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아시아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현대미술 트리엔날레

ARTNOW

호주 퀸즐랜드의 자랑이자 중요한 현대미술 축제로 자리잡은 아시아 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

Kawita Vatanajyankur & Pat Pataranutaporn, The Machine Ghost in the Human Shell(from the ‘Cyber Labour’ Series), Performative Hologram Projections with AI, Installed Dimensions Variable, 2024, Commissioned for the 11th Asia Pacific Triennial of Contemporary Art. Courtesy of the Artist and Nova Contemporary, © Kawita Vatanajyankur

Rithika Merchant, Silo, Gouache, Watercolour and Ink on Paper, 105x150cm,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ARQ, Mumbai. © Rithika Merchant.

1993년 브리즈번에서 시작된 ‘아시아 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Asia Pacific Triennial of Contemporary Art, APT)’는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그리고 자국인 호주 사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 지역의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30년 동안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APT를 찾았으며, 가장 최근인 2021년 열린 APT 10은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불러 모아 약 1400만 호주달러(약 123억2000만 원)의 수익을 창출하며 퀸즐랜드 경제발전에 일조한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오는 11월 30일부터 내년 4월 27일까지 제11회 아시아 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APT 11)가 열린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렵게 진행한 지난 행사와 달리, 30개 국가에서 70여 팀의 작가와 그룹이 참여해 500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APT 11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기간 내내 각종 이벤트가 펼쳐질 전망이다. 참고로 한국 작가로는 조각가 정서영이 참가한다. APT가 열리는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 | 현대미술 갤러리(Queensland Art Gallery | Gallery of Modern Art, QAGOMA)가 두 채의 건물로 나뉘어 있는 만큼 갤러리의 특징적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커미션 작품이 사뭇 기대된다.
APT 11의 총괄 큐레이터는 QAGOMA의 아시아 미술부 큐레이터 타룬 나게시(Tarun Nagesh)가 맡았다. APT 10의 총괄 큐레이터이기도 한 그는 지난 3년간 QAGOMA 기획팀과 지역 커뮤니티 그리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 연구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예술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예술가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APT 11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동티모르, 우즈베키스탄의 예술가를 처음으로 소개함으로써 지역 예술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한층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모든 APT와 마찬가지로 나게시는 APT 11 역시 의도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전시 테마를 지리적으로 구분하거나 정치적 과제로 정의하지 않는 이러한 접근법이 예술가의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보기 때문.

Kim Ah Sam, Our Country(from ‘Woven Identity: “it’s not only me”’ Series), Repurposed Rope, Twine, Raffia, Wire, Bamboo, Emu Feathers, 35x31cm(approx.), 2024. Photo by C Callistemon. © Kim Ah Sam, QAGOMA.

Dana Awartani, Standing by the Ruins, Installation View, 〈Art Here: Icon. Iconic〉, Louvre, Abu Dhabi, 2022. Courtesy of the Artist. © Dana Awartani.

Mit Jai Inn, Planes(Electric), Oil on Canvas,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of ‘Encounters’, Art Basel Hong Kong, 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Silverlens, Manila & New York. © Mit Jai Inn.

전시를 관통하는 지배적 테마가 없더라도 몇 가지 공통적 관심사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자연과 도시환경에 대한 문제, 이주 및 노동과 관련한 세대 간 경험 차이 등 심오한 주제를 다룬다. 특히 이동이 잦은 예술가들의 생활과 다문화 사회인 호주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APT 11은 이주에 얽힌 각기 다른 이야기를 통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원주민과 소수자, 디아스포라 문화를 존중하는 APT 11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든 공동체 중심의 예술 창작물 또한 다수 감상할 수 있다. 많은 여성 예술가는 재료나 기법을 선택할 때도 섬세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자수와 패브릭 등 전통적으로 여성의 가사노동으로 여겼으나 현대에 이르러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한 수공예 작업부터 과학 지식과 첨단 기술을 반영한 작업까지 아우른다.
아시아 국가의 토착 예술을 비롯해 우리에겐 여전히 낯선 지명과 언어,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예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APT 11은 호주 전역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예술을 모아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매력적인 작품을 통해 공유한다. 그러나 그 방대한 규모로 인해 500여 점의 작품을 모두 감상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관계로 타룬 나게시가 추천하는 하이라이트 작품을 몇 점 소개하고자 한다.
브리즈번 예술가 유리얄 에릭 브리지먼(Yuriyal Eric Bridgeman)이 이끄는 하우스 유리얄(Haus Yuriyal)의 다채로운 작품이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QAG)의 조각 정원에 펼쳐질 예정이다. 파푸아뉴기니에서 활동하는 28명의 예술가로 구성된 이 그룹은 ‘빌룸(bilum)’이라는 현지의 전통 직조 기술을 활용해 방패 그림, 양치식물 조각, 자수 등 혁신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빌룸 공예에 대한 지식과 지혜는 어머니에게서 딸로 대대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패션 분야의 디자인 상품으로 상업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태국 예술가 밋 자이 인(Mit Jai Inn)은 QAG의 워터몰에서 극적 인터랙티브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추상적 회화를 입체적 설치 작품으로 재구성해 관람객이 미로 같은 구조를 탐험하도록 유도한다.
또 뉴질랜드 조각가 브렛 그레이엄(Brett Graham)은 기념비적 설치 작품 ‘Tai Moana Tai Tangata’를 선보이는데, 이는 뉴질랜드 북섬 서부의 지방자치지역 타라나키와 마오리 부족 중 하나인 타이누이(Tainui)의 관계와 뉴질랜드 전쟁 중 그들이 맺은 연대의 약속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필리핀 중부 일로일로주에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 그룹 키킥 컬렉티브(Kikik Kollektive)도 일로일로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해온 이야기에 담긴 인물, 공동체의 전통, 고대 경작 관행, 영적 신념의 이미지와 함께 달과 관련된 구불구불한 뱀신을 그려 넣은 ‘우리 선조의 뼈(Tul-an sang aton kamal-aman)’라는 대형 벽화를 선보인다.
타룬 나게시는 APT 11을 통해 현대미술이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과 함께 앞으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오래된 문화와 관행을 현시대에 맞게 재현하기 위해 그는 예술과 삶을 형성하는 깊은 역사, 현재의 위기, 문화적 교류 등에 초점을 두었다. 세계적 문화 중심지로서 퀸즐랜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국제적 예술 기관으로서 QAGOMA의 역할을 강조해온 APT. 특히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을 앞두고 있기에 APT 11을 통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뛰어난 예술과 문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남은(프리랜서)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A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