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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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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버지의 굽은 등을 웅숭깊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이 해가 가기 전 내 아버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 5권.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쓴, 그러나 끝내 보내지 못한 긴 편지를 엮었다. 그는 편지에 아버지의 부조리함을 지적하고, 그것이 자신을 얼마나 위축시켰는지 논리적으로 적었다. 그럼 이건 애증의 편지일까? 아니, 오히려 자전적 성찰에 가깝다. 수십 년 애증으로 굴곡진 부자 관계가 어떻게 당대의 문학가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소금> 박범신 이 책 속의 아버지는 불친절하다. 가족과 화해하지 않고 가출한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통속 소설의 범주에 들지 않는, 흔하지 않은 아버지의 등장. 이 소설은 어느 특정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의 아버지 1, 아버지 2 혹은 아버지 10 같은 우리의 아버지 이야기라 더 흥미롭다.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한 남자가 10대부터 80대까지 자신의 몸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면증과 사랑의 감정, 이명, 구토, 양치질의 귀찮음 등 느릿느릿하지만 삶의 환희와 기쁨, 슬픔 등을 일기 형식으로 탈탈 털어놓는다. 그리고 죽기 직전 사랑하는 딸에게 이 책을 남긴다. 한 남자이자 한 가정의 가장, 그의 애환이 책 한 권에 녹아 있다.

<세상의 마지막 밤> 로랑 고데 살면서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슬픔, 즉 자식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이야기다. ‘현실’, ‘지옥’, ‘저주’,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 등 관념적 단어가 난무하지만, 결코 유치하거나 뻔하지 않다. 오히려 부모와 자식이라는 보편성의 테두리 안에서 볼 때 짠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와 술술 읽히지만, 가능하면 시커먼 이미지가 쉽게 연상되는 밤에 읽는 것을 추천한다.

<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동물학자이자 작가인 저자가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나간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인생에 눈뜬다는 전체 줄거리만 보면 알쏭달쏭한 잠언 위주의 글만 그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실제론 상실과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돌파한 뒤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씩씩한 여성의 긴 여정을 담았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