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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긍정은 로봇도 춤추게 한다

LIFESTYLE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선보이는 등 로봇 공학계에서 보여준 그의 놀라운 상상력과 창의력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부산을 찾은 세계적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을 만났다.

‘창의예술교육 심포지엄’ 강연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인가?창의력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내가 평소 어떻게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버지니아테크와 UCLA에서 창의력이 무엇인지 느끼며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강연을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창의력이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창의력이란 ‘다르게 보고 새롭게 연결하는 것’이다. 즉, 관계 없는 것들을 유연하게 연결할 줄 아는 것이 창의력이다. 예로,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개발할 때 자연사박물관에서 본 선사시대 사슴 화석의 무릎 뼈를 로봇의 동작 원리에 적용한 것을 들 수 있다. 바퀴와 사람 다리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로봇 임패스(Impass)도 마찬가지다. 또 창의력은 기존 프레임을 벗어나 생각의 틀을 깰 때 비로소 발현된다고 본다. ‘로봇은 꼭 사람처럼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만든 내 로봇이 그렇다. 발레리나와 펜싱 선수의 움직임에 착안해 만든 로봇 나비(NABi)와 헬륨 풍선의 부력을 이용한 로봇 발루(Ballu)는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하지만 사람처럼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는 움직임과 유연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창의력은 열정, 호기심, 재미가 전제되어야 한다. 무언가에 강한 호기심과 재미를 느낄 때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온다. 재미가 없으면 열정을 불태울 수 없고,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로봇 공학이라는 분야를 낯설게 여긴다. 당신이 연구하는 로봇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로봇은 상당한 괴리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수준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지금 내가 개발하는 로봇 중 1, 2년 사이에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먼 미래에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니 연구에 매진하는 거다. 그러나 일상에서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할 뿐 로봇을 많이 쓴다. 로봇 청소기, 무인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내게 로봇이 어떤 의미냐고 물으면 “로봇은 도구다”라고 말한다. 로봇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대신 해주는 지능적 도구다. 굉장히 차갑게 들릴 수 있지만, 되레 그게 가장 따뜻한 표현이기도 하다. 로봇은 인류를 위해 존재하니까. 인간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개발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로봇을 연구하는 이유다.

로봇을 연구하기 위해 인간을 먼저 생각한다는 전제가 와 닿는다.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로봇을 통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뼛속까지 공대생이다. 인문학이나 철학에 관해 잘 모른다. 다만 로봇을 만들면서 깨달은 점은 있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한 것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할 로봇을 연구한 것이 그렇다. 기술을 사용할 사람들을 이해하고 직접 현장에서 그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시각장애인처럼 먹고 자고 활동하며 이들이 감각을 쓰는 방법을 따로 배워야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껏 내가 현장을 보지 못하고 인간처럼 걷고 행동하는 로봇을 개발한 것이 원전 사고 현장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실감했다. 이후 나는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근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닌 인간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로봇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넘어지지 않는 로봇 발루(Ballu).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과 관련해 무인 자동차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여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지금이야 무인 자동차 기술이 발달했지만, 내가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무인 자동차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였다. 2004년,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다르파)이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개최한 ‘로봇 자동차 경주 대회’에 참가하면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도심에서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어반 챌린지’에서 3위 성적을 거두며 우리 연구소 로멜라(RoMeLa)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1년쯤인가, 실제로 우리 연구소가 만든 무인 자율주행 기술이 미국-이라크 전에서 많은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전시 상황에서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운전석에 가짜 마네킹을 둔 무인 트럭 뒤에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트럭이 따라가는 식이었는데, 지뢰로 생명을 잃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 당시 군사 기밀이었기에 이런 에피소드는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로봇의 쓰임이기도 하다.

현재 당신의 로봇 연구소 로멜라에서 진행 중인 로봇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요리하는 로봇과 알프레드(Alphred) 2 이후 버전인 소렐(Sorel)을 개발 중이다. 알프레드는 대칭을 이루는 네 개의 림(Rim)이 상황에 따라 팔 또는 다리로 기능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쓰임이 무궁무진한 로봇이다. 알프레드 2는 1초에 2m씩 뛰어다니고, 땅에 있는 택배 상자를 집어 나르는 등 현존하는 로봇 중 독보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군을 위해 쓰일 것이다. 군함 안에서 무거운 짐을 옮기고 잔심부름도 할 테지만, 폭탄 제거 같은 막중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이제껏 폭탄 제거 로봇은 폭탄이 있는 곳에 가서 그것을 터뜨리는 수준이었는데, 소렐은 폭탄을 분해하는 수준이다.

얼마 전 ‘배달의민족’과 함께 요리하는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어떤 로봇이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로봇 연구 못지않게 취미 이상으로 진지하게 임하는 분야가 요리와 마술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 만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미국의 TV 프로그램 <마스터 셰프>에 보조 요리사로 카알(Carl)이라는 로봇과 함께 출연했을 정도다. 어쨌든 세상에는 로봇을 만드는 공학자도,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춘 요리사도 있지만 ‘요리 잘하는 로봇 공학자’는 흔치 않다. 그게 바로 나다.(웃음) 나와 분야는 다르지만,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와는 여러모로 뜻이 잘 맞는 편이다. 예전부터 그와 함께 요리와 로봇에 관한 비전을 나눠왔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요리를 배달해 먹거나 밖에서 먹을 것이다. 매운 건 빼고, 어떤 식자재는 꼭 들어가야 하는 등 앱을 통해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커스터마이징’하고 그것을 실행해줄 로봇을 개발 중이다. ‘식자재에 열에너지를 가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요리의 일반적 상식이라면, 그 고정관념 자체를 바꾸는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

About Dennis Hong
‘과학을 뒤흔든 젊은 천재’,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계 최고의 두뇌’ 등 이름 앞에 무수히 많은 수식어가 붙는 세계적 로봇 공학자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로봇 개발’이라는 그의 비전이 시작되는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 : Robotics and Mechanisms Laboratory)는 ‘열정과 재미가 창의력을 일으킨다’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수평적 관계로 자유롭게 소통하거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분위기에서 교수와 학생, 이들이 만든 로봇이 한데 어우러져 음악에 맞춰 춤추고 대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에디터 손지혜(프리랜서)
사진 여승진   촬영 협조 F1963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