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들이 살아가는 방법
현대미술이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면서 작가들 또한 자신의 작품을 좀 더 체계적 으로 소개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부터 홍보, 판매, 계약하는 모든 과정을 대체 어떻게 해나가고 있을까?
Photo by Scott Rudd. ⓒ 2010 Marina Abramovic
Courtesy the artist and Sean Kelly Gallery/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2010년 모마에서 열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 전경
▶ 전시 참여로 이름 알리기
세계 미술계의 축제로 꼽히는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나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 같은 전시 참여,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같은 유명 미술관에서의 기획전 개최는 작가에게 분명 큰 영예다. 다양한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런 전시는 작가 입장에서 특별한 이력이며, 전 세계의 미술 전문가나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 예로 2010년 MoMA에서 열린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의 전을 살펴보자. 마리나는전 시 기간 내내 붉은 드레스를 입고 전시장에 앉아 관람객과 눈을 맞추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때 그녀가 진행한 퍼포밍 시간은 총 736시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56만 명에 달했다. 대중에게 난해한 퍼포먼스라는 장르는 작가와의 직접적 만남과 행위를 통해 울림 있는 교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젊은 시절 마리나의 동료이자 연인인 울라이(Ulay)가 퍼포먼스에 함께 참여한 장면은 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감동 영상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비평가들 또한 당시 최고의 작품으로 극찬한 이 전시는 예술성에 대한 주목뿐 아니라 전시장을 찾은 대중과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난해하게 생각하던 예술의 문턱을 낮춘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런 전시 참여를 계기로 작가는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자신의 예술 세계를 더욱 확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데이미언 허스트는 배우 매니지먼트 업계의 베테랑인 프랭크 던피를 개인 매니저로 고용했다.
▶ 갤러리 계약으로 수익 얻기
시중의 갤러리와 계약을 통해 작가로서 삶을 영위해나가는 방법도 전업 작가라면 알아둬야 할 중요한 생존법 중 하나다. 작가는 갤러리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큰 힘 들이지 않고 효과적으로 작품을 알릴 수 있다. 갤러리와 작가의 컨디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작품이 팔렸을 때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배분은 대개 5:5. 작가 입장에서 이런 상호 관계는 장단점이 있다. 갤러리의 인프라를 통해 작품을 미술 시장에 직접 홍보·판매할 수 있기에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역으로 이런 계약이 판매 위주의 작업에 매진하게 하거나 대외적 활동에 제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술계에서 작가와 갤러리의 전속 계약에는 모호한 부분이 참 많다. 이에 작가와 갤러리의 관계는 단순한 제작자와 판매자의 만남을 떠나 결혼에 비유되기도 한다. 결혼하는 순간 법적으로 서로에게 구속되지만, 서로 맞지 않으면 언제든 이혼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인지 최근엔 작가가 직접 오피스를 꾸려 활동하거나 판매 전담 에이전트(아트 딜러)나 매니저를 고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는 유명 연예인들의 매니지먼트를 맡아온 프랭크 던피(Frank Dunphy)를 매니저로 고용해 전략적인 대외 활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2008년 소더비 옥션에 직접 작품 판매를 의뢰, 2000억 달러 이상의 작품을 거래해 뜨거운 이슈를 낳기도 했다.
올해 터너상 후보 중 한 명인 제임스 리차드의 영상 작품 ‘Rosebud’
▶ 미술상에 도전하기
전통 있는 미술상 수상도 작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인정받는 방법 중 하나다. 유명 큐레이터나 비평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 의해 선택되는 건, 수상의 기쁨과 함께 세계 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술상으로 영국의 터너상(Turner Prize), 베니스 비엔날레의 황금사자상(Leone d’Oro), 구겐하임의 휴고보스상(Hugo Boss Prize) 등이 있고, 국내에선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과 에르메스 재단의 ‘에르메스 미술상’이 손꼽힌다. 이 과정을 통하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소개하는 동시에 유명 작가로서 미술 시장에서 작품 가격을 형성해나가는 데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 저작권 관리
작가는 자기 작품에 대한 소유권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음악이나 상품 저작권 등록과 달리 미술 작품의 경우 저작권 등록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않다. 또 작가들의 작업 특성상 페인팅이라도 시리즈로 다작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등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 때문에 그간 미술계에선 모방, 차용, 창조라는 분명하면서도 모호한 단어가 사방에서 쓰이며 여러 분쟁 사례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일반적으로 각 국가별 저작권 법령에 따라 사후 50~70년 된 기존 작가의 작품을 자신만의 개념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은 저작권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다만 저작권이 있는 캐릭터 상품이나 생존 작가의 작품을 패러디한 경우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사진가 아트 로저스(Art Rogers)와 제프 쿤스(Jeff Koon가s) 법적 분쟁에 휘말린 사건이 그렇다. 아트 로저스가 발표한 흑백사진 작품을 본 제프 쿤스가 조금 과장된 형태로 색깔을 입힌 조 각 작품을 발표했고, 이를 본 아트 로저스가 판매 중지와 위자료를 청구한 것. 결국 이 작품은 미국 법정에서 무단제 복로 판결했고, 제프 쿤스는 비용 지불과 함께 명예에도 타격을 입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작품 에 대한 저작권과 소유권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역으로 어떤 작품 혹은 대상에서 영감을 받았을 땐 상호간 이해를 바탕으로, 차용에 대한 사전 협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 한국저작권위원회(www.cros.or.kr)를 통해 여러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곳을 통해 작가가 온라인상으로 간편하게 등록을 마치면, 며칠간의 검 토 절차를 거쳐 법적 저작권을 허가받을 수 있다.
Photo by Kilian-Davy Baujard
미술, 음악, 영화, 문학 등에서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독일 DAAD
▶ 레지던시에 참여하기
작품 판매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작가는 세계적으로 봐도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작가를 위한 여러 지원책 중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란 것이 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란 한 기관에서 일정 기간 작가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걸 말한다(기관에 따라 체재비, 창작 지원비, 항공료 등을 지원한다). 이런 레지던시에 참여하면 공간 확보의 의미를 넘어 동료 작가들과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외적 홍보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레지던시 기간이 끝나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발표회 등을 통해 미술계 전문가들과 만나 전시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론 독일 DAAD(Deutscher Akademischer Austausch Dienst)의 Artist-in-Residence Program이 있다. 이들은 지난 50여 년간 미술뿐 아니라 음악,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매년 18명의 작가를 베를린에 초빙해 1년간 체류와 작품 활동을 지원해왔다. 1년간의 거주 경험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직접적 자극이 되고, 작가들은 그 기간에 얻은 아이디어로 미술 작품을 비롯해 책과 콘서트, 영화 등을 만들어왔다. 한편 예술 장르가 점차 다양한 분야와 크로스오버한다는 점에서 기술과 연구를 접목한 특성화 공간의 예로 아이빔(Eyebeam)을 들 수 있다. 이는 뉴욕에서 1997년부터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 기간에 대한 몇 가지 옵션이 있지만, 주로 5개월간 머물며 기술적·학술적 교류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이와 관련한 지원비를 받는다. 국내의 경우 삼성문화재단에서 한국인 예술가의 창작 활동 지원을 위해 파리국제예술공동체와 계약을 맺고 매년 1~2명에게 6개월에서 1년 동안 작업 공간과 항공료, 창작 지원비를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있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뉴욕의 아트 오마이 레지던시 프로그램(Art OMI Residency Program)도 청년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이들은 1997년 이래 매년 2명의 작가를 선정해 체류비, 경비 등을 지원해왔다.

▶ 세금 분쟁 피하기
작가는 컬렉터와 기관에 직접 작품을 팔기도 하지만, 대개 갤러리와 함께 작품을 판다. 거래 시 작품은 비과세 항목으로 분류돼 원천징수된다. 현실적으로 작품 거래는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작품의 거래 방식에 따라 여러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그 거래가 순수하게 작품 창작 활동에 국한되지 않을 경우, 작가들은 면세 사업자나 일반 사업자 등록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전문 갤러리나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작가가 직접 작품을 거래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작가는 소득과 관련된 법적인 부분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기업과 함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관련 계약 사항이나 수익 항목에 대한 면밀하고 신중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티스트의 작품에 대한 매뉴얼이 부족한 기업 입장에서 고려하기 힘든 항목은 이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작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유동적이기 때문에 상황별로 고려해야 할 보험, 운송, 작품의 형태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문제 등을 미리 협의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다.
미국 브라보 TV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 Work of Art >
▶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작가들은 독자적으로 작품 활동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기업 혹은 기관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예술성을 리알기도 한다. 기업 브랜딩과 작가의 가치가 동반 상승한 대표적 예로 루이 비통과 아티스트의 협업을 들 수 있다. 20년여 동안 진행해온 이 사업은 다소 낡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무라카미 다카시는 프이로 젝트를 통해 국제적 조명을 받은 케이스. 한편 작가가 직접 대중매체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예도 있다. 그간 TV 기프획로 그램으로 방송에 초대하거나 다큐멘터리 형식의 인터뷰를 방영해왔지만, 최근엔 좀 더 적극적인 작가 참여형 프로그램이 눈길을끌 고 있다. 미국에선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워크 오브 아트(Work of Art)>를 기획하기도 했다1.4 명의 예술가가 10가지 테스트를 받고, 마지막에 살아남은 1명이 브루클린 뮤지엄에 작품을 전시하는 영예와 함께 10만 달러의 금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올 초 이와 비슷한 가 방영돼 화제를 모았다. 한데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 에대한 대중의 찬반양론은 거세다. 예술에 순위를 매기고 대중적 코드로 평가해 그 가치가 변질되는 것에 대한 비난이 쇄도한 것. 하지만 예을술 좀 더 확장된 시각으로 다양하게 소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는 반론도 따랐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작가 입장에선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작품 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할 수도 있다.
Photo by Peter Palm
지난 6월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밀로 무아레
▶ 스스로 홍보하기
최근 작가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쉽게 활용하는 것이 바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SNS다. 물론 이를 통해 부지런히 작품을 만들어 홍보하는 이도 있지만, 소위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방법으로 자신과 작품을 SNS를 통해 구설에 휘말리게 해 유명세를 얻는 이도 있다. 지난 6월 스위스 아트 바젤(Art Basel)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스위스 출신 행위예술가 밀로 무아레(Milo Moire)가 자신의 전시 오프닝 현장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나타난 것. 검은 물감으로 자신의 몸에 브래지어와 팬티, 셔츠 등의 단어를 그리고 전시장 곳곳을 활보한 그녀의 퍼포먼스는 단연 이슈가 됐고, 현장을 찾은 방문객의 SNS에 실시간 포스팅되며 시선을 모았다. 프로젝트 타이틀은 ‘The Script System’, 그녀는 현대인의 보편적이고 일률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자신의 퍼포밍에 대해 설명했다. 행위 자체가 누드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그녀의 포퍼밍엔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지만 작가가 이를 영민하게 활용한 측면 또한 없지 않은 듯 보인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글 이주현(무빙모먼츠 대표) 일러스트 손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