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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도너스버그의 예술적 터치

LIFESTYLE

현대미술과 공예에 대한 관심, 그리고 창작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에마 도너스버그의 파리 7구 아파트를 한국 미디어 최초로 방문했다.

왼쪽 디자이너 에마 도너스버그.
오른쪽 작은 갤러리처럼 연출한 현관.

미국 상류층에서 사랑받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에마 도너스버그(Emma Donnersberg). 아트 컬렉터로도 알려진 그는 최근 현대미술 전시 큐레이터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올가을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갤러리 개관을 준비 중이다. 세계적 경매 회사 크리스티 뉴욕 지점 인턴십을 위해 파리에서 뉴욕으로 건너간 젊은 에마 도너스버그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생기면서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에 입학하고 석사 학위까지 받는다. 그리고 몇 년간 실무를 거쳐 2008년 뉴욕과 파리에 ‘에마 도너스버그 인테리어’라는 이름의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을 오픈했다. 많은 프랑스인이 꿈꾸는 상징적 두 도시를 오가며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된 것이다.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미국에 있지만, 파리에서 지내는 장점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제 가구는 모두 유럽 장인들이 제작하거든요. 그래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에 위치한 작업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제작 과정을 컨트롤하기 위해 파리에서 머무는 시간이 필요해요. 유럽의 장인정신은 제 작업에서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일뿐더러 세기에 걸쳐 기술을 축적해온 이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마 도너스버그가 디자인한 ‘Wave’ 소파와 ‘U&ME’ 커피 테이블. 왼쪽 그림은 자브릴 부케나이시(Djabril Boukhenassi)의 2023년 작 ‘Cheval’, 오른쪽 그림은 미아 채플린(Mia Chaplin)의 ‘Dreamwatcher’.

직접 디자인해 수작업으로 제작한 가구는 180m² 규모의 파리 오스마니안 아파트 공간을 채우며 모던과 클래식의 균형을 조화롭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가구 제작을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2017년 재미 삼아 만들어본 버섯 모양 테이블을 시작으로 팬데믹 기간 중 론칭한 첫 번째 가구 컬렉션이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매년 컬렉션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디자인에는 곡선만 있는데, 자연에서 영감받은 유기적 형태의 소파, 테이블, 램프 등은 공간에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부여한다. “내일 갑자기 전혀 다른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재 제가 관심 있고,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대상은 자연이에요. 구름, 산, 나무, 돌 형태에서 느낀 일률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선을 가구에 적절히 적용합니다. 모서리 없는 부드러운 형태는 실생활에서 편안한 일상을 만들어준다고 믿어요.”

위쪽 다이닝 룸을 채운 ‘Galet’ 테이블과 ‘Cloud’ 의자.
아래왼쪽 흰색 석회암으로 제작한 ‘Cloud’ 사이드 테이블.
아래오른쪽 마크 뉴슨의 ‘Wicker’ 의자 뒤로 에마 도너스버그가 처음 제작한 가구 ‘Mushroom’ 사이드 테이블이 놓여 있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전적 터치가 가미된 컨템퍼러리’라고 정의하는 그는 마치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처럼 공간에 다양한 색상과 질감을 대입해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시각적으로 한눈에 아름다워야 하는 것도 그만의 철칙이다.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이닝 룸에 배치한 대형 책장의 디스플레이 방식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색상과 사이즈로 분류해 가로로 쌓아 올린 책은 각 칼럼이 하나의 건축물처럼 입체적이면서 시각적으로도 아름답다. “강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정리하면 책을 찾기가 편해요. 물론 가장 아래쪽에 있는 책을 꺼내려면 약간의 근육 운동이 필요합니다. 근육을 키우고 싶은 제겐 나쁘지 않은 방법이죠!” 컬러풀한 집과 어울리는 발랄한 싱글 여성다운 대답이다. 에마의 미적 세계관이 100% 반영된 아파트는 휴식과 개인적인 목적 외에도 다이닝 룸을 직원들과의 식사 장소로 쓰기도 하고, 해외에서 방문하는 아티스트 친구들이 장기간 머물며 작업할 수 있도록 게스트룸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구의 쓰임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클라이언트에게도 아파트 문은 늘 활짝 열려 있다.

왼쪽 맞춤 제작해 주방에 배치한 도너스버그 디자인의 세라믹 스툴 ‘Cepe’.
오른쪽 게스트룸 벽에 걸린 그림은 레오나르도 메오니(Leonardo Meoni)의 작품이다.

현대미술에도 관심을 보이는 에마는 바젤, 마이애미 등 글로벌 아트 페어를 관람하며 컬렉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수집한 작품에는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대부분 자연을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와 컬러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거실 소파 위에 걸린 멕시코 아티스트 일레아나 가르시아 마고다(Ileana Garca Magoda)의 작품은 매우 특별하다. “일레아나는 제가 초창기에 만나 지지하기 시작한 작가예요. 작품의 에너지와 컬러가 제 디자인 세계와 일치했죠. 그렇게 그녀의 작품을 컬렉팅하기 시작했고, 현재 에마 도너스버그 갤러리를 대표하는 첫 번째 아티스트가 되었어요. 지난해 제가 큐레이팅한 파리와 취리히 전시에서 작품이 모두 판매될 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아티스트입니다.”

왼쪽 핑크색 석회암 ‘Cloud’ 사이드 테이블과 안나 정 서(Anna Jung Seo)의 그림.
오른쪽 핑크빗 천연 대리석으로 맞춤 제작한 욕실.

여섯 살에 컬러풀한 돌 오브제를 모으던 소녀는 성인이 되어 예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약 20년의 실전 경험을 거쳐 2025년 가을 파리 중심가에 갤러리를 오픈할 예정이다. 현재 갤러리 인테리어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어떤 자재와 컬러를 사용할지 수많은 옵션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차가운 흰색보다 따뜻한 흰색 위에 작품이 놓였을 때 눈이 훨씬 편해요. 그리고 반짝임이 없는 매트한 질감으로 벽을 표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패브릭, 우드, 세라믹, 청동 등 다양한 질감의 소재를 매치해 공간에 입체감을 주는 것도 시도해보라는 인테리어 팁도 남겼다. “장인이 제작한 공예품이면 더욱 좋습니다. 멋진 공예품은 공간의 수준을 한 차원 높여주니까요.”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양윤정
사진 알리스 메기슈(Alice Mesgui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