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즐긴다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는 남자 4명이 말하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밀리터리 룩.

1 카키 컬러 아노락과 아웃 포켓 셔츠 재킷, 베이지색 쇼츠 모두 Eastlogue, 캐멀 컬러 펠트 모자 Hobo, 스웨이드 소재 모카신 Visvim
2 네이비 컬러 모터바이크 재킷과 셔츠 Nigel Cabourn, 데님 팬츠 Heller’s Cafe, 스웨이드 컴뱃 부츠 Visvim
김상인 일러스트레이터
김상인은 문장에 힘을 싣는 그림을 그린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무렵 포트폴리오와 명함을 챙겨 무작정 잡지사 문을 두드렸어요. 그 고충을 잘 알기에 요즘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싶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작업 의뢰에 강의까지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김상인은 옷을 해석하고 즐기는 탁월한 감각으로도 잘 알려졌다. “트렌디하고 자극적인 건 금세 애정이 식기 마련이죠. 순간 스치는 유행의 반짝임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묵묵한 멋을 지닌 옷을 좋아해요. 그래서 옷을 고를 때는 늘 소재와 안감, 박음질까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튼튼하게 잘 만든 옷을 찾다 보니 자연히 옷장에는 밀리터리 요소를 가미한 아이템이 즐비하다고. 하지만 옛것을 그대로 복각한 디자인의 빈티지한 무드보다는 보수적 형태를 유지하되 현대적 스타일과 좋은 소재를 접목한 물건을 선택한다. “본디 기능성에 바탕을 둔 밀리터리 무드의 아이템은 실용적이고 튼튼한 것이 특징이죠. 이스트로그의 아노락 역시 몇 해 전에 구입했지만 여전히 즐겨 입는 옷 중 하나예요. 디테일이 독특한 데다 마감이 깔끔해 지금 입어도 유행에 뒤처진 느낌은 전혀 없거든요.”

3 코튼 블레이저,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 베이지 치노 팬츠, 우븐 벨트 모두 Boggi Milano, 라운드 프레임 안경 Eyevan 7285, 화이트 스니커즈 Adidas, 스웨이드 소재 백팩 Jerome Dreyfuss
4 카키색 리넨 블레이저 Fedeli, 화이트 니트 스웨터 Boggi Milano, 카무플라주 패턴의 조거 팬츠 Pearly Gates, 블랙 스니커즈와 스웨이드 소재 토트백 Jerome Dreyfuss
이익준 신화코리아 상무
30여 년간 패션 사업을 이끈 부모님의 영향으로 이익준 상무 역시 자연스럽게 패션계에 입문했다. 현재 신화코리아에서 제롬 드레이퓌스, 밀라 숀 등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지나친 치장보다는 본인의 캐릭터에 맞는 부드럽고 단정한 스타일을 즐기는 그는 밀리터리 룩 역시 과하지 않게 균형을 유지한다. 봄과 여름에 밀리터리 스타일을 연출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색의 선택. 다소 텁텁하고 무거워 보일 수 있기에 밝은 톤의 카키나 베이지 계열의 색상을 택한다. 주말의 자유로운 차림보다는 비교적 점잖음이 요구되는 오피스 룩의 활용도는 어떨까? “시중에서 잘 찾아보면 군복의 색과 무늬, 부자재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가방과 슈즈, 액세서리를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어요. 옷으로 활용하는 게 다소 부담스럽다면 이러한 아이템이 오피스 룩에 재미를 더할 수 있죠.” 실제 그도 염소 가죽으로 제작한 카키색 토트백이나 카무플라주 패턴 백팩을 평소 즐겨 든다. 얼마 전 구입한 프레드의 포스텐 브레이슬릿 역시 마찬가지. 이 주얼리를 구매하는 남자들은 으레 화이트 골드나 블랙 컬러 케이블을 고르지만, 그는 골드 버클에 카키 컬러 케이블을 매치한 디자인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짧은 소매 옷을 입는 계절이지만 시계를 잘 차지 않기에 손목이 허전해 보이곤 해요. 이 브레이슬릿은 시계보다 가늘고 가볍지만 세련되면서도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하기에 충분합니다.”

5 화이트 셔츠 orSlow, 빈티지 의류를 분해해 재조합한 원단으로 만든 카고 팬츠 Needles, 터키석을 엮은 목걸이 Deluxe, 스웨이드 소재 모카신 Visvim
6 카키색 피시테일 파카 Nanamica, 그레이 티셔츠 Stray Rats, 네이비 니트 스웨터 Stone Island, 크림 컬러 조거 팬츠 Futur, 자수 장식의 하이톱 스니커즈 Visvim
원성진 스컬프 대표
크고 작은 편집숍이 즐비한 서울에서 스컬프는 그만의 정체성을 지닌 곳으로 손꼽힌다. 비슷한 아이템과 브랜드가 혼재하는 여타 숍과 달리,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물건이 존재하기 때문. “그 가게에 가면 예쁜 게 많다”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는 원성진 대표는 10여 년간 스컬프를 운영해왔다. 본래 법학을 전공했지만, 20대에 어학연수를 떠난 뉴욕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스트리트 패션과 서브컬처의 본고장 뉴욕에서는 관련 매장을 찾아다니는 일이 가장 즐거웠어요. 숍의 직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기억이 나네요.” 스컬프에서 만날 수 있는 쿼터스낵스, 올타이 머즈, 스트레이 랫츠, 마르시에 느와르처럼 진짜배기 스트리트 브랜드 역시 그 당시 만난 친구들 덕분에 국내에 소개할 수 있었다고.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아 접촉하기조차 어려운 브랜드가 더러 있어요. 이런 브랜드는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 그 자체를 따르고 사랑하며 믿고 맡길 수 있는 친구 같은 협력 업체를 원하죠.” 원성진 대표는 숍의 운영은 물론 옷을 입는 방식도 틀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밀리터리나 워크웨어, 스트리트 패션을 추종하던 시절도 있지만 요즘은 어떤 특정한 것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컨셉에 중점을 두면 옷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펑키한 이너에 스니커즈를 신고 필드 재킷을 걸치는 것도 밀리터리 룩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죠.”

7 켄도기 원단으로 만든 더블브레스트 블레이저와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 Hurjungun Bespokedenim, 카고 팬츠 The Real McCoy’s, 하금테 안경 Hakusan Megane, 인디고 컬러 슈즈 Journal-Standard Homestead X Birkenstock
8 켄도기 원단으로 만든 재킷과 데님 팬츠, 선홍색 셔츠 Hurjungun Bespokedenim, 카키색 필드 재킷 Polo Ralph Lauren, 인디언 네크리스와 팔찌 Clan Trading Post, 실버 링 Kwanlee Gemettem, 하이킹 부츠 Visvim
허정운 허정운 비스포크 데님 대표
“제 옷은 단 한 벌만 사도 되니 평생 입었으면 좋겠어요. 입을수록 완성되는 옷이 바로 청바지니까요.” 허정운 대표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청바지를 만든다. 원단이나 부자재, 실루엣의 선택은 물론 허리가 굵거나 다리가 짧아도 그를 찾으면 제대로 몸에 맞는 청바지를 만날 수 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부터 고객을 맞고 청바지를 만드는 일까지 혼자 힘으로 이끌어가는 그는 최근 새로운 매장을 단장하는 일 역시 진두지휘하고 있다. “개인 브랜드는 주인장의 색이 많은 것을 대신 말해주죠. 오래전부터 퍼플하트라는 보랏빛 목재로 채운 공간을 꿈꿨어요. 갈월동에 위치한 새 매장은 오래전부터 모아온 청바지 만드는 신식 기계는 물론 100년 된 기계, 복싱 링, 샌드백까지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으로 채웠어요.” 일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만큼 옷을 입는 방식도 그만의 색이 확실하다. 보편적이고 평범한 것보다는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편이다. 색과 무늬, 소재를 다양하게 겹쳐 입는 것을 즐기는 그는 밀리터리 아이템을 활용해 재미있는 레이어드룩을 완성한다. “사물이나 풍경을 볼 때 세부적인 것보다는 전체적인 것을 보는 편이에요. 옷을 입는 것도 마찬가지죠. 얼마나 비싸고 좋은 옷을 입었느냐보다는 나만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웃 포켓을 장식한 셔츠, 카키 컬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갖춰 입지 않아도 밀리터리 무드를 은근하게 드러내죠. 일본 복식의 독특한 패턴이나 분위기를 즐기는 저는 여기에 검도복 원단으로 만든 재킷을 매치하거나 이국적 디자인의 주얼리로 복합적인 느낌을 더하죠. 이런 것이야말로 옷을 입는 재미 아닐까요?”
에디터 정유민(ymjeong@noblesse.com)
사진 장호(인물) 헤어 권현정(끌로에) 메이크업 주시나(끌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