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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기 개 한 마리가 있네

LIFESTYLE

개를 특별히 여기면 젠틀해진다. 개를 특별히 여기면 더 부드럽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 개를 특별히 여기면 인구의 도심 밀집 현상도 막을 수 있다. 거짓말이 아니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을 보면 알 수 있다.

(인터뷰 직전, 강형욱은 자신이 운영하는 반려견 훈련소 뒤뜰에서 심하게 짖는 개 한 마리를 이쪽으로 데려왔다. 개의 이름은 ‘수지’였다.)
솔직히 수지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지 않는 개 같아요. 자꾸 사납게 짖기만 하고. 수지는 이 앞 ‘저수지’에 버려져 있던 개를 구조해와서 붙인 이름이에요. 3개월 전에 여기 처음 왔을 땐 또 버림받을까 봐 보는 사람마다 졸졸 쫓아다녔죠. 지금 짖는 건 이곳이 편해져서 그래요. 여기가 이제 자기 집이라는 거죠. 개로서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좋은 현상입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하 ‘세나개’) 종영 후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반려견 훈련에 전념하고 있어요. 원래 제 주 업무죠. 방송을 하느라 못한 수업을 하니, 직원들이 아주 좋아해요. 이곳에선 반려견의 언어인 카밍시그널부터 산책교육, 예절교육, 분리불안 등 각 항목을 살피고, 견주의 반려견에 적합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방송 전에 비해 운영하시는 회사 규모가 커지진 않았나요? 종영 후 찾는 이도 늘었을 것 같아요. 비슷합니다. 3년 전과 지금 직원 수도 비슷하죠. 다들 제가 방송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사업가 기질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뭐든 직접 관여하고 싶어 하죠. 그래서 늘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에만 손을 대요.

알고 보니 개에 관해서만 전문가셨군요? 솔직히 그렇죠.(웃음)

<세나개>에서 받은 3년 치 출연료를 국제 구호단체 기아대책에 기부했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노인과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았는데, 얼마 전 아기가 태어나며 구체적으로 그걸 실행할 용기가 생겼죠.

저는 ‘강형욱’이니 당연히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했겠다 싶었어요. 물론 그 생각도 했어요. 계획 중 하나가 유기견 보호소 근처의 동물병원을 돌며 밀린 치료비를 내주는 거였거든요. 유기견 보호소는 대부분 외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너무 뻔하더라고요.

어떤 부분이요?동물을 좋아하는 이가 동물을 돕는 것도 좋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고, 그들이 어른이 되어 언젠가 ‘그때 동물을 좋아하는 이에게 도움 받았지’ 정도의 생각을 하게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러면 훗날 그가 정치인이 되어 동물에 관한 좋은 법을 만들 수도 있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동물을 위한 더 좋은 정책에 투표할 수도 있겠다고 봤거든요.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칠 수 있군요?제가 기부한 돈이 어려운 이들에게 가면 그들에겐 동물을 볼 여유가 생겨요. 반대로 동물에게 간다면, 동물을 보던 사람들만 그걸 알게 되죠. 내 배가 든든해야 이웃을 살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어떤 마을의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고 싶으면, 그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봐야 해요. 그리고 먼저 그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죠. 그래야 그들이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것에 공감하게 돼요.

어릴 때 부친이 ‘강아지 공장’을 운영한 것이 반려견 훈련사가 된 계기라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게 궁금해져요. 어릴 적부터 집에서 그 일을 했다면 강아지와 관련한 안 좋은 기억이 그저 ‘일상’이었을 텐데 어떻게 거기서 완전히 벗어났을까 하는 거요.사실 어릴 땐 반려견 훈련사가 되는 데 뜻이 없었어요. 그냥 아버지가 개를 다루는 모습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고, 밖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지 못하게 하니 짜증이 났죠.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갑자기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하게 됐어요. 내 보호자를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 생긴 거죠. 그때 제 직업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마침 개를 아주 좋아할 때였거든요.

지금은 부친께서 그 일을 그만두셨나요? 네. 거의 20년 가까이 하다 “난 재능이 없나 보다”며 접으셨어요.

지금의 강형욱 훈련사를 부친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자랑스럽게 생각하죠. TV에 나오니까요.(웃음) 하지만 아버지와 당시 일에 대해 깊이 있게 얘기해본 적은 없어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지난 수년간 이 땅에 생긴, 동물에 관한 아주 강력하고 이상한 인식에 대해서죠. 한 예로 내가 개를 좋아하니 당신도 무조건 개를 좋아해야 한다, 이런 거요. 만약 누군가 개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는 어떤 비난을 받아도 무방하다고 보는 이전에 없던 인식에 대한 얘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죠. 우린 이제껏 한 번도 동물을 사랑함으로써 갖게 되는 따스한 마음을 느껴보지 못했거든요. 오랫동안 이 땅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지 못했죠. 그런데 개를 키워보니 너무 사랑스럽고, 알고 보니 굉장히 많은 감정을 지닌 동물인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데 그 방법을 잘 몰라요. 그냥 알릴 수도 있고, 듣는 이도 어렵지 않게 들어줄 수 있을 텐데 왠지 모르게 무시하고 싶죠.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싸우는 거고요.

저 역시 어느 한쪽의 문제라고 보진 않아요. 개를 대하는 태도는 그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우리가 그 삶의 방식 자체를 욕할 순 없겠죠. 맞아요. 그런 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건 우리가 동물은 잘 대해줘야 한다고 말하며 정작 실수하는 인간에겐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내가 좋아하는 것만 챙기는 거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다른 이가 함께 좋아할 수 있게 알리는 것엔 익숙하지 않죠. 그 말은 곧 동물을 좋아하는 쪽 역시 여유가 없다는 거예요. 개를 사랑하지만 아내에겐 못할 수도 있어요. 개를 사랑하지만 남편에게 못할 수 있고, 개를 사랑하지만 악덕 사장일 수도 있어요. 동물을 사랑하는 건 벼슬이 아니에요. 저는 동물을 사랑하는 이가 사회적 관계망을 잘 유지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만약 강형욱이 행정가가 된다면 반려동물에 관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 지금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만들 것 같아요. 공동주택에선 한 가구당 한 마리 이상 키울 수 없게 하는 조항 같은 거죠. 그럼 좋은 일이 생겨요. 도심 밀집 현상을 막을 수 있죠. 개를 여러 마리 키우고 싶으면 외곽으로 이사 가야 하니까. 개를 키우는 문제가 도시 정책에 관여하는 거죠. 저만 해도 가평에 살고 있어요. 오후 6시만 돼도 동네 가게가 전부 문을 닫아 불편하지만, 키우는 개들이 좋아해 그곳에 살고 있죠.

SNS에서 강형욱을 검색하면 참 재미있는 글이 많이 나옵니다. 그 말투나 태도,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이 너무 긍정적 방향으로 이질적이라 당연히 교포거나, 외국 생활을 오래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실은 ‘토종 한국인’이라고 하는 거요.실은 그런 모습이 다 제 욕심이에요. 저는 방송에서든 회사에서든 견주를 설득하지 못하면 잠을 못 자요. 그래서 저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까 늘 고민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비유도 많아지고 좀더 부드럽게 내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어요. 저만의 대화 방법이 생긴 거죠. 그러니 제 말투나 행동은 철저히 학습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웃음)

개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젠틀해질 수 있군요?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사실 제 방송 목표는 고든 램지였어요.(웃음)

이전의 어떤 방송 에피소드에선 노트북을 쾅쾅 닫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모습도 보여주곤 했죠. 사실 <세나개> 첫 회부터 그랬어요. 파일럿 방송이 끝나고 정규 첫 방송 녹화 때였죠. 당시 제보자의 집에 들어갔다가, “저 이거 못하겠다” 하고 10분 만에 나와버렸어요.

왜요? 견주가 개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아니, 좋아했지만 잘못 좋아했죠. 10년 넘게 암에 걸린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이였는데, 다른 개를 키우고 싶다며 어느 날 대형견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왔어요. 대형견은 암투병하는 강아지들을 자주 물고 때렸죠. 사실 견주는 집이 좁아 큰 개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제 말을 전혀 듣지 않았죠. 그래서 그냥 나와버렸어요. 실제 방송에서도 저는 5분밖에 출연하지 않았죠. PD님이 정말 아름답게 편집해주신 게 그 정도였어요.

요 몇 년, 한국에서도 동물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개인적으로 어떻게 느끼세요? 저도 비슷한 걸 느낍니다. 그게 왜 그러냐하면, 이젠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높은 임금과 저녁이 있는 삶. 그것과 맞물리는 거죠. 옛날엔 까라면 깠고, 나오라면 나와 일해야 했죠. 하지만 이젠 집에 가 우리의 영특한 두뇌로 감정을 느껴요. 예전 같으면 묶여 있는 개를 보고도 피곤해 그냥 자버렸을 텐데, 이젠 그 개를 보고 글을 쓰죠.

한 번도 개를 키우지 않은 이가 집으로 그들을 데려오기 전, 자신이 좋은 반려인이 될 수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방법이 있나요? 집에 개를 데려옴으로써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세 가지를 포기할 수 있는지 체크해보면 돼요. 게임, 운동, 독서 등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를 안 할 수 있는지. 잠깐 참는 게 아니라 완전히 포기해야 해요. 이 세 가지를 다 하면서 개를 키운다? 물론 키울순 있죠. 하지만 당장은 안 돼요. 그렇게 개를 키우는 이 대부분이 보통 2주 안에 파양하니까요.

강형욱에겐 왜 그렇게 개가 특별할까요?글쎄요, 왜 그럴까요?(웃음) 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