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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프랑스 미술 시장에서

ARTNOW

늦가을 아트로 충만한 파리에서 열린 미술 시장, 세계적 아트 페어 ‘피악’과 작지만 내실 있는 위성 아트 페어 ‘아시아 나우’를 소개한다.

피악이 개최된 그랑 팔레의 외관
Photo by Marc Domage

활기 넘치는 피악 2015 현장

파리에서 가장 큰 미술 축제, 피악
파리의 국제적 아트 페어 피악(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 FIAC)이 오픈하기 일주일 전, 이 행사를 이끄는 디렉터 제니퍼 플레이(Jennifer Flay)는 프랑스 정부 최고의 훈장인 레종도뇌르를 받았다. 프랑스 미술을 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공헌을 인정받은 것이다. 소위 ‘쿨’하지 못한 아트 페어라는 수모를 당하던 피악은 플레이가 이끌면서 회복기를 거쳐 이제 세계 미술계라는 거대한 대양을 여유롭게 항해하고 있다.
10월 21일 VIP 오프닝이 열린 오전 10시부터 많은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가 페어를 찾았다. 유리 돔 지붕에서 눈부신 자연광이 쏟아지는 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 피악이 여타 페어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파리라는 예술적 도시와 그랑 팔레라는 아름다운 장소에 자리 잡은 것. 이미 런던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 프리즈(Frieze)에서 한바탕 판을 벌인 거물급 갤러리들이 다시 며칠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곳에 안착, 세계적 대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리처드 프린스, 글렌 브라운, 무라카미 다카시, 프란츠 베스트, 사이 트웜블리, 주세페 페노네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순조로운 판매를 이어갔는데 다른 아트 페어와 유사한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수요가 높은 작가 위주로 미술 시장의 현재를 반영한, 소위 ‘안전한’ 디스플레이였다. 마찬가지로 안전한 길을 택한 영국의 화이트 큐브 갤러리도 첫날 오프닝에서 판매 금액 100만 달러를 넘겼다. ‘아트 페어는 필요악’이라던 카멜 므누는 애니시 커푸어, 다니엘 뷔랑, 프랑수아 모를레, 이우환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가격이 2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에 이르는 이 작품들은 재빨리 바이어를 찾았다. 작품을 보다 새롭고 멋지게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는 아트 페어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제 전시장보다 아트 페어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많은 현재의 상황을 정당화하는 그의 말에는 공감이 간다. 피악의 스타 갤러리이자 프랑스 컬렉터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에마뉘엘 페로탱 갤러리에서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사진이 들어간 병풍 작품을 첫날에만 10개 에디션을 판매했고, 부스 한 벽면에 존재감 있게 걸린 박서보의 작품도 바로 팔렸다. 또 빔 델부아예, 무라카미 다카시, JR, 페터 페르메르슈의 작품도 순조로운 판매가 이어졌다. 이번에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에서 선보인 이자 겐츠켄의 조각 작품 ‘Untitled’. 20만 달러가 넘는 이 작품도 오픈과 동시에 바이어를 찾았다. 일반 관람객에게 인기를 끈 부스는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솔로전으로 꾸민 글래드스톤 갤러리였다. 론디노네의 동그란 그림에 둘러싸여 산만한 배를 내놓고 주저앉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광대 조각품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파리 출신의 나탈리 오바디아 갤러리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대표주자인 파브리스 위베르의 작품을, 다니엘 템플롱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을 붉은 실과 설치 작품으로 멋지게 꾸민 시오타 지하루의 작품을 하이라이트로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피악의 공식 파트너로서 젊은 갤러리들을 모아놓은 오피시엘 페어 역시 2회째를 맞으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했다. 런던 프리즈 위크의 강한 에너지와 바잉 파워를 이어받은 파리의 피악은 다시 한 번 세계적 아트 페어와 어깨를 견주고 있음을 증명했고, 페어 마지막 날 그랑 팔레에 길게 늘어선 줄은 명실공히 프랑스 미술계의 대표적 미술 축제임을 알렸다. 또 피악의 공식 행사와 함께 진행한 튈르리 공원의 조각 프로젝트는 파리의 특별한 매력을 선사했다.

피악에서 소개한 이자 겐츠켄의 작품, ‘Untitled’
ⓒ Isa Genzken, Courtesy of the artist, Hauser & Wirth and Galerie Buchholz

파리에 진출한 아시아 현대미술의 장, 아시아 나우
피악이 발전하면서 위성 아트 페어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2개의 위성 아트 페어가 추가되어 총 8개의 위성 아트 페어가 열렸다. 그중 아시아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소개하는 아시아 나우(Asia Now)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피악이 열리는 그랑 팔레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에스파스 피에르 가르댕에서 열린 이 아트 페어는 프랑스의 유명 컬렉터 클로드 팽(Claud Fain)이 설립하고 그의 딸 알렉상드라 팽(Alexandra Fain)이 디렉터를 맡았다. 그는 “프랑스나 유럽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반면 이를 소개하는 장은 제한적이기에 아시아 나우를 통해 아시아의 훌륭한 작가와 갤러리를 심도 있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양보다 질적으로 수준 높은 아트 페어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나우는 기획력에 중점을 두고 동양 작가를 소개하는 갤러리 중 18개의 갤러리만 초대한 부티크 아트 페어다. 그러나 이 페어를 지원하는 이들은 쟁쟁한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이자 베이징의 울렌스 현대미술재단을 운영하는 기 울렌스, 중국 아방가르드 1세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설치와 영상 작품을 아우르는 컬렉션을 해온 DSL 컬렉션, 그리고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이자 중국 현대미술 관련 서적을 집필한 장 마르크 드크로프, 프랑스의 유명 큐레이터 제롬 상 등 아시아 현대미술 컬렉터와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지닌 네트워크의 힘은 첫날 VIP 오프닝에서 이미 증명됐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파워있는 컬렉터인 프랑수아 피노와 아시아 최고 컬렉터 부디 텍을 비롯해 국제적 컬렉터들이 아시아 현대미술의 현재를 확인하고자 이곳을 찾았다.
프리모 마렐라 갤러리에서 선보인 주목받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 리웨이의 작품과 독일 안트 갤러리에서 소개한 인도네시아 출신 작가 에코 누그로호의 작품은 오픈과 동시에 유럽 바이어에게 판매됐다. 또 상하이의 아이크 델라르코에서 소개한 중국 작가 타오후이의 10분짜리 영상 작품은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에서 소장하게 됐다.
한국 갤러리 중에선 유일하게 313갤러리가 참가했고, 독일에 위치한 초이 & 라거 갤러리는 근 10년간 이들이 소개한 한국 작가 중 6명(이세현, 김영헌, 권죽희, 최수앙, 신미경, 헬레나 파라다 김)을 알리는 미니 전시 형식의 부스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배 작가의 작품은 파리 소재 RX 갤러리에서 소개했는데, 기메 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특별전 여파로 활발한 판매가 이어졌다. 그 외 아시아 나우에서 마련한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작가가 초대되어 그의 작품 ‘위로공단’의 편집본 상영과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했다. 알렉상드라 팽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첫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미 여러 갤러리가 내년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보다 좋은 환경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페어를 선보일 준비에 돌입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시아 나우의 다음 행보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듯하다.

피악에서 소개한 대작, 카타리나 그로세의 작품
Photo by Marc Domage

이세현 작가의 ‘Between Red-146’, 프랑스 개인 컬렉터 소장
Courtesy of Choi & Lager Gallery

아시아 나우에 출품한 타오후이의 ‘The Dusk of Teheran’ 스틸 이미지
Courtesy of the artist and AIKE-DELLARCO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최선희(아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