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춘들의 단상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20대 청춘, 최하늘, 송지연, 조아연의 이야기.

라인 장식 셔츠 Lemaire, 블랙 팬츠 COS, 흰 색 셔츠, 양말, 슈즈는 본인 소장품.
차분한 조각가, 최하늘
올해 스물아홉 살의 최하늘은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17년부터 총 네 번 개인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주요 미술관 단체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찾는 작가라고 칭하자, 그는 “조각가가 적어서 그래요” 라며 겸손해한다. “평면이나 영상에 비하면 조각, 특히 입체 작품 수는 아주 적어요. 여기서 말하는 입체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는 설치가 아닌 전시장에 놓기만 해도 되는 조각물이죠. 입체에 집중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이러한 작가를 찾는 기획자나 큐레이터가 있어요. 그래서 여러 전시에 이름을 올리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후 최하늘과의 인터뷰는 미술 하나로 가득 채워졌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몸에 가득 새긴 타투 등 다른 주제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조각, 미술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그의 눈빛에 흥미로움이 가득했으니까. 가령 요즘 조각의 특성을 물었을 때, 그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미간을 찌푸리며 조각사부터 조각과 설치의 차이, 교육 등을 신중히 읊었다. 시각적 요소만 신경 쓰는 건 아니다. 최하늘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미술 밖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수많은 동시대 현상에 관심이 많아요. 요즘은 성 소수자, 난민, 외국인 노동자 등 여러 인권에 시선이 가요. 사회 공헌이라는 거창한 일은 아닐지라도 제 작업이 어딘가에 기여하길 바라죠.” 다양한 목소리를 조각에 담기 위해 매체 연구도 열심이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어요. 스스로 조각적 사고라 부르는데, 하나의 물체가 조각이 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재료가 조각화될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등 여러 고민을 해요. 저는 물질을 중시하는 조각가니까요.” 최하늘은 시각이 주는 즐거움을 좋아한다. 자신의 작업뿐 아니라 타인의 조형적 성취에서도 행복감을 얻기에 미술 감상 자체를 즐긴다. 또 작품 활동에 임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오랫동안 미술가이자 조각가로 남고 싶다. 그래서인지 최하늘은 어떤 조각가가 되고 싶은지 묻는 말에 다분히 그다운 답변을 건넸다. “호연지기? 단지 저 스스로 흔들리지 않고 여유롭게 작업하는 조각가가 되고 싶어요. 그래야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크 블루 랩스커트 MUSEE, 시계 개인 소장품.
담대함과 확신으로, 송지연
아직은 낯선 이름이지만, 송지연 대표와 그녀의 에이전시팀은 2019년 설립 이후 알레그리, JSNY를 비롯해 현재 8개의 브랜드를 맡아 중국과 홍콩, 동남아를 타깃으로 온·오프라인 세일즈를 관리하고 있다.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B2C 패션 플랫폼을 자처하는 송지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송지연 대표는 첫 회사에 들어가면서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기획·세일즈 쪽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기획팀에서 신규 브랜드 런칭 사업을 검토하거나 기존 브랜드 리뉴얼 작업에 참여하고 중국 트렌드 컨설팅 그룹에 들어가 활동하다 보니 옷 만드는 것보다 기획·세일즈에 더 흥미를 느꼈다고. 또 다양한 일을 하면서 패션계에서 디자인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았다고 덧붙였다.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송지연 대표가 설립한 에이전시팀 역시 출발은 컨설팅 회사였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가 많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규모가 큰 컨설팅을 받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요. 회사를 만들어 이들을 통해 돈을 번다기보다 ‘함께 성장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죠.” 자연스럽게 디자이너와 함께 공장을 찾으러 다니고 해외시장을 모색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돕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이번엔 시장에 눈길이 갔다. “K-패션 역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패션 브랜드의 활약이 눈에 띄지는 않죠. 그렇다 보니 우리 에이전시팀은 역량 있는 브랜드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고, 궁극적으로 세계에서 많이 알아볼 수 있는 역할을 지향합니다.” 2019년 회사를 설립하고 1년 동안 해외 유통 루트를 찾기 위해 중국 전역을 발로 뛰었다. 그 결과 에이전시팀은 파페치 글로벌, 중국 SECOO, 육스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물론 중국 백화점 K11, 레인 크로포드, 갤러리 라파예트 등 유통망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브랜드를 해외시장에 직접 유통하는 해외 무역 플랫폼 ‘케일리 스토리지’를 새롭게 런칭했다. 이를 통해 에이전시팀은 디자이너 혹은 작은 패션 브랜드가 세일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해외에 입점하고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상품 등록과 배송까지 도맡아 처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시장을 개척하기도 힘든데 송지연 대표는 타깃을 ‘전 세계’로 삼은 것이다. 그 시작은 중국이었고, 홍콩을 지나 점차 동남아시아로 확장하고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담대함과 침착성은 에이전시팀은 물론 여러 브랜드의 미래를 어깨에 짊어졌다는 책임감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화이트 셔츠와 베이지 랩스커트 모두 PORTS 1961, 검은색 슬링백 COS.
필드 위 반짝이는 별, 조아연
골프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한지, 프로 골프 선수 조아연은 연신 수줍은 웃음을 터뜨렸다. 활짝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인 스무 살의 조아연 프로는 여섯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고 2014년 중학교 2학년 때 최연소 국가 대표 선수로 발탁될 만큼 무서운 인재였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녀는 곧바로 기회를 잡았다. ‘2018년 월드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이러한 활약 덕분일까. 조아연 프로는 KLPGA 준회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회원이 됐다. ‘조아연’이란 이름을 골프계에, 또 대중에게 각인시킨 대회는 2018년 12월에 열린 ‘효성 챔피언십’이다. 그녀는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5언더파 211타를 기록하며 6위에 올랐다. 그리고 2019년 4월 첫 주에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 오픈’에서 역대 세 번째 개막전 루키 우승의 주인공이 돼 또 한번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조아연 프로는 2019년 두 번의 우승을 거머쥐었고, 지난해에는 KLPGA 신인상을 품에 안았다. ‘조아이언’, ‘아이언 퀸’이라는 별칭이 붙은 그녀는 자신을 공격적인 선수라고 말한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장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과감하게 공략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는 방증이다. 공이 잘 맞지 않을 때도 그녀는 시원하게 이를 인정한다. ‘왜 공이 안 맞을까?’ 혹은 ‘뭐가 잘못된 걸까’ 고뇌하기보다 ‘그래, 지금은 공이 잘 안 맞네. 하지만 이건 일시적인 거야’라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힘든 시기를 극복한다. 맹렬한 연습은 덤이다. 조아연 프로는 스윙할 때 리듬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스윙의 기준에 자신의 스윙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녀는 이를 맞게 고치기보다 자기에게 맞는 리듬을 찾는 데 주력했다. 공이 잘 맞을 때 몸의 밸런스와 감각을 기억하고, 그 리듬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한 조아연 프로의 노력이 필드 위에서 꾸준함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매년 한 번은 우승하는 것이 목표예요. 그렇게 한다면 꾸준히 잘하는 선수라는 평가는 절로 따라오겠죠.” 실제로 2019년 조아연 프로는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부담감마저 즐기는 듯하다. 이미 한번 세운 목표인 신인상 수상의 쾌거를 이룬 조아연 프로의 마음가짐은 처음과 다르지 않다. 조아연 프로는 앞으로 어떤 골프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는 말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조아연을 떠올릴 때 누구나 미소 지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언뜻 소박한 듯 보이는 그녀의 말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안지섭
헤어 & 메이크업 장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