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바젤이라는 꽃
현대미술 시장의 자존심이자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아트 바젤을 더 세심히 즐기고 싶은 당신에게.
올해 46회를 맞는 아트 바젤(Art Basel)이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VVIP/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총 6일간 스위스 바젤 메제플라츠(Messeplatz)의 메제 바젤(Messe Basel)에서 열린다. 올해도 아트 바젤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33개국의 284개 갤러리가 참여해 20세기 거장의 미술관급 작품부터 21세기 작가의 컨템퍼러리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아트 바젤엔 매년 평균 9만2000명에 이르는 전 세계 미술계 인사와 컬렉터, 미술 애호가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이 바젤을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곳에선 매년 현대미술계의 전반적 트렌드와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 실질적 미술 시장의 흐름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아트 바젤의 메제 바젤 앞에 설치할 리크릿 티라바니야의 ‘Do We Dream under the Same Sky’ 계획도
Courtesy of Rirkrit Tiravanija, Nikolaus Hirsch, Michel Müller and Antto Melasniemi
올해 주목해야 할 프로그램
세계적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인 ‘14개의 방(14 Rooms)’은 지난해에 유난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메제플라츠를 무대로 선보이는 대형 설치 작품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꿈꾼다(Do We Dream under the Same Sky)’가 특히 주목받을 것 같다. 아르헨티나 출신 리크릿 티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와 독일 출신 건축가 니콜라우스 히르슈(Nikolaus Hirsch), 미헬 뮐러(Michel Müller), 핀란드 출신 셰프 안토 멜라스니에미(Antto Melasniemi)가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예술 커뮤니티를 모델로 아티스트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구현한 관람객 참여형 작품이다. 작품은 페어 방문객을 위한 휴식처 역할을 하며, 작품의 일부인 가든에서 키운 허브로 만든 음료와 태국 전통 음식을 제공하고, 음식값은 관람자의 기부로 대신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관람객이 직접 요리와 설거지, 서빙 등을 할 수 있어 페어 방문객의 호응이 예상되며, 바젤 전시 후 작품은 치앙마이로 옮겨 아티스트를 위한 워크숍 빌딩의 베이스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트 바젤의 메인 전시장이라 할 수 있는 ‘메제 바젤 홀 2’에서는 참여 갤러리들이 각각 지정 부스에서 소속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Galleries)’, ‘피처(Feature)’, ‘스테이트먼트(Statement)’, ‘에디션(Edition)’ 섹션을 진행한다. 또 ‘메제 바젤 홀 1’에선 아트 바젤이 매년 야심차게 준비하는 프로그램으로 아트 페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이는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이 펼쳐진다. 이곳에선 현대미술계에서 최근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의 대형 작품, 설치 작품, 퍼포먼스 등 70점을 소개한다. 또 최근 현대 미술계에서 부각된 쟁점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는 ‘아트 컨버세이션(Conversation)’과 ‘살롱(Salon)’도 메제 바젤 홀 1에서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아트 바젤이 지정한 큐레이터가 장소 특정형(sitespecific) 외부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파코스(Parcours)’ 섹션에선 바젤 곳곳에 설치한 작품이 도시 전체를 전시장으로 변모시킨다.
최근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컨템퍼러리 아트 작품을 찾는다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갤러리의 부스에 들를 것을 추천한다. 국내 갤러리 중 PKM갤러리와 국제갤러리가 지난해에 이어 이 섹션에 참여해 해외 컬렉터를 타깃으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데 사력을 다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메제 바젤 홀 2로 이동해 갤러리 섹션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스테이트먼트 섹션에선 재능은 넘치지만 아트 마켓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매년 이 섹션을 통해 소개한 많은 작가가 세계적 컬렉터, 미술관, 대형 갤러리의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언리미티드 섹션에 전시한 양혜규의 작품
Courtesy of Art Basel

뉴욕 게빈 브라운 엔터프라이즈 갤러리의 지난해 부스 전경
Courtesy of Art Basel
페어 기간, 함께 들르면 좋은 미술 행사
모처럼 아트 바젤에 왔으면, 바젤 인근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위성 페어도 주목해보자. 그중에서 특히 20세기와 21세기의 수집 가능한 디자인 작품을 소개하는 디자인 바젤(Design Basel)은 아트 바젤의 자매 격으로 많은 컬렉터가 관심을 보이는 위성 페어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스코프(Scope), 볼타(Volta), 리스테(Liste) 등의 위성 페어에선 젊은 갤러리에서 소개하는 신진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이런 위성 페어와 별개로 바젤 지역엔 약 37개의 미술관과 미술 기관이 있는데, 이들 역시 아트 바젤 일정에 맞춰 자체 전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시의 다양성과 바젤의 로컬리티를 혼합한 이들의 전시는 글로벌 참가자라면 놓쳐선 안 될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한편 아트 바젤의 설립자이자 인상파와 팝아트의 주요 딜러인 에른스트 바이엘러(Ernst Beyeler)가 50년 넘게 수집한 컬렉션을 전시하는 바이엘러 파운데이션(Foundation Beyeler)에선 이번 페어 기간에 폴 고갱(Paul Gauguin) 회고전과 남아공 출신 작가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 개인전을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바젤 컨템퍼러리 아트 미술관(Museum für Gegenwartskunst Basel)에서는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전시를, 팅겔리 미술관(Museum Tinguely)에선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 장 팅겔리(Jean Tinguely)의 주요 작품과 함께 영국 출신 작가 하룬 미르자(Haroon Mirza)의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젤 인근에 위치한 비트라 미술관에선 아프리카의 동시대 디자인을 조명하는 전시와 이를 기념하는 파티가 6월 17일 저녁부터 열릴 예정. 이외에도 주요 미술관에서 VIP 방문객을 대상으로 페어 오픈 전 미술관 전시의 조찬 프리뷰를 진행한다. 또 매일 저녁 프리미어 갤러리는 아트 바젤 참여를 축하하기 위해 주요 인사를 초청해 파티를 여는데, 이런 파티는 미술계의 긴밀한 정보 교환은 물론 컬렉터와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사교의 장 역할을 한다.
아트 바젤은 올해도 승승장구
지난해 세계 미술 시장의 호황과 경매시장의 연이은 신기록 달성에 힘입어 최고의 판매 실적을 올린 아트 바젤은 올해도 그 여세를 이어가 계속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유럽에서 열리는 주요 미술 전시인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해에 개최해 더욱 풍성한 작품과 다양한 이슈로 관람객을 맞을 것이다. 세계의 미술 관계자들은 지난 45년간 아트 바젤이 보여준 수준 높은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 갤러리와 전시 작품 선정에 깊은 신뢰를 보내왔고, 이는 매해 조금씩 더 공고해지고 있다.
베를린 노이게리엠슈나이더 갤러리의 지난해 부스 전경
Courtesy of Art Basel

지난해 스테이트먼트 섹션에 참여한 케이트 워블갤러리의 애나 벳비즈(Anna Betbeze) 작품
Courtesy of Art Basel

지난해 파코스 섹션에 소개한 에바 로스차일드(Eva Rothschild)의 설치 작품
Courtesy of Art Basel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글 채민진(퍼스펙트럼 아트 어드바이저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