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성지 여행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를 즐겼고, 발렌타인 위스키를 마셨다. 발원지가 주는 경외감을 만끽하며.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 코스
올드 코스
나는 골프를 잘 모른다. 사실 관심도 없었다. 아저씨들의 스포츠, 좋게 말하면 비즈니스, 조금 나쁘게 말하면 접대를 위한 수단. 일단 비용과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면 몸의 밸런스만 틀어지는 운동. 그런데 이런 내가 올드 코스에 갔다. 사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윌리엄 왕자 부부가 처음 만나 연애한 곳이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이라는 것만 떠올렸을 뿐. 바로 이곳이 골프 애호가라면 누구나 평생 한번 가보길 갈망하는 곳이라는 것을, 골프 문화가 태동한 이른바 ‘골프의 성지(聖地)’라는 것을 현지에 가서야 알았다.
골프의 유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골프의 어원은 스코틀랜드의 고어라는 설이 유력하다. ‘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커프(cuff)의 c가 스코틀랜드식인 g로 변해 고프(goulf)가 되었고, 이것이 점차 골프가 되었다는 것.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를 즐긴 역사는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세인트앤드루스에 정식 골프장이 들어선 건 1754년, 그것이 지금의 올드 코스다. 세인트앤드루스 클럽 소속이던 앨런 로버트슨과 톰 모리스 부자가 세계 최초의 프로 골프 선수로 알려졌다. 그들 중 특히 아버지 톰 모리스에게 주목해야 한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지형이 낳은 링크스 코스(바닷바람이 부는 해안 코스)를 재정비하고, 중구난방이던 골프 규칙을 반듯하게 정리해 지금의 형식(예를 들어 18홀)을 만든 인물이다. 그의 아들 톰 모리스 주니어는 19세에 대회 3연패를 기록하며 현재 아이돌 스타급의 인기를 누렸으나 24세에 요절, 세인트앤드루스의 공동묘지에 묻혔다(그의 묘비는 올드 코스 못지않은 관광객의 셔터 플레이스다).
올드 코스는 내가 다녀본 현대적 골프 코스와 많이 달랐다. 코스 중간에 어떤 그늘집이나 클럽하우스도 없이 1홀부터 18홀까지 한 방향으로 돌아서 나오는 구조다. 공원처럼 개방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데, 필드를 따라 갤러리를 위한 인도가 나 있어 산책하듯 편히 둘러볼 수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의 사람들. 내 집 앞에서 골프를 즐기는 듯한 여유로운 자태. 어릴 적부터 놀이처럼 골프를 즐긴 사람만이 몸에 밸 수 있는 자연스러움. 우리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자연과 그 안에 스며든 문화가 문득 너무 부러웠다.
1 방문자는 200년 전에 지은 역사적 건물에서 발렌타인 위스키를 시음할 수 있다. 2, 4 거대한 구리 증류기가 열기를 내뿜는 증류소 내부 3 위스키 원액 숙성고. 12년 된 발렌타인 위스키 원액이 아메리칸 버번 오크와 셰리 오크에 담겨 있다.
글렌버기 증류소
골프는 잘 모르지만 발렌타인 위스키에 대해선 안다. 원체 술에 약한 체질이라 많은 양을 마시진 못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라는 것. 그리고 그 블렌딩의 핵심인 원액을 이 글렌버기 증류소에서 만든다는 것. 글렌버기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북동쪽의 소도시 알베스머리 지역에 위치한다. 1810년 설립한 200년 된 증류소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시바스 브러더스 헤리티지 &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담당 디렉터 피터 프렌티스에게 10년 전 리모델링해서 모던해졌으니 예스러운 향취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미리 들은 터였다. 내부 역시 최신식 증류 시설로 채웠다. 10m 높이의 증류기 6대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현장. 발렌타인의 글로벌 앰배서더 이언 로건의 설명을 들으며 보리의 싹을 틔우고 발효, 증류를 차례로 거쳐 맑은 원액이 되는 과정을 차분히 둘러봤다. 발렌타인은 세계에서 1초당 2병씩 팔리고, 이곳에서만 한 해에 400만 리터를 생산하는데 이는 곧 7500만 병 분량이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보통 발렌타인은 40~45가지 원액을 블렌딩하는데 글렌버기는 꿀과 서양배의 풍부한 과일 향과 감미로운 달콤함을 담당한다고 했다. 4일에 걸쳐 탄생한 맑은 위스키 원액은 숙성고에 들어가 버번이나 셰리주를 보관하던 오크통에 담긴 후 긴 기다림의 시간을 거친다.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이 불러줄 때까지 스코틀랜드의 거친 바람 소리를 들어야 한다. 저장고에서 나오니 신식 건물 사이에서 튀는 유독 낡은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유일하게 남겨놓은 초창기의 건물로 지금은 방문자를 위한 시음 공간으로 쓰인다. 이곳에서 더 이상 국내에선 만날 수 없는 파이니스트(논빈티지)와 발렌타인 12년을 포함해 17년, 21년, 30년을 차례로 시음했다. 같은 원액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연산에 따라 향과 맛이 다채롭게 느껴진다. 이언은 특별한 선물을 하겠다며 지하로 내려가 즉석에서 오크통을 뚫고 1969년산 밀턴더프 증류소의 위스키 원액을 따라 건넸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향긋하고, 달콤한 여운이 오래도록 입안을 감싼다. 오래된 위스키의 맛, 세월이 만든 정직함. 감동의 메아리에 빠져 있는 내게 이언은 “이것이 바로 발렌타인이 추구하는 가치(stay true)”라고 말했다.
1 로열 애버딘 골프 클럽에서 열린 2014 스코티시 오픈 결승전에서 로리 매킬로이가 신중하게 퍼팅하는 모습 2 2014년 발렌타인 골프 리미티드 에디션 3 발렌타인 골프 클럽의 캡틴으로 임명된 이언 폴터
스코티시 오픈
골프는 잘 모르지만 발렌타인 위스키에 대해선 안다. 원체 술에 약한 체질이라 많은 양을 마시진 못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라는 것. 그리고 그 블렌딩의 핵심인 원액을 이 글렌버기 증류소에서 만든다는 것. 글렌버기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북동쪽의 소도시 알베스머리 지역에 위치한다. 1810년 설립한 200년 된 증류소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시바스 브러더스 헤리티지 &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담당 디렉터 피터 프렌티스에게 10년 전 리모델링해서 모던해졌으니 예스러운 향취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미리 들은 터였다. 내부 역시 최신식 증류 시설로 채웠다. 10m 높이의 증류기 6대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현장. 발렌타인의 글로벌 앰배서더 이언 로건의 설명을 들으며 보리의 싹을 틔우고 발효, 증류를 차례로 거쳐 맑은 원액이 되는 과정을 차분히 둘러봤다. 발렌타인은 세계에서 1초당 2병씩 팔리고, 이곳에서만 한 해에 400만 리터를 생산하는데 이는 곧 7500만 병 분량이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보통 발렌타인은 40~45가지 원액을 블렌딩하는데 글렌버기는 꿀과 서양배의 풍부한 과일 향과 감미로운 달콤함을 담당한다고 했다. 4일에 걸쳐 탄생한 맑은 위스키 원액은 숙성고에 들어가 버번이나 셰리주를 보관하던 오크통에 담긴 후 긴 기다림의 시간을 거친다.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이 불러줄 때까지 스코틀랜드의 거친 바람 소리를 들어야 한다. 저장고에서 나오니 신식 건물 사이에서 튀는 유독 낡은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유일하게 남겨놓은 초창기의 건물로 지금은 방문자를 위한 시음 공간으로 쓰인다. 이곳에서 더 이상 국내에선 만날 수 없는 파이니스트(논빈티지)와 발렌타인 12년을 포함해 17년, 21년, 30년을 차례로 시음했다. 같은 원액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연산에 따라 향과 맛이 다채롭게 느껴진다. 이언은 특별한 선물을 하겠다며 지하로 내려가 즉석에서 오크통을 뚫고 1969년산 밀턴더프 증류소의 위스키 원액을 따라 건넸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향긋하고, 달콤한 여운이 오래도록 입안을 감싼다. 오래된 위스키의 맛, 세월이 만든 정직함. 감동의 메아리에 빠져 있는 내게 이언은 “이것이 바로 발렌타인이 추구하는 가치(stay true)”라고 말했다.
발렌타인 골프 클럽
발렌타인과 골프의 인연은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런던 웬트워스 골프 클럽에서 발렌타인 토너먼트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골프 대회를 후원해왔다. 발렌타인이 많은 스포츠 중 골프를 택한 이유는 둘 다 스코틀랜드에서 기원했고, 이미지가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골프를 향한 끈질긴 애정은 이제 골프 선수와 팬, 발렌타인 애호가가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발렌타인 골프 클럽은 이전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온라인 골프 클럽이다. 웹사이트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누구나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무료. 콘텐츠가 부실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지만, 최소 17년씩 원액을 묵혀 위스키를 만드는 곳이니, 품질과 명성에 목숨 거는 회사이니만큼 믿어도 좋다. 세계 유명 프로들이 동영상을 통해 직접 스윙 자세와 코스 관리에 대한 팁을 알려주고, 멤버십 토너먼트 개최나 발렌타인 테이스팅 등의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 발렌타인은 골프 클럽의 성공을 기대하며 이언 폴터를 캡틴으로 내세웠다. 이언 폴터는 골프계의 소문난 멋쟁이다. 화려한 색상과 체크무늬 옷을 즐겨 입어 폴터 스타일을 만들었으며, IJP라는 자신의 골프 웨어 브랜드를 런칭할 정도로 패션광이다. 그는 팬과 가장 소통을 잘하는 골퍼이기도 한데 트위터 팔로워가 17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소셜 네트워킹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물론 세계 랭킹 28위로 실력도 수준급. 이 정도면 캡틴에게 필요한 자격은 갖춘 듯싶다. 실력과 비즈니스 마인드, 엔터테이너와 신사의 이미지까지 모두. 이언 폴터는 “발렌타인 골프 클럽의 캡틴이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굉장히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발렌타인 골프 클럽의 회원 가입은 웹사이트(www.ballantinesgolfclub.com)에서 가능하다. 아직은 프리 오픈 단계로 10월에 완벽하게 준비해 모든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제공 페르노리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