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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중국에 가다

ARTNOW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에서 한국 작가 최초의 개인전 <양혜규-우기청호>가 열렸다. 작가의 첫 중화권 개인전으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Installation View of Haegue Yang, Come Shower or Shine, It is Equally Blissful Courtesy of UCCA,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향신월(香辛月, Spice Moons), Screen prints, sandpaper, spices, herbs, framed 8 panels set, each 166×115.5×4.5cm, 2013 Courtesy of the artist,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양혜규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의 전시장 내부. 작가는 이곳을 ‘금오옥토’라고 했다.

베이징 798 예술구에 위치한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의 전시장 입구. 초코파이 상자가 랩으로 감싸인 채 탑처럼 쌓여 있다. 이제 막 도착한 것 같기도, 혹은 어딘가로 보내려는 것 같기도 한 초코파이 탑은 바로 양혜규 작가의 신작 ‘유덕한 먹을거리-정 그리고 인’(2015년)으로, 가만히 보면 각 포장이 미묘하게 다르다. 하나는 한국어, 또 다른 하나는 중국어 패키지인데, 중국판 초코파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정(情)’은 사라지고 ‘인(仁)’이 그 자리를 낯설게 채우고 있다. 각 나라의 시장에 따라 차별적으로 디자인했지만 내용물은 똑같다. 각각 반 톤의 무게로 측량한 상자들은 수출입과 유통과정에서 교차되는 문화적 가치의 본질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며, 온전한 무게를 위해서는 반쪽씩의 가치가 하나로 합쳐져야하는 합일적 사유를 보여준다.
일찍이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항저우의 서호를 바라보며 ‘빗속 경치도 기이하고 갠 후의 경치도 좋다’는 시를 남겼다. 이 시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우기청호(雨奇晴好)>는 비가 내리고 햇빛이 비치는 다양한 계절과 날씨에서 각각 느끼는 복합적 감각, 그리고 서정적 감성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사람의 힘으론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변덕이 양혜규의 ‘래커 회화’ 연작에 그대로 담겼다. 거기엔 때때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으며, 먼지가 소복이 쌓이기도 했다. ‘솔 르윗 뒤집기-1078배로 확장, 복제하여 다시 돌려놓은 K123456’(2015년)의 형상은 마치 햇빛이 비칠 때 내리는 비와 같다. 미니멀리즘의 거장 솔 르윗의 백색 선과 입방체를 양혜규 특유의 블라인드로 재현한 이 작품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닿도록 설치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각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블라인드는 흡사 호숫가에 드리운 버드나무가 살랑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각종 향신료를 사포에 조합해 만든 ‘향신월’(2013년) 시리즈는 달빛 같기도, 태양 같기도 한 원형의 반복이다. 전시장 사이사이에 놓인 광원 조각 ‘토템 로봇’(2010년)은 양혜규가 만들어낸 절경을 맘껏 누리는 듯했다.
이어 짚으로 만든 중국 신부가 수줍게 맞이하는 중앙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외발 사자춤, 바다 연꽃, 마야의 피라미드 등 양혜규식 언어로 치장한 ‘중간 유형’(2015년)들이 옹기종기 자리한다. ‘소리나는 달-초경량중형 #14’가 자아내는 풍만한 움직임. 그것을 따라 나선형 궤도가 돌아가고 검은 바닥과 검은 벽이 만나면서 이야기는 더욱 함축된다.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자춤을 비롯해 달, 연꽃, 새 둥지, 연과 날개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된 ‘신용 양호자들’(2015년)이 부유할 때, 역사적 인물들의 오관을 재현한 ‘이모저모 토템’(2013년)은 다시 이 모든 것을 팽팽하게 끌어당긴다. 그 어느때보다 풍부한 형상의 모임은 낮에 내린 비가 갠 후, 달빛이 청량하게 빛나는 밤과 같은 모습이다. 양혜규는 이 전시장을 통틀어 ‘금오옥토(금까마귀와 옥토끼)’라고 했다. 해와 달, 양혜규의 밝음과 어둠을 함께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2016년 1월 3일까지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에서 열린다.

토템 로봇(Totem Robots), 3 light sculptures, 2010
Courtesy of Kukje Gallery, Seoul, Photo by Nick Ash,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Interview with Heague Yang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전시 활동을 하는 양혜규는 2000년대 중반, 개별자와 공동체의 관계를 다루는 진지한 주제의식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 초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대규모 개인전 <코끼리를 쏘다 상(象) 코끼리를 생각하다>를 개최했으며, 이번 중국 개인전은 국내의 전시와 상당수 맞닿아 있다. 첫 중화권 개인전 개막을 앞둔 그를 베이징에서 만났다.

중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입니다. 기존 작품에서 지리적 문화의 특성과 교합에 대한 사유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사실은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독일로 간 지 20년이 넘었거든요. 원래 유럽은 아시아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낮은 편이었는데 20년 동안 많이 변했어요. 미술계도요. 그러니까 제가 만약 중국이나 아시아에 대해 생각한다면 그것은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관심이겠죠. 중국이나 중동처럼 예전엔 중심이 아니었던 장소에 대한 그런 것. 제가 보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향은 옛날의 중심이 해체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탈중심화죠. 그렇다 보니 작가로서 제가 봐야 하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중국을 늘 주시하긴 했지만, 반감도 많고 동시에 무지했어요. 하지만 예전에 서양 작가들이 아시아에서 일회성 전시를 하듯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강조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에서 전시 의뢰를 받았을 때, 전시 규모는 줄이더라도 책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중국에서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싶었거든요. 첫 전시라 위압적인 느낌을 주는 전시보다는 나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싶었어요.

중국과 서로 소통하면서 천천히 전개하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리네요.
네. 오히려 저는 이 전시가 어떤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좋든 싫든 제 실제 작품을 본 관람객의 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시 단계의 중요성이랄까요? 그래서 큐레이터 인터뷰나 평론 외에도 작가 대 작가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죠.

어떤 작가와 인터뷰 하셨나요?
류웨이요. 류웨이가 곧 한국에서도 전시를 할 예정이라 시기가 좋았어요. 동시대 작가로서 궁금한 게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저와 맞물리는 캐릭터의 접점이 보였거든요. 그런 걸 서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귀중한 것 같아요.

그 전에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신 적이 있나요?
2014년에 중국을 다섯 번 방문했어요. 상하이, 난징 등을 둘러봤죠. 아시아 지역의 비엔날레도 많이 봤어요. 그때 느낀 건 ‘마치 인도를 보는 것 같다’는 거였어요. 작가의 사회적 배경을 알아야 읽을 수 있는.

올 초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전시와 이번 전시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신용 양호자들’을 각각 수직과 수평으로 달리 배치한 것이 눈에 띄네요.
리움의 ‘신용 양호자들’은 바위산을 생각한 거예요. 상승하는 형상같이 표현하고 싶었죠. 그런데 울렌스는 공간의 특성상, 마치 동굴에 구겨 넣은 듯 집약적으로 보여줘야 했어요. 또 구작 ‘이모저모 토템’은 울렌스 센터 내 3개의 가벽을 나누어 감싸도록 재배치했는데, 실제 월페이퍼는 상당히 길어요. 그 당시에 생각한 토템이 신작과 맞아서 가져왔죠. 이 방은 마치 형상의 향연처럼 만들었어요. 소리 나는 달만 형상이 아니에요. 그건 기하학적인 구(球)예요. 올해 준비한 리움 전시와 울렌스 전시 둘 다 저에겐 비슷하게 작용해요. 오랫동안 준비한 전시이기도 하고요. 반응이 어떨지 짐작은 잘 못하겠어요. 궁금해요.

중국에서 활동 계획이 있나요?
홍콩을 제외한다면 아직 없네요. 전시 외에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중국에서 본 버드나무가 눈에 아른거리는데, 특히 오염이 심한 희뿌연 날에 흩날리는 버드나무를 보면서 이건가 싶기도 했어요. 옛날 서울에서 많이 봐온 것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주미정(베이징 중앙미술학원 박사 과정) 사진 제공 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