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위크 하이라이트
언제부턴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9월은 가장 기다려지는 달이 됐다. 이 시기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예술로 물들기 때문이다.

Yagwang, Raw Proof, 2024. Photo by Hong Jiyoung. Courtesy of the Artist. ⓒ Yagwang

Jimin Hah, Nico’s Crossword Play, 2025. Courtesy of the Artist. ⓒ Jimin Hah.
다양성을 품다 프리즈 라이브 프로그램. 2025.09.03 ~ 09.06
제4회 프리즈 서울은 예술인의 축제다. 라이브 아트와 퍼포먼스 플랫폼 ‘프리즈 라이브’는 올해도 코엑스와 서울 시내 주요 공간에서 확장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트선재센터가 기획한 오프사이트 전시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의 일환으로 마련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여성, 젠더퀴어 작가들이 참여한다. 영상, 퍼포먼스, 조각, 설치, 사진을 통해 정체성과 신체성, 소속감에 관한 질문을 던져온 야광, 장영혜, 하지민, 곽소진, 루킴이 그 주인공이다.
9월 3일 도산공원에서는 야광의 ‘날것의 증거’를, 4일 국제갤러리 K2에서는 장영혜의 〈𝄆climb, fronthook, angel, invert, daphne, figure head, scorpion, fall, gemini, princess, chopstick〉을 선보인다. 5일 같은 장소에서는 루킴의 ‘a fist is a fist is a fist: 발화’가, 6일 (투게더)(투게더)에서는 하지민의 ‘니콜라스의 십자말’이 이어진다. 일련의 작업은 ‘몸’을 저항과 변화, 감각의 공유가 이루어지는 장소로 부각하며, 프리즈 라이브의 실천을 페어의 틀을 넘어 도시 전체의 문화적 맥락으로 확장한다.

정금형의 ‘Under Maintenance’ 설치 전경, Klemm’s, Berlin. Photo by Nick Ash.

돈선필, 포트레이트 피스트 No.12, 2020.
한일 수교 60주년 키아프 특별전 〈리버스 캐비닛〉. 2025.09.03 ~ 09.06
동시대에 활약 중인 큐레이터들의 문화적 교감을 담은 이 전시는 한일 양국의 큐레이터와 작가가 한자리에 모여 수교 60주년을 기념한다. ‘수집’과 ‘진열’이라는 예술의 근본 형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안하는데, 이를 이끄는 두 큐레이터는 일민미술관 윤율리 학예실장과 ‘The 5th Floor’ 디렉터 이와타 도모야(Tomoya Iwata)다.
참여 작가는 한국의 돈선필, 정금형, 염지혜, 오가영과 일본의 다케무라 케이(Kei Takemura), 다카하시 센(Sen Takahashi) 총 6명으로, 각자 구축한 ‘뒤집힌’ 컬렉션을 통해 오늘날의 컬렉팅과 전시 그리고 예술 전반을 탐구한다. 전시는 코엑스 A · 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며, 9월 4일부터는 〈리버스 캐비닛〉 기획자와 컬렉터의 대담,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해 관람객의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까사 로에베에서 만나는 도예의 미학 이인진 개인전〈Collecting & Piling(집적)〉. 2025.09.04 ~ 09.14
로에베는 2023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인진 작가의 전시 〈Collecting & Piling(집적)〉을 까사 로에베 서울에서 개최한다. 40여 년간 경력을 쌓은 현대 도예가 이인진은 장작 가마 소성법을 전문으로 하며 다양한 석기와 도자기 점토를 활용해 볼륨감이 돋보이는 항아리와 그릇을 빚는다. 그의 작품은 장작불이 남긴 자연스러운 흔적과 함께 소박하지만 정교한 도예 기법이 어우러져 독특한 미감을 자아낸다. 이번 전시는 프리즈 서울 2025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이인진 작가가 로에베를 위해 직접 큐레이션한 다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계 각국을 무대로 예술과 공예 발전에 기여해온 로에베의 끊임없는 애정과 노력이 담긴 이 전시는 프리즈 서울 기간에 누구나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9월 3일에는 VIP 게스트와 언론, 그리고 특별 선정된 프리즈 VIP를 초청해 이인진 작가와 함께하는 프라이빗 아트 토크를 두 차례 연다.

금속공예가 이윤정.

2025 예올 × 샤넬 프로젝트, ‘올해의 장인’ 박갑순 작가의 작품.
꾸준한 전통 공예 알리기 예올 × 샤넬 ‘올해의 장인, 올해의 젊은 공예인’ 프로젝트. 2025.08.21 ~ 10.11
오롯이 우리 전통 공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시작한 ‘예올 × 샤넬’ 프로젝트가 올해 4주년을 맞았다. 재단법인예올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노력으로 ‘올해의 장인’을,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로 ‘올해의 젊은 공예인’을 선정해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두 작가의 작업이 전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연결 고리를 만든다.
올해는 지호장 박갑순을 ‘올해의 장인’으로, 금속공예가 이윤정을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선정했다. 박갑순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한지와 풀을 배합해 틀에 여러 겹을 붙여 생활용품을 만드는 지호 공예에는 ‘새로운 가치 찾기’와 ‘재활용’의 메시지가 깃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민화에서 영감을 받은 기물을 선보인다. 한편, 이윤정은 주변에 늘 존재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을 탐구해왔다. 예를 들어 ‘못’처럼 작은 대상을 매체로 삼아 작업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주석으로 제작한 가구를 조명한다.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전시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 2025.09.01 ~ 09.14
디자인 마이애미가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전시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는 한국어 ‘조명’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 마이애미는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한국 디자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 마이애미의 아시아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7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며, 16개 디자인 갤러리가 참여한다. 이번에 함께한 71명 중 김민재, 이광호, 정다혜, 최병훈 등은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인 · 공예 작가다. 전시는 프리즈 서울, 키아프와 같은 기간에 개최해 이 시기 서울이 ‘현대미술’의 장을 넘어 디자인과 공예를 아우르는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이끈다.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과 VIP 프로그램도 마련해 전시 경험을 한층 풍성하게 할 예정이다.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전시 〈강령: 영혼의 기술〉. 2025.08.26 ~ 11.23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강령: 영혼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시립미술관,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 등 서울의 여러 공간에서 펼쳐진다. 이 전시의 예술감독은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이플럭스(e-flux) 창립자 안톤 비도클, 큐레이터이자 미술사학자인 할리 에어스, 아티스트 필름과 실험 영화를 연구하는 필름 큐레이터 루카스 브라시스키스가 팀을 이루어 협업한다. 전시는 오컬트, 신비주의, 영적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전 세계 작가를 초청해 커미션 신작, 재제작 작품, 기존 작품을 두루 선보이며 주제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큐레이터 팀은 자본주의 근대성의 가속주의적 · 합리주의적 논리에 맞서, 우리가 경험하는 정치적 · 지적 구조에 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참여 작가는 총 50명(팀)으로 한국의 권병준, 박찬경, 안민정, 윤형민, 이승택을 비롯해 안리 살라, 요제프 보이스, 요아킴 쾨스터, 하룬 미르자, 힐마 아프 클린트 등 세계적 거장이 포함됐다.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 토머스 헤더윅이 엮어낸 도시의 하모니. 2025.09.26 ~ 11.18
올해 서울에서는 다양한 문화 예술 축제가 펼쳐진다. 그중 하나가 서울 열린송현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리는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25’다. 이번에는 예술감독으로 토머스 헤더윅을 선정하며 지난해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는 ‘일상을 담은 거리의 벽들’ 프로젝트를 통해 24명의 디자이너를 조명한다. 가로 2.4m, 세로 4.8m 크기의 벽은 ‘건물의 한 조각’을 연상시키며, 건물 외부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상상하게 한다. 참가자에는 한국 건축가 네임리스,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프랑시스 케레처럼 건축디자인과 밀접한 인물뿐 아니라 셰프 에드워드 리,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 부르키나파소 장인, 현대자동차 제작팀 등 건축 경험이 전혀 없는 다양한 창작 · 문화 배경의 인물도 포함된다. 또 서울 도심 공원이자 비엔날레의 주요 무대인 송현그린플라자에서는 헤더윅이 ‘휴머나이즈 월’이라 부르는 대형 설치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 건축물이 어떻게 하면 더 매혹적이고 즐거운 모습으로 변모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앤터니 곰리, Dwell, 2022. Photo by Stephen White & Co. Courtesy of Thaddaeus Ropac Gallery, London · Paris · Salzburg · Milan · Seoul. © Antony Gormley. © The Artist.Ash.
곰리의 계절 엔터니 곰리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
화이트큐브 서울 2025.09.02 ~ 10.18
타데우스로팍 서울 2025.09.02 ~ 11.18
세계적 영국 조각가 앤터니 곰리가 화이트큐브 서울과 타데우스로팍 서울에서 동시에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연다. 두 갤러리가 공동 기획한 이 전시에서 그는 ‘환경이 인간을 형성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도시의 공적 공간과 내밀한 안식처를 조명하며 인간과 도시가 얽힌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 전시는 곰리에게 성찰적 사유의 장이자 도시 건축의 재료와 방식을 실험하는 공간이 된다. ‘신체’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해온 그는 이번에 이를 둘러싼 환경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드러낸다. 화이트큐브 서울은 곰리의 대표 시리즈 ‘Bunker’, ‘Beamer’, ‘Blockwork’ 중 6점을 엄선했으며, 처음으로 실외에 작품을 설치한다. 타데우스로팍 서울은 신체의 내적 상태를 탐구하는 시리즈를 선보인다. ‘Extended Strapwork’ 시리즈의 ‘정착’, ‘지금’, ‘여기’, 그리고 ‘Open Blockworks’ 시리즈의 ‘열린 혼란’, ‘집’ 등이 그 대상이다.

마이리거울프 외관.
마이어리거울프의 새 보금자리 개관전 〈지난밤 꾼 꿈〉. 2025.09.02 ~ 11.07
독일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갤러리가 손을 맞잡고 서울 한남동에 새로운 예술 공간을 연다. 마이어리거울프 갤러리는 독일 카를스루에,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이어 리거(Meyer Riegger)와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조슬린 울프(Galerie Jocelyn Wolff)가 함께 여는 복합 갤러리다. 두 갤러리가 아시아에서 꾸준히 이어온 활동의 연장선이자, 한국 미술 시장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공유하며 맺은 결실이다. 9월 2일 오픈하는 개관전 〈지난밤 꾼 꿈〉에서는 4세기에 걸친 다양한 작가의 종이 드로잉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미리암 칸, 타미나 아마디야르, 윌리엄 아나스타시 등이다. 전시는 갤러리의 예술적 비전을 이루는 핵심 요소인 개인적 탐구와 공동 연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MMCA × LG OLED 추수 개인전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 2025.08.01 ~ 2026.02.0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 LG OLED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부터 LG전자와 중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그 첫 프로젝트로 추수의 개인전 〈아가몬 대백과: 외부 유출본〉을 선보이는 것. 디지털 내러티브 세대의 감수성을 지니고 동시대 젠더 이슈를 포착해온 1990년대생 한국 여성 작가 추수는 이 전시에서 생명과 욕망, 그리고 끊임없는 순환을 주제로 한 작업을 펼친다. 우뭇가사리와 이끼로 구성한 ‘살아 있는 조각’인 ‘아가몬 5’, 디지털 정령의 등장을 그린 2채널 대규모 영상 설치 ‘살의 여덟 정령-태’와 ‘살의 여덟 정령-간’을 통해 전시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로 제시한다. 특히 ‘아가몬’은 주변 환경과 함께 호흡하며 형태가 변하는 유기적 조각으로, 작가의 이러한 개념을 더욱 선명히 드러낸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과 LG전자는 이 전시를 시작으로 현대미술과 디지털 기술의 접점에서 시각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할 예정이다. 매년 한 작가를 선정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박스에서 특화된 신작을 발표하는 프로그램도 이어간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정희윤(heeyoon114@noblesse.com), 박재만(pjm@noblesse.com), 조인정(ijcho@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