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의 새로운 시대
당신의 룩을, 당신의 공간을, 당신의 문화적 욕구를 온전히 이곳에서 충족시킬 수 있다. 한층 더 문화적인 모습으로 거듭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라이프스타일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줄 새로운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장-미셸 프랑크의 리에디션 컬렉션인 3인용 소파와 미켈레 데 루키가 디자인한 2014 팡토그라프 컬렉션의 플로어 램프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리빙룸. 뒷편의 벽은 다양한 벽면 구성이 가능한 모듈식 벽면 커버링 시스템 ‘모듈 아쉬(Module H)’로 시게루 반이 디자인했다.
1 여성복과 남성복 컬렉션을 구비해놓은 2층 쇼룸과 3층의 ‘라 메종’ 공간을 잇는 나선형 계단 2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외관 3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라운지 체어와 테이블이 놓인 공간. 산뜻한 네온 컬러의 매치가 돋보인다. 4 2013년‘레 네쎄쎄어 컬렉션(Les Necessaire Collection)’ 에서 선보인 3가지 사이즈의 스툴. 필립 니그로가 디자인했다.
2006년 오픈 이후 강남 도산대로 일대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가 2014년 10월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 변신은 급격하지 않으면서 신중하고 면밀하게 이루어졌다. 우선 도산공원 앞쪽에 자리한 빛나는 사각의 유리 건물 외관이 달라졌다. 2006년 르나 뒤마 건축사무소가 디자인한 원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이중 유리 벽면에 섬세한 황금색 줄무늬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더해 서울 하늘의 다채로운 모습을 색다르게 투영해내는 장막으로 변신했다.
여성 실크 컬렉션과 가죽 제품, 승마용품과 향수, 주얼리, 시계 등을 선보이는 1층과 여성복, 남성복 컬렉션을 구비해놓은 2층 쇼룸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3층과 지하 공간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1·2층을 둘러본 후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3층 전체를 홈 컬렉션 공간으로 꾸민 ‘에르메스, 라 메종’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숨겨둔 보물 상자가 열린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풍성하게 꾸며놓은 모습이다. 그동안 일부 주요 백화점에서 만날 수 있던 에르메스 테이블웨어와 생루이의 크리스털 제품, 퓌포카의 실버 제품뿐 아니라 가구와 텍스타일, 벽지, 스포츠 및 레저용 비치 제품과 피크닉 제품 등 16가지 제품군으로 이뤄진 다양한 컬렉션을 한데 구비했다. 이 모든 제품이 벽과 바닥을 각각 마모리노 석고와 슬림한 오크 파켓으로 마감한 274㎡의 널찍한 공간에 전시돼 있다. 독특한 패턴과 색감이 멋스러운 에르메스의 월페이퍼로 도배한 슬라이딩 패널이 파티션 역할을 해 다양한 가구와 소품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건물의 이중 유리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과 매입형 트랙에 고정한 조명이 어우러져 공간에 분위기를 더하는 데 한몫한다. 쇼룸 안 가구와 소품을 선명하게, 또 조화롭게 부각시킨다. 베딩 패브릭과 안락의자, 드레싱 테이블 등을 놓은 베드룸, 소파와 조명으로 장식한 리빙룸, 갖가지 테이블웨어로 꾸민 다이닝 테이블과 책상 가구, 소품이 멋들어지게 자리한 워크룸…. 마치 누군가의 편안한 집에 초대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1 엔조 마리가 디자인한 책상과 낮은 테이블, 문구용품으로 워크룸처럼 꾸민 공간 2 수제작한 커스텀 메이드 슈 캐비닛 3 3층의 발코니 공간 4 2단 서랍장을 장착해 의자, 커피 테이블, 수납 등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기능미가 돋보이는 벤치. 필립 니그로 디자인으로 2013년 컬렉션이다.
덴마크의 여성 디자이너 난나 디첼(Nanna Ditzel)의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발코니의 라운지에는 이곳에 들른 고객이 커피나 차를 즐기며 영상물을 볼 수 있는 특별 스크리닝 공간을 마련했다. 영상을 틀지 않을 때는 스크린을 마모리노 벽 속으로 숨긴 뒤 베이지 색상 커튼을 칸막이로 이용해 분리, 전시나 이벤트를 열 예정이라고. 홈 컬렉션 고객을 위한 VIP 룸은 개인 전용 매장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 맞춤 제작 가구, 브론즈 색상 카펫, 체리우드 소재의 가구, 에르메스 고유의 ‘에투프’ 색상 가죽으로 디자인한 상하이 체어로 구성해 한층 특별한 분위기를 더한다. 발코니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으면, 마치 도심에서 최고의 휴식을 만끽하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3층 전체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에르메스가 제안하는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집’ 같은 공간인 셈이다.
에르메스의 ‘집’에 대한 관심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1924년 에르메스 가문의 4대손 장-르네 게랑(Jean-Rene Guerrand)과 전설적 인테리어 장식미술가 장-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고, 이 운명적 사건(!) 이후 에르메스의 가죽 장인들이 프랑크의 가구에 새들 스티치로 가죽 커버를 씌우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에르메스는 특유의 질 좋은 가죽을 의자와 가구, 벽에 씌워 아름답게 재창조해냈다. 에르메스의 창조적 영감 원천인 ‘집’이라는 테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1942년 출시한 ‘홈-발레(Home-Valet)’ 시리즈에서도 드러난다. 에르메스 스타일이 많은 이들의 라이프에 본격적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건 1980년대 들어서다. 도자기와 크리스털, 실버, 텍스타일, 데커레이션 컬렉션을 다양하게 선보인 것이다. 1987년 실내 건축가 르나 뒤마(Rena Dumas)와 피터 콜스(Peter Coles)가 내놓은 ‘피파(Pipa)’ 시리즈는 에르메스가 사랑해 마지않는 여행의 이상, 노매드적 삶에 대한 지향을 접이식 가구라는 매개체 안에 고스란히 구현해낸 작품이다. 그 후 2011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통해 홈 라인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고, 이어 2014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2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조명 컬렉션을 추가했다. 이때 첫선을 보인 이탈리아 디자이너 미켈레 데 루키와 프랑스 아티스트 얀 케르살레가 디자인한 조명과 장-미셸 프랑크의 가구 등을 3층 라 메종 쇼룸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에르메스 팬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홈 데커레이션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이들에게 선사하는 새로운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가구와 조명을 포함한 대부분의 홈 컬렉션 제품은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색다른 감각을 지녔다. 에르메스 고유의 장인정신과 전 세계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창조적 영감이 만난 덕분이다. 단순히 모던이나 클래식 따위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유니크하면서 품격 있는 멋을 품고 있다. 소재나 패턴, 색상 등에서 창의적이면서도 어느 공간에나 잘 어우러지는 디자인이라는 점이 놀랍다.
1 다리 부분까지 질 좋은 가죽을 씌운 셀리에 (Sellier) 체어. 안장 제작 기술을 이용했다. 여행 가방 제작에 쓰이는 패브릭인 트왈 H(toile H)로 감싼 버전도 있다. 2 블루 컬러의 기하학적 패턴이 돋보이는 ‘블루 다이여’ 테이블웨어 3 X형 다리 디자인이 독특한 다이닝 테이블은 장-미셸 프랑크 컬렉션. 다양한 라인의 에르메스 테이블웨어와 생루이의 크리스털 제품, 퓌포카의 실버 제품으로 세팅했다. 4 <컨덴세이션>전을 통해 선보인 엘리자베스 S. 클라크의 작품. 아뜰리에 에르메스와 카페 마당 사이의 중정에 설치했다.
또 하나의 대대적 변신은 지하 1층에 자리한 카페 마당이다. 안에 들어서면 절제된 고급스러움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가 감돈다. 회색빛이 도는 오크 목재를 사용해 마감한 바닥과 벽, 천장 중앙에 설치한 빌트인 조명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샹들리에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차분하면서 오묘한 느낌을 전하는 덕분이다. 노랑, 주황, 황금색 등의 쿠션으로 장식한 테라 브루차타 가죽 소재의 소파나 다양한 컬러로 제작한 비트라의 오거닉 체어에 앉아 에르메스 테이블웨어에 담긴 샐러드나 버거 또는 커피와 티를 즐기는 건 여느 카페에선 쉽게 맛보지 못할 매력이다. 카페 마당 맞은편엔 또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 자리한다. 바로 아뜰리에 에르메스다. 카페 마당과 마찬가지로 이 건물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메종 중앙의 지하부터 하늘까지 길게 뻗은 아트리움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야외 공간까지 넓히거나 패브릭 커튼으로 나누는 등 한층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전시 공간 개관과 함께 11월 30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큐레이터 가엘 샤르보가 4년에 걸쳐 기획한 공방 프로젝트 <컨덴세이션(Condensation)>전이다. 2010년부터 매년 4명씩 선발해 에르메스 레지던시에서 나온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숙련된 장인과 젊은 아티스트 16인의 만남으로 탄생한 창조적 결과물이다.
새롭게 변화한 에르메스 메종 도산 파크를 둘러본 후, 새삼 에르메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새삼스러운 감상이긴 하지만, 에르메스는 역시 에르메스다. 이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고집스레 이어가는 브랜드의 진정한 헤리티지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가장 부드럽고 우아하며 품격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낸 변화와 혁신에 대한 놀라움. 이 새로운 공간을 통해 에르메스는 단순한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국내 팬에게도 여실히 입증해냈다. 백이나 스카프를 소유하는 것만으론 에르메스를 온전히 향유할 수 없다는 의미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 오면, 입고 먹고 생활하는 당신의 라이프 전반을 ‘에르메스 스타일’로 채우고 싶어질 것이다. 한층 다양한 향취를 품은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의 허브로 도약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아름다움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언제든 이곳에 들러 구석구석 눈에 담으라고 권하고 싶다. 삶의 매력이 몇 배는 더 커질 테니 말이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사진 이창재(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