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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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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날씨에도 벌써 매장 한편을 당당히 차지한 프리폴 컬렉션. 가을·겨울 컬렉션에 앞서 선보인 프리폴 컬렉션을 면밀히 살펴본다.

프리 컬렉션은 말 그대로 메인 시즌 전에 선보이는 옷이다. 앞뒤 두 컬렉션의 연결 고리 역할로, 이전 시즌의 연장 선상에 있으면서 다음 시즌에 선보일 컬렉션에 대한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프리 컬렉션은 주로 여성복 위주였지만 그 규모가 커지면서 남성복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 컬렉션에 통합해 선보이던 이전과 달리 독립적으로 남성 컬렉션을 소개하는 브랜드도 점차 늘고 있다. 프리 컬렉션은 메인 시즌 사이인 봄과 가을에 내놓는 옷답게 디자이너들도 한결 힘을 빼고 만든다. 그 덕분에 때론 난해해 보일 만큼 컨셉추얼하고, 말 그대로 패션쇼를 위한 예술성이 부각되는 메인 컬렉션에 비해 비교적 편안한 실루엣의 일상복으로 활용하기 좋은 의상으로 채운다. 메인 시즌 못지않게 프리 컬렉션을 기다리는 이들도 상당한 이유다. 이번 프리폴 컬렉션의 핵심 키워드는 당당히 트렌드의 중심에 선 유스 컬처와 스트리트 패션이다. 루이 비통은 일본 스트리트 신의 창시자로 불리는 후지와라 히로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고, 구찌는 사진작가 말리크 시디베가 포착한 1960년대 말리의 유스 컬처에서 영감을 받은 광고 캠페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발렌티노와 지방시에서 선보인 집업 스타일 트랙 슈트를 중심으로 빈티지한 스포츠웨어와 클래식 웨어의 대담한 조합도 눈길을 끈다.

LOUIS VUITTON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전 세계 스트리트 컬처 패션계에 큰 영향력을 끼치며 프래그먼트 디자인을 이끄는 일본의 아티스트 후지와라 히로시와 함께 가상의 음악 그룹 ‘루이 V와 프래그먼트(Louis V and the Fragments)’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힙합 무브먼트, 당대 아티스트들의 프레피 룩 그리고 프래그먼트 특유의 쿨한 스타일과 그래픽을 컬렉션에 반영했다. 루이 비통의 섬세하고 세련된 소재와 커팅에 후지와라의 독특한 스타일을 더한 컬렉션의 메인 컬러는 블랙 & 화이트로 정했고, 후지와라의 ‘F’와 루이 비통의 ‘V’ 대문자의 조화와 대담하고 경쾌한 실루엣이 돋보인다.

GIVENCHY
2011년 프리폴 컬렉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쿠튀르, 프리폴, 리조트 라인의 모든 룩북 촬영을 길거리에서 진행한 지방시가 이번 컬렉션을 위해 선택한 도시는 코펜하겐이다. 불멸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은 코펜하겐의 미래지향적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한층 강조된다. 루스한 실루엣의 슈트, 커다란 자수가 눈길을 끄는 코트, 단추로 여미는 슬릿이 특징인 트레이닝팬츠와 저지 스커트 등 과감한 요소로 구석구석 채운 프리폴 컬렉션은 스포티즘과 쿠튀르를 넘나드는 지방시 고유의 스타일을 명확히 보여준다. 실버 컬러를 덧입히거나 하얗게 바랜 효과를 준 지방시의 시그너처 데님 컬렉션도 함께 소개했다.

GUCCI
“반복된다는 것이 새롭지 않다는 것은 아니며, 그 안에는 세련되면서도 전혀 다른 새로움이 존재합니다. 마치 사랑처럼 말이죠.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제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바로 그 안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저만의 방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너드, 빈티지, 자연 친화, 젠더리스까지 알레산드로 미켈레 특유의 아이덴티티는 계속된다. 다양한 동식물 모티브의 몽환적 분위기와 강렬한 색채감, 매니시와 페미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87개의 룩으로 채운 프리폴 컬렉션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1960년대 프랑스 식민지에서 막 벗어난 서아프리카 말리의 밤거리, 클럽 파티 등 청년들의 활기찬 모습을 기록한 아티스트 말라크 시디베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광고 캠페인도 눈길을 끈다.

DIOR HOMM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쉐의 진보적 재해석을 거친 최고급 테일러링 슈트와 실용적인 스포츠웨어로 구성한 이번 컬렉션은 노스탤지어와 하위문화의 결합을 테마로 한다. 컬렉션을 관통하는 단어 ‘New Wave’의 합성어 ‘Newave’ 모티브를 두루 활용했고, 와이드 팬츠에서 슬림한 턱시도 팬츠까지 폭넓은 스케일의 볼륨감과 낙서한 듯 자유로운 패턴의 자수 패브릭으로 완성한 재킷과 코트가 눈길을 끈다. 모노톤 컬러 팔레트가 주를 이루지만 일렉트릭 블루와 스크림 레드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해 강렬함을 더했다.

BOTTEGA VENETA
“이번 컬렉션은 봄·여름 컬렉션의 연장 선상에 있으며 남성의 옷장을 계절에 맞게 변화시킬 다용도 아이템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마스 마이어는 이전 컬렉션과 새로운 컬렉션의 연속성에 중점을 뒀다. 딥 모스 그린, 데님 블루, 다크 버건디, 에스프레소 브라운 같은 고급스러운 컬러 팔레트가 돋보이는 톤온톤 스타일링이 주목할 만한 요소. 낙낙한 와이드 팬츠가 주를 이루던 이전 시즌과 달리 팬츠는 스트레이트나 아래로 갈수록 살짝 좁아지는 테이퍼드 스타일을 선보였고, 어린 송아지 가죽의 일종인 체르보를 비롯해 나파, 나파 스웨이드 같은 다양한 가죽 소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보테가 베네타의 매력을 살렸다.

VALENTINO
‘우아한 펑크’라는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발렌티노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깔끔하고 간결한 펑크 스타일을 연출했다. 트렌치코트, 피코트, 슈트 같은 실용적인 아이템이 주를 이루며 트랙 슈트를 활용한 새로운 스타일링이 눈길을 끈다. 버클 스트랩으로 펑크 무드를 강조한 스니커즈와 체크 패턴, 자수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아이템 역시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카무플라주의 변주는 매 시즌 발렌티노 컬렉션을 보는 묘미. 자수와 스터드 장식으로 포인트를 주고 데님과 매치한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에디터 정진원(jinwonje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