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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하모니, 판소리

ARTNOW

창설 30주년인 광주 비엔날레는 화합의 자리를 마련한다.

아몰 K. 파틸, 도시 사이의 선(Lines between The City), 조명과 사운드가 있는 황동 조각, 26x12x10cm, 2023. 사진 제공 TKG+ 아트 갤러리, 아몰 K. 파틸.
아래 줄리앙 아브라함 “토가”, 제목 미정, 2024. 사진 찰스 벤턴(Charles Benton). 사진 제공. 줄리앙 아브라함 “토가”.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15회째를 맞아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란 주제 아래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광주 전역에서 열린다. 30개국 70여 명의 작가를 초대해 복잡다단하면서도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동시대 예술 지형을 그릴 예정이다. 분쟁적 국경, 반이주 장벽,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분리 정책 등 전시 전반에 내포된 세부 주제는 언뜻 보기에 서로 무관한 화두 같을 수 있지만, 이번 전시는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어지는 것과 그 사이에 정치적 조직화가 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월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감독이 지속 가능한 공간을 탐색하고자 내건 주제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공개했을 때 과연 이번 비엔날레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판소리’가 또 하나의 ‘오페라’처럼 개인이 사는 작은 공간에서 인류가 생존하고 삶을 일궈가는 지구라는 행성의 거시적 공간까지 두루 아우르는 주제임을 피력했다. 분명 판소리와 오페라는 다른 장르의 퍼포먼스지만 행위자와 관람자의 조화, 행위자 간 조화까지 각각 ‘어우러짐’을 향해 간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부리오 감독은 판소리가 17세기부터 우리나라에 뿌리 내린 음악 장르로 ‘대중의 소리’, 즉 ‘서민의 목소리’로 풀이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는데, 이는 광주에 깃든 민주항쟁의 역사를 조명하고 또 그 시간을 기념하기에 손색없다.
그리고 이번 비엔날레는 공간과 공간,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화합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관계 맺는 다양한 생명체는 물론 무생물과의 대화도 이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다시 말해 예술을 통해 인간, 동물, 영혼, 유기 생명체, 기계 모두 한데 모일 수 있는 ‘공동체적 장소’로 광주비엔날레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탈식민지화, 성소수자 인권까지 동시대 주요한 이슈도 모두 아우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부딪침 소리(Larsen Effect)’, ‘겹침 소리(Polyphony)’,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총 3개 섹션으로 구성한다. 먼저 ‘부딪침 소리’는 피드백 효과를 통해 인접한 거리에서 전염성이 강한 우리 행성을 보여준다. 인간의 활동이 서로 중첩되며 점점 더 과밀화되는 우리 사회를 드러내는 것. 두 번째 섹션 ‘겹침 소리’에서는 다층적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작가를 통해 우리 사회를 여러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마지막 섹션 ‘처음 소리’는 힌두교의 ‘옴’, 혹은 우주 빅뱅의 잔여음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로, 비인간적 세계와 분자 및 우주 등을 탐구하는 작가가 대거 포진해 있다.
비엔날레는 광주에서 유서 깊은 역사가 깃든 양림동 일대에서도 이어진다. 〈소리숲〉이란 전시를 통해 우리가 매일 거듭하는 일상 속 작품을 설치, 공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 가거든 이곳의 옛 파출소와 빈집에 예술을 더했을 때 얼마나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지 꼭 확인할 것.

노엘 앤더슨, 코-로스-어스(Co-Loss-Us), 천장에 매단 면 태피스트리, 2023, 〈검은 피로(Black Exhaustion)〉전 잘츠부르크 쿤스트페라인, 2023. 사진 kunst-dokumentation. 사진 제공 노엘 앤더슨, NWA Studios, Zidoun-Bossuyt Gallery.

비앙카 봉디가 〈별의 연못에서 점치다(Haciendo Vaticinios en Estanques Astrales)〉(2024)에서 선보인 ‘La Casa Encendida’. 사진 제공 라 카사 엔센디다, Ph. 마루 세라노.

소피아 스키단, 충분히 결집되지 않은 이상함을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가?(How can you describe the weirdness that is not assembled enough?), 비디오-에세이, 설치 영상 3편, 재생 시간 각각 7분 30초, 10분, 12분, 2019~2024. 사진 제공 소피아 스키단.

한편, 광주비엔날레에선 여러 국가의 파빌리온도 눈에 띈다. 먼저 싱가포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바람을 향하여 얼굴을 돌리고 태양의 움직임을 따르세요〉전을 마련하고, 인도네시아는 같은 곳에서 〈부서진 마음은 노래하네〉전을 선보인다. 일본은 갤러리오브람, 갤러리혜윰에서 〈우리는 (아직)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전을 통해 동아시아 전쟁과 식민 지배라는 역사 속 우리가 무엇을 망각하고 회상하는지 살펴본다. 이 밖에도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태국, 베트남, 페루, 아르헨티나, 카타르, 덴마크, 스페인, 캐나다, 폴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아프리카, 독일, 중국 등 총 28개국(단체)의 파빌리온을 마련해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 프로그램의 주제와 특징적 서사를 압축해 전달하는 ‘판소리로부터 배우다’란 비디오 에세이까지 기획했다.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이자 공연인 ‘판소리’를 통해 지역과 비엔날레 전반을 반추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고 한다. 이는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으니, 광주비엔날레를 찾을 예정이라면 미리 감상하고 갈 것을 추천한다.
또 부리오 감독은 이번 전시 참여 작가 73인에 1980~1990년대생 젊은 작가를 대거 포함해 이들을 통해 예술계의 현재를 되짚고 미래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대부분 신작을 통해 전시에서 공명하는 작가들은 모두 광주비엔날레라는 한 마당에서 함께 어우러지고 관계를 만들며 광주비엔날레의 향후 30년을 기약할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재)광주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