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하는 가장 재미있는 일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 중 하나인 마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웨인 왕이 연출한 <조이럭 클럽>이라는 영화가 있다. 194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중국에서 탈출한 이민 1세대 중국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조이럭 클럽’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속해 있던 마작 모임 이름이다. 주인공이 이 모임에 나가 어머니의 오랜 마작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길고도 섬세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난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밀회>는 어떤가. 상류층의 위선을 거침없이 드러낸 이 작품에서 장면마다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 것이 마작이다. 이를테면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나온 마작 장면은 기괴하면서 냉혹했다. “지켜야 아름답죠”, “저는 개죽음 싫거든요”, “알고 보니 호랑이잖아” 같은 대사는 마작을 하는 중에 나온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들 각각의 상황을 압축해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마작을 인생에 비유하곤 하는 것은 게임 중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삶의 축소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보드게임이 그렇듯 마작도 종주국은 중국이다. 세계마작협회(WMO)는 전 세계 마작 인구를 6억 명 정도로 추산한다(여기엔 허수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중국과 일본에 마작 인구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마작은 쉽게 말해 짝 맞추기 게임이다. 144개의 패에는 문자와 숫자, 꽃이 그려져 있는데 그걸 얻거나 버리면서 13개의 패로 특정한 조합을 만들어야한다. 마작의 룰과 매력을 이 지면에서 다 설명하긴 힘들다. 다만 ‘앉아서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는설 명은 (약간의 과장임을 감안해도) 마작이 꽤 중독성 있는 게임임을 알려준다. 강력한 법규를 앞세워 국민의 도덕성을 강제하던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가 마작을 금지하려다 결국 막지 못했다는 일화가 그 대표적예다. 한국에 마작이 소개된 것은 조선시대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식 마작이 널리 퍼지기도 했는데 1930년대만 해도 경성 시내에 마작 하우스가 120개나 됐다는 사료가 존재한다. 채만식이 1938년 발표한 소설 <태평천하>에선 인공윤씨 가문의 망나니 자식 중 한 명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마작에 빠진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근대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마작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건 어느 순간 게임이 아닌 도박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시작과 동시에 마작이 금지됐는데, 당시부터 한국에서는 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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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이 1938년 발표한 소설
<태평천하>에선 주인공 윤씨
가문의 망나니 자식 중 한 명을
묘사하는 방법으로 마작에 빠진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근대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마작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건 어느 순간
게임이 아닌 도박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시작과 동시에 마작이
금지됐는데, 당시부터 한국에서는
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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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운영 방식도 한몫했다. 패의 개수가 52개 내외인 화투나 트럼프와 달리 마작은 무려 144개의 패가 필요하다. 패도 카드처럼 평면이 아닌 입체적 모양을 띠다 보니 한 판을 도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일본식 마작은 1시간, 중국식 마작은 2시간 정도 소요). 성미 급한 한국인에게 마작은 너무 여유로운 게임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마작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은 조금 다른 얘기를 들려준다. 한국마작연맹 권호종 팀장은 말했다. “마작은 도박이 아니라 멘털 스포츠”라고. 흔히 승부를 겨룰 때 운이 크게 작용할수록 도박에 가깝고, 실력이 크게 작용할수록 게임에 가까워진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마작은 도박보다는 게임에 가깝다. 무작위로 섞여 있는 패를 하나씩 뽑아야 한다는 점에선 운이 필요하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버린 패가 모두 공개되고 남이 버린 패를 이용해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략적인 면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당한 수준의 추리력과 기억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대한 판단, 상대의 수를 읽는 혜안, 맹렬하게 돌진하는 용기와 물러설 줄 아는 신중함이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화투나 포커와 달리 강력한 패가 나올 경우의 수가 많아 실력이 전부인 것도 아니다. 운도 중요하지만 실력이 없으면 장기 승부를 기대할 수 없고, 실력이 중요하지만 운이 없으면 생판 초보에게도 어이없이 역전될 수 있는 게임이 마작이다. 그래서 마작 애호가로 알려진 마오쩌둥은 “마작을 하면 세상의 우연과 필연을 잘 이해하게 된다”고 말한 건지도 모른다.
중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마작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