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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찰나의 행복

LIFESTYLE

“사진은 나의 자화상이다”라고 고백하는 사진작가 박상원은 누구나 알 듯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 배우다. 그런 그가 사진작가로 부산 해운대 갤러리 아리랑을 찾았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철학적 시선을 영상처럼 담아낸 그의 작품을 만나보자.

자신의 작품 앞에서 선 사진작가 박상원

“뷰파인더에서 저는 자유롭게 유영하는 배우였습니다. 거기서 뛰쳐나와 뷰파인더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와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사진’이었다고 할까요.” 그의 작품 ‘새’ 시리즈 앞에 선 사진작가박상원은 40여 년에 이르는 시간을 배우로 살아왔다. 그 누가 알았을까. 그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기 훨씬 전부터 한 손에는 사진기를 들고 주변의 모든 것을 찍어왔다는 사실을.

갤러리 아리랑 신지영 실장, 신은영 대표, 박상원 작가(왼쪽부터)

2008년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연 첫 개인전 <모놀로그(Monologue)>를 시작으로, 2012년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그는 부산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 장소로 갤러리 아리랑을 택했다. 갤러리 아리랑은 그간 부산 갤러리 최초로 살바도르 달리와 마르크 샤갈을 소개하고 그로테스크한 고양이 그림으로 이름을 알린 성유진과 변웅필 작가 등 국내 화단에서 주목받는 화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전시를 소개했다. 갤러리 아리랑이 미술 애호가 사이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탄탄한 기획력에 있다. 또 전시를 ‘많이’ 하기보다 단 한 번의 전시라도 꼼꼼하게 작품성과 지역 미술계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는 신은영 대표와 신지영 실장, 두 자매의 신념에 컬렉터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갤러리가 문을 연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곳에서는 사진 전시가 열린 적이 없다. “회화 편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사진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읽지 못했죠. 하지만 박상원 작가의 사진에는 무언가 이야기가 있었어요.” 신은영 대표는 갤러리 아리랑의 첫 사진 전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그의 서울 작업실을 몇 번이고 오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40년이라는 시간을 여러 인물의 얼굴로 살아 온 그의 경험이 사진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 탄생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박상원 작가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 “사진으로 대학원 석·박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연기자로서 더욱 확고한 위치를 다지기 위해 연극학을 배우라는 권유가 많았어요. 중학생 때 누나의 캐논 AE-1 카메라를 가지고 놀며 사진가를 꿈꿨지만 배우가 되면서 결국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에 대해 아는 연기자가 되기로 한 거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무대 뒤편 이야기를 2년간 기록한 시리즈를 석사 졸업 작품 과제로 삼았어요. 제가 배우가 아니었다면 찍지 못했을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상원 작가는 항상 사진을 바라볼 때 정지 화면이 아닌 움직이는 영상을 생각한다. “관람객은 알 수 없지만 사진을 찍은 저는 촬영한 당시의 공기, 냄새, 날씨까지 모든 공감각적 경험을 다시 불러낼 수 있죠.” 날아가는 새의 움직임, 마치 세포의 줄기처럼 이리저리 얽힌 앙상한 나뭇가지로 화면을 메운 ‘모놀로그(Monologue)’ 시리즈는 작가 자신의 독백과도 같은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강요하지 않지만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프닝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자연에 관한 작가의 특별한 애착을 드러내는 작품들

이렇듯 그는 프레임 밖의 관람객에게 끊임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사진작가다. 그런 그의 태도는 갤러리 아리랑에서 열린 오프닝 파티에서도 빛을 발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던 초가을 저녁, 작가와 갤러리 아리랑은 부산의 미술 애호가를 초대한 작은 파티를 열었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자유로운 소통이 어우러진 가운데 갤러리 아리랑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문정수 前 부산시장, 부산 비엔날레 임동락 집행위원장, 산악인 엄홍길 대장 등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 박상원 작가는 참석자 한 명 한 명에게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열정을 보였다. 작품 선정부터 자리 배치, 조명 설계 그리고 초대장의 스탬프와 우표 붙이는 작업까지 모두 도맡은 그이니 이번 전시에 대한 애착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전 시가 뜻깊은 것은 판매 수익금 전액을 아프리카나 최빈국의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는 봉사 단체 ‘다일공동체’에 기부한다는 점. 세 번의 전시를 하며 그는 월드비전, 다일공동체, 한국근육병재단 등에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했다. “운 좋게도 저는 배우로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 사랑을 돌려줄 유일한 방법이 기부뿐이라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죠.” 평소 소아암 어린이를 위해 봉사 활동을 펼치는 갤러리 아리랑의 두 자매 역시 여기에 적극 공감했기에 이루어진 일. “갤러리를 단순한 전시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이부터 연세 지긋한 미술 애호가까지 모두가 즐겁게 와서 작품을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기에 예술을 통한 의미 있는 기부 문화까지 확산시키는 것, 그것이 갤러리 아리랑이 존재하는 이유예요.” 전시가 이어지는 한 달간 박상원 작가는 관람객과 깜짝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자신의 작품을 보러 오는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다. ‘찰칵’하는 그 찰나의 행복을 관람객과 함께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사진작가 박상원을 만나고 싶다면 갤러리 아리랑으로 향해보자.

박상원이 꿈꾸는 사진 이야기
갤러리 아리랑(10월 10일~11월 11일) 문의 051-731-0373

에디터 신숙미(프리랜서)
사진 공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