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영국 아트 마켓의 힘

ARTNOW

런던은 어떻게 세계 미술의 중심지가 됐을까? 매년 10월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런던의 모든 신경세포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프리즈 아트 위크’를 방문했다.

갤러리 부흐홀츠(Galerie Buchholz)는 영국 작가 마크 레키(Mark Leckey)의 거대한 캐릭터 작품 ‘팽창형 펠릭스(Inflatable Felix)’로 부스를 채웠다.
Photo by Linda Nylind. Courtesy of Linda Nylind/Frieze

올해 프리즈 런던에서 화제를 모은 섹션은 젊은 작가에게 신작을 의뢰한 ‘프리즈 프로젝트’였다. 여기에 선정돼 전시장 입구를 장식한 러츠 배커의 작품 전경
Photo by Linda Nylind. Courtesy of Linda Nylind/Frieze

13번째 ‘프리즈 아트 페어 런던’이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리젠트 공원에서 열렸다. 미국 작가 러츠 배커(Lutz Bacher)의 설치 작품이 프리즈를 찾은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았다. 검은 벽으로 둘러싸인 통로에 적힌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아이러니한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음습한 이 작품을 지나면 눈이 부시도록 밝은 프리즈 내부에 도착한다. 런던에 세 번째 갤러리를 오픈한 가고 시안 갤러리가 출품한 글렌 브라운(Glenn Brown)의 조각과 페인팅이 티켓 게이트와 함께 정면으로 눈에 들어온다. 화이트 큐브와 새디 콜스 등 런던을 대표하는 갤러리를 지나 메리언 굿맨과 데이비드 즈워너 같은 세계적 갤러리, 신진 갤러리 축에 속하는 로데오와 모던아트 등 27개국에서 모인 갤러리의 부스 164개가 이어지며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특정 트렌드를 읽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작품을 출품한 가운데 데이미언 허스트, 크리스 오필리, 트레이시에민 등의 작품이 최고가에 거래됐다.
말 그대로 동서고금의 거장 작품을 모은 ‘프리즈 마스터스’에는 2012년 처음 오픈한 이래 최고로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고대 에트루리아의 청동 조각상, 중세 종교 작품, 고대 그리스에서 제작한 대리석 조각, 피카소·피터르 브뤼헐·앤디 워홀 등의 작품이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전체 작품 수는 작년보다 줄었지만, 유명 초판본 도서와 앤티크 도서 등 그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다. 프리즈의 메인 전시장과 프리즈 마스터스의 중간에 자리한 프리즈 조각 공원은 일반 대중을 위한 선물과 같았다. 요크셔 조각 공원의 감독 클레어 릴리(Clare Lilley)가 선정한 16개의 조각을 리젠트 공원 내 ‘영국 정원’에 설치했다. 프리즈가 막을 내려도 3개월 동안 이곳에서 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리처드 세라의 ‘Lock’, 한국의 원로 작가 이승택의 거대한 지구 풍선 작품 ‘지구 놀이’,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조각가 콘래드 쇼크로스(Conrad Shawcross)의 ‘The Dappled Light of the Sun IV’, 11~14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체를 모방한 토템 조각 등을 리젠트 공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올드 트루먼 브루어리에서 열린 디 아더 아트 페어 전경
Courtesy of The Other Art Fair

메이저와 대안의 평화로운 공존
최고의 아트 페어로 꼽히는 프리즈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온 도시가 프리즈를 주목하며 모든 언론 매체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그러나 페어의 힘과 가치가 상승할수록 예술의 본질적 의미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의문은 대안적 아트 페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베를린에서 출범한 ‘선데이 아트 페어(Sunday Art Fair)’와 이스트런던에서 열리는 ‘디 아더 아트 페어(The Other Art Fair)’가 대표적.
2010년 런던에서 처음 열린 선데이 아트 페어는 작가의 초기작이나 신인 작가의 낯선 작품을 소개하면서 규모를 확장해갔다. 프리드먼 피츠패트릭(Freedman Fitzpatrick), 하이 아트(High Art), 못 인터내셔널(MOT International) 등 이제는 프리즈에 당당히 부스를 차린 갤러리가 이곳을 거쳐갔다. 선데이는 공간부터 프리즈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넓고 탁 트인 리젠트 공원에서 열리는 프리즈와 달리, 선데이는 웨스트민스터 대학의 건물 지하에서 미로처럼 펼쳐진다. 올해는 온라인 아트 포털 사이트 아트시(Artsy)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온라인 전시와 판매를 동시에 진행했다.
“미래의 yBa 멤버를 만나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라!” 올해로 10회를 맞은 디 아더 아트 페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스트런던의 중심부인 브릭레인에 있는 올드 트루먼 브루어리(Old Truman Brewery)에서 열린 행사에는 아트 컬렉터 스벤 한센(Sven Hansen), 큐레이터 제임스 버치(James Birch), 작가 개빈 터크(Gavin Turk) 등의 선정위원이 선별한 13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올해는 트레이시 에민이 페어를 위해 특별 포스터를 만들고, 터너상 후보로 주목받는 건축가 그룹 어셈블이 카페를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런던의 미술 애호가는 프리즈를 사랑하는 만큼 이런 대안적 아트 페어를 열광적으로 지지한다. 영국 현대미술을 세상에 알린 주역이 대안적 갤러리와 크고 작은 이벤트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즈 조각 공원에 등장한 이승택의 ‘지구 놀이’
Photo by Mark Crick. Courtesy of Mark Crick/The Art Fund/Frieze.

일본 작가 가가미 겐(Kagami Ken)은 전시장에서 남자 관람객에게는 성기를, 여자 관람객에게는 가슴을 공짜로 그려주는 퍼포먼스를 펼쳐 큰 인기를 끌었다.
Photo by Linda Nylind. Courtesy of Linda Nylind/Frieze

프리즈 마스터스 전경
Photo by Mark Blower. Courtesy of Mark Blower/Frieze.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양혜숙(기호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