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어디서 본 적 있나요?

ARTNOW

작품이 곧 자신의 이름인 사람들이 있다. 긴 프로필이나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작품만으로 정체성을 발현하는 이들의 이야기.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얘기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도록 유도한 ‘메르헨 마차(Marchen Wagon)’ 프로젝트, 2013

노상호는 혁오밴드의 EP 앨범 <20>과 <22>의 커버 디자인을 맡았다. 20대 초반인 밴드 멤버들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2014~2015

이야기 짓는 화가, 노상호
노상호는 먹지 드로잉을 기반으로 드로잉, 소설, 설치, 영상 작품을 만든다. 작품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이야기’와 ‘구전’. 2012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그리고 짓기를 반복한 ‘데일리 픽션(Daily Fiction)’은 프린트한 이미지 위에 먹지를 대고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과정에 상상 속 요소를 추가하고 변형시켜 그림과 텍스트로 구성한 이야기가 완성된다. 이를테면 코끼리 가죽을 손질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따라 그리다 그 모습이 ‘머리카락이 서로 붙어 있는 사람들 같다’는 상상을 하고 ‘머리카락이 붙은 왕자들(The Hair Stuck Princes)’이라는 제목을 붙여 이야기를 키워가는 식. ‘팔이 3개인 소녀’, ‘슬픔을 먹는 인형’, ‘서커스단의 네 쌍둥이’ 등도 같은 방식으로 먹지 드로잉에 물감을 흘려 수채화로 완성한 작품이다. 모두 다른 내용이지만 비현실적 왕국을 한데 모아놓은 듯 몽환적이다. 장르는 잔혹한 소설부터 추리소설, 달콤한 사랑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이야기 구전 활동을 ‘흘려보낸다’라고 표현하는 그는 작품을 구두나 SNS, 홈페이지를 통해 전파하고 최종 수신자가 누구든, 내용이 어떻게 변형되었든 그 자체를 완성품이라 한다. 리어카를 개조해 만든 ‘메르헨 마차(Marchen Wagon)’는 구전 작업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프로젝트. 마차에 앉아 거리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는 진행형 작품을 만드는 그는 오늘도 이야기를 짓는다.

노상호는 혁오밴드의 EP 앨범 <20>과 <22>의 커버 디자인을 맡았다. 20대 초반인 밴드 멤버들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2014~2015

토끼귀왕국, 2012

머리카락이 붙은 왕자들(The Hair Stuck Princes), 2013

머리카락이 붙은 왕자들(The Hair Stuck Princes), 2013

 

Night Shadow, 2015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와의 협업 작품, 2015

그림 속 세상으로 초대, 곽명주
요즘 가장 바쁜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인 곽명주. 음반과 그림책 표지, 포스터, 도서 삽화,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녀의 작품에는 바삐 사는 요즘 사람들이 갈망하는 보통의 삶이 존재한다. 나무에 기대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 숲 속을 거니는 다정한 연인, 동물과 함께 축제를 펼치는 모습은 소소한 위로와 즐거움을 준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 최근 의류, 식품 등 각종 브랜드와 매체의 협업 요청도 잦아졌다. 특히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와의 협업은 특별했다. 레이니어 산의 만년설과 얼음으로 뒤덮인 경사면, 짙푸른 침엽수림을 표현한 일러스트 패턴은 커튼, 가방, 쿠션 등 패브릭 소품을 통해 일상 속에 스며들며 큰 인기를 얻었다. 주로 뭉툭한 연필, 두꺼운 붓과 펜을 사용한 일반적 핸드 드로잉 작업이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눈에 이해하기 쉽고 천천히 오래 볼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공간 한편에 두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녀는 세계 곳곳을 사진이나 이미지로 간접체험하고, 채집한 영감을 바탕으로 새해엔 더 큰 사이즈의 작품을 제작하는 동시에 개인 전시와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더 큰 그림 속 세상을 그려갈 예정이다.

이한철의 계절 프로젝트 가을 편 앨범 커버 일러스트 작업, 2015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표지 및 내지 일러스트, 2015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2015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2011

<이상 문학의 비밀 13>, 2012

<무의미의 축제>, 2014

첫 페이지의 힘, 박연미
​북 커버는 책 속의 수많은 활자와 콘텐츠를 대표한다. 그 때문에 판형과 두께, 재질과 컬러, 이미지와 제목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한 출판사에서 북 디자인을 담당하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박연미는 꽤 눈에 익은 책들을 디자인한 북 디자이너다. 대표작은 밀란 쿤데라의 <무의미의 축제>.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다루는 일은 기존의 ‘이미지’라는 제약이 있어 더욱 고민이 필요했다. 겉표지엔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그림을 이용하고, 속표지는 원고를 읽은 뒤 느낌을 담아 내용에서 중요한 깨진 술병과 흘러내리는 아르마냐크를 표현해 완성했다. 작업 전 원고를 읽고 머릿속에 남은 잔상을 생각하며, 시선을 압도하기 위한 작업보다는 콘텐츠에 맞는 감정을 적절히 표현한다. 그녀가 큰 흥미를 느낀 작업은 타이포 그래피를 제목 전면에 활용한 디자인.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욕조>, <이상 문학의 비밀 13> 등은 한글의 조형미를 살리고 시침핀, 압정 등 오브제를 활용해 내용을 함축했다. “제목의 어감과 어절, 단어 구조와 음절 수에 집중한 작업입니다. 텍스트만으로 책의 전체 내용을 포괄할 뿐 아니라 그 이미지로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제 역할이죠.” 첫 페이지를 위한 그녀의 노력은 가공, 제본 과정을 꼼꼼히 살필 때도 드러난다. 좋은 책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하고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첫인상에 힘을 싣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에디터 임해경 (hklim@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