 뿐 아니라 영어 실력이 뛰어나 입사 초기부터 SBS의 국제 행사를 도맡아 진행했다. 또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주말도 없이 새벽부터 근무하고 남는 시간에 학교에 간,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의 강행군을 이어갔다고 한다. 배우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열성적인 태도는 결혼 후에도 이어져 요리 수업을 받으며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요리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과 네 살 된 아들, 두 아이의 엄마인 지금 그녀가 가장 노력하는 부분은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 것. 그녀는 뉴스 진행으로 주말을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평소 부부 동반 모임에 빠지지 않으며 늘 남편에게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가정에서의 역할도 멋지게 해내는 게 당연히 고민스럽고 쉽지만은 않은 일이에요. 뉴스를 진행하는 날에는 오직 뉴스에만 집중하고 집에 있을 때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해요. 아이들에게는 조금 엄한 편인데,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려면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완벽한 엄마는 될 수 없겠지만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위로받을 수 있길 바라요.” 결혼해 아이들이 생긴 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일을 대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20대에는 자격증을 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데 매진했지만 지금은 일이 정말 소중하다고 느끼고, 후회가 없을 만큼 방송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처음에는 아나운서 일을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는데 벌써 15년이 흘렀어요. 요즘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요. 그리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껴요. 물 한 잔도 벌컥벌컥 마시는 것과 보약을 먹듯 정성스럽게 마시는 것이 같을 순 없겠죠. 작은 것 하나라도 정성을 다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고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저 열심히 하려고 해요.”
한 개인이 간직한 내면의 가치는 말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통해 느껴지게 마련이다. 뉴스를 전하는 모습과 일상에서 삶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이혜승 아나운서의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거기서 드러나는 진심은 같다. 그녀가 요즘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삶의 태도는 관용이란다. 그저 겸손하게 배려하고 정성을 다하겠다는 말이 신선하거나 멋있지는 않더라도 겸허한 진심이 깃들어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이혜승 아나운서가 사용하는 가장 진솔한 언어일 것이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강태욱 헤어 제이 메이크업 권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