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이름, 세르주 아모루소
귀중하고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롯이 손으로만 가죽을 다루는 세르주 아모루소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1959년생인 세르주 아모루소(Serge Amourso)는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의 캐비닛 제작 공방에서 가죽 다루는 것을 배웠다. 천연 가죽의 다양한 가능성에 매료된 그는 에콜 그레구아르-페랑디(Ecole Gregoire-Ferrandi)에서 수공예를 공부한 후 열여덟살 무렵부터 메종 에르메스에서 가죽 장인으로 7년간 일했다. 그 후 10년간 불우한 젊은이에게 가죽 다루는 기술을 가르쳤으며,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오직 손으로만 가죽을 다루기 위해 서른다섯 살 되던 해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들었다. 가방은 물론 가구와 보트, 비행기 인테리어 등 가죽으로 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창조해온 그의 예술적 감각과 가죽을 다루는 기술은 2010년 프랑스 정부에 의해 인간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지난 6월 말, 빌라 델 꼬레아 트렁크 쇼를 위해 방한한 세르주 아모루소를 만났다. 비행 직후의 고단함이 채 가시기 전이었지만, 진열된 가방을 바로잡거나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는 그의 눈빛은 빛나면서도 진중했다.
도장을 찍은 듯한 붉은 로고가 인상적이다. 무엇을 형상화한 것인가? 내 이름의 머리글자를 본떴다. 로고를 만들 때 응축되고 우아한 디자인을 원했다. 더불어 한 번에 쉽게 읽히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만들게 된 것이다.
악어가죽 같은 희귀 소재는 대체로 화려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당신의 작품에서는 아주 담백하고 간결하며 현대적인 느낌이 묻어난다. 모든 소재는 가공되기전부터 본연의 가치를 지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각기 다른 소재의 특성을 온전히 살리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악어가죽은 특유의 무늬가 완성품에 잘 표현될 수 있도록 완벽한 구성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가죽의 결과 표면의 방향을 탐구하고 디자인을 스케치해 최상의 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전설의 가죽으로 불리는 러시안 카프스킨을 비롯해 코끼리, 상어, 고가의 악어가죽으로 알려진 포로수스 등 다양한 가죽을 사용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가죽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가죽은 저마다 그만의 본성과 언어를 지닌다. 그중에서도 표면이 복잡하면서도 강력한 가오리와 단정하고 우아한 송아지 가죽을 좋아한다. 하지만 색과 광택, 촉감, 두께에 따라 다채로운 매력을 담아내는 악어가죽은 매력의 우위를 논할 수 없는 소재다. 그래서 나는 악어가죽을 마법의 가죽이라고 표현한다.
지퍼, 자물쇠 등 비교적 작은 부분에 다른 소재나 색을 접목하는 세심한 디자인이 흥미롭다. 이처럼 각기 다른 소재와 색의 조합은 어디서 영감을 얻나? 색의 조화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늘 동물과 식물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컬렉션에 담긴 색의 조합 역시 내가 겪은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감성의 연결이자 조합이다.
당신은 프랑스인이지만, 당신이 만든 가방의 정갈하고 담백한 모양새에서 일본 문화의 접점이 느껴진다. 일본은 고객이 많아 자주 방문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형태와 기능의 일상용품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특히 전통 찻잔이나 주전자의 유려하고 정갈한 형태에 푹 빠진 적이 있다. 그 영향 때문에 실제로 ‘벤토 백’, ‘오리가미 코인 케이스’ 등 사물의 특성을 반영한 가방과 액세서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동차의 내부는 물론 겉까지 가죽으로 감싸는 작업이 평생 꿈이라 말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자동차 내부 공간뿐 아니라 외관까지 전체를 가죽으로 덮는 작업을 꿈꾸기도 한 것처럼 가죽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데 한계를 두지 않는다. 최근에는 의뢰를 받아 골동품 시계를 보관할 수 있는 상자를 만들고 있다. 상자 자체는 4000년 동안 습지에 가라앉아 화석화된 떡갈나무로 제작했고, 표면은 가오리 가죽으로 장식할 생각이다. 내부는 칸막이를 통해 12개의 시계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가운데에 커프링크스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했다.
무엇이든 즉시 구입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다소 시간을 필요로 하는 비스포크를 찾게 하는 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비스포크는 당신을 위한 것이자 당신만을 위한 것이다. 오늘날처럼 물자가 풍부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생산되고 쉬이 잊히는 때에 당신의 니즈와 취향을 연구해 당신만을 위해 만든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지 않은가? 인내를 통해 당신이 꿈꾸던 것을 손에 쥐게 되는 순간, 그것을 얻기 위한 기다림은 꽤 가치 있는 시간으로 여겨질 거다.
후계자 양성에 뜻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미 내 제자들이 현업에서 활동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제자들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그러나 내 이름을 이어가는 작업은 나의 몫이지 그 누구의 몫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벽함에 대해 각자 자신의 취향과 독창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에디터 정유민(ymjeong@noblesse.com)
사진 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