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영감에 날개를 달아주는 법

ARTNOW

당신이 직접 예술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는 있다. 문화계에 활력을 더하고 아티스트의 영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크라우드 펀딩이 한 방법이다.

전 세계 크라우드 펀딩 중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킥스타터의 홈페이지

예술은 일견 그 자체로 순수해 보이지만 그 어떤 예술도 자본을 벗어나 완성되긴 힘들다. 미술계만 봐도 작품 제작 비용은 가장 기본적인 예산에 속하며 창작물이 완성된 후 대중과 만나기까지 제작 비용의 몇 배가 들기도 한다. 창작 활동을 하며 돈 걱정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더라도, 돈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근사한 아이디어가 많다면 그건 예술가에게도, 애호가에게도 슬픈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예술 활동을 건강한 방식으로 지지하고 물질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이는 사회운동이나 공익적 성격의 활동, 그리고 신규 비즈니스를 위한 펀딩뿐 아니라 문화 예술계에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킥스타터에서 성공적인 모금을 하며 역대 일러스트레이션 분야 3위에 오른 퍼엉 작가의 작품 ‘outing’

예술에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 크라우드 펀딩은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지만 그에 따른 금전적 수익을 기대하는 일반적 ‘투자’의 개념과는 다르다. 아이디어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후원’에 가까우며, 펀딩에 참여한 이들은 결과물을 통해 답례품과 같은 리워드를 받는다. 인터넷이나 SNS를 기반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 세계 최초의 성공적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 꼽히는 인디고고(www.indigogo.com)가 문을 연 것이 2008년이고, 현재 전 세계의 500여 개 크라우드 펀딩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미국의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가 설립된 것도 2009년이다. 킥스타터는 아티스트, 뮤지션, 영화감독, 디자이너 등 창작 활동을 하는 이들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나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한 방법으로 이용한다. 각 캠페인을 클릭하면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고, ‘Rewards’ 항목에서 후원 금액에 따라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독립 영화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5달러 후원자에게는 스틸 컷이 들어간 엽서를, 30달러 이상 후원자에게는 완성한 영화의 DVD나 사운드트랙을, 100달러 이상 후원자에게는 위의 모든 선물과 함께 한정판 포스터를 주는 등 금액별로 구체적인 답례 방식을 제안하는 식. 누군가의 꿈에 투자한다기보다 누군가의 꿈이 실현되는 과정에 참여하고 그 결과물의 일부를 함께 누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킥스타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크라우드 펀딩으로는 텀블벅(www.tumblbug.com)과 굿펀딩(www.goodfunding.net) 등이 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사 자금을 모은 후용리미술관의 조감도

문화 예술계의 또 다른 가능성
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된 기간은 짧지만 문화 예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는 많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지고 성공 사례가 많은 장르는 영화. 2012년 가수 이승환이 펀딩에 발벗고 나서 화제가 된 <26년>은 굿펀딩을 통해 제작 비용을 모은 대표적 작품이다. 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이들의 이름을 엔딩 크레딧에 삽입해 제작에 기여했다는 일종의 명예를 부여했고, 개봉 후에는 이들을 위해 특별 시사회를 마련했다.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지슬>은 텀블벅에서 비용을 마련해 제작한 영화다. 또 굿펀딩에서 자금을 모아 2015년 여름 개봉한 <연평해전>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한 영화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참여가 이뤄진 작품. 영화뿐 아니라 극장에 대한 후원도 있다. 서울극장으로 이전한 서울아트시네마가 라운지 공사 대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한 것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비영리단체를 위해 마음을 모은 결과다. 영화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지만 최근 공연계에서도 몇몇 성과가 보인다. 안산 지역 다문화 가정과 어린이들의 ‘안녕?! 오케스트라’는 타악기 마련을 위해 2014년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많은 후원자가 참여해 목표 금액인 800만원을 초과 달성하며 오케스트라 연주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이들의 사연을 공개하고 펀딩을 추진한 곳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예술나무 (www.artistree.or.kr).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연극 <필로우 맨>도 무대 보수 비용 500만원을 예술나무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했다. 이 극단은 공연 프로그램 북에 후원자의 이름을 기재하고 리허설에 초대해 대본집을 증정하는 식으로 보답했다.
미술계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작품 제작 비용부터 전시 및 도록 제작 비용 마련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로 이루어지는데, 얼마 전 미술 전문 서적 <뉴욕 지금 미술>이 텀블벅에서 모금해 책의 이미지 저작료를 충당한 예가 있다.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젊은 예술가는 킥스타터를 통해 미술평론 웹진을 만들거나 전시회 비용을 마련하고 아트 상품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결실을 맺어왔다. 한국인이 킥스타터에 참여해 성공한 예도 있는데, 그라폴리오에서 ‘퍼엉’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지난여름 한 달 동안 모금한 금액이 목표액 1만 달러의 12배를 넘기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70여 개국에서 1800여 명이 그녀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최근 한국 미술계에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성공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마을 창고를 미술관으로 개조하고자 와디즈(www.wadiz.kr)에서 ‘강원도 후용리 작은 시골 마을에 미술관 만들기’라는 이름의 펀딩으로 공사 자금을 모은 것. 미술관 측은 후원자들의 이름을 미술관 입구의 현판에 새기고 개관 파티에 그들을 초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펀딩을 시작했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를 공개했지만 모금액이 전혀 없거나 목표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후원자들은 창작 활동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에 끌려 후원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으니, 창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장되기 아까운 아이디어가 익명의 다수에게 도움을 받아 싹을 틔우는 것은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의미 있는 일. 크라우드 펀딩은 문화 ‘향유’에서 ‘참여’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다.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