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 예술대학 – Royal College of Art
영국을 넘어 유럽 문화·예술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들의 프로필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학교가 바로 RCA다. 18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왕립 예술대학, RCA는 오늘도 성장을 위한 치열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런던 중심부 사우스켄싱턴에 위치한 영국 왕립 예술대학
창의성(creativity)은 영국을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다. 영국은 우리에게 공기처럼 익숙한 ‘디자인’이란 개념이 탄생한 곳이자 데이미언 허스트의 yBa로 대표되는 파격적인 현대 예술의 진앙지다. 수도 런던은 크리에이터의 영감을 북돋는 세계적 예술·디자인 중심지가 된 지 오래다. 런던 중심부의 사우스켄싱턴(South Kensington)은 드넓은 하이드 파크를 배경으로 V&A 뮤지엄, 국립 자연사박물관과 각종 왕립 학회, 공학으로 유명한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그리고 영국 최대 규모의 콘서트홀인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다. 이 고색창연한 풍경 한쪽에선 말끔한 현대식 건물이 제 존재감을 드러낸다.
1837년 개교 이래 180여 년간 전 세계 예술·디자인 인재의 요람 역할을 해온 영국 왕립 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RCA)이 그 주인공이다. 43개국에서 온 15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RCA는 석·박사 과정만 있는 대학원이다. 건축(architectur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디자인(design), 순수예술(fine art), 인문(humanities), 소재(material) 등 총 6개 단과대(school) 아래 24개의 세부 전공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재규어의 이언 칼럼(Ian Callum)과 현대·기아차의 페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가 거쳐간 운송 기기 디자인(vehicle design)은 필드에서 무언의 보증 효과까지 있을 정도로 RCA 하면 떠오르는 간판 학과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과 ‘애니메이션’, 디자인의 ‘인터랙션 디자인’, ‘제품 디자인’, ‘이노베이션 디자인 & 엔지니어링(IDE)’, 소재의 ‘남성복 패션’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1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RCA 2 아이일랑 리우가 졸업전에 출품한 세라믹 작품 3 래넌 윌리엄스가 올해 졸업 작품으로 출시한 텍스타일
“RCA의 명성은 결국 졸업생의 성공을 근간으로 합니다. 제 수업에서 만난 많은 학생은 재학 기간에 깊은 인상을 주었고, 지금 필드에서 핵심 직위를 맡고 있는 그들은 여전히 대학과 긴밀하게 엮여 있습니다.” RCA 디자인 스쿨 학장 데일 해로(Dale Harrow) 교수의 설명이다. “RCA는 필드가 원하는 우수한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곳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리더십을 창조하며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산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디자인 작업과 더불어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포트폴리오를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헨리 무어, 트레이시 에민부터 재스퍼 모리슨, 제임스 다이슨, 버버리 CCO 크리스토버 베일리까지 각 분야의 스타 졸업생 명단을 보면 국제적 예술·디자인 교육기관으로서 RCA의 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졸업생이 RCA의 명성을 만들어왔다면 그들을 지도한 교수진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비평적 디자인’이란 개념으로 2000년대 초를 풍미한 앤서니 던(Anthony Dune)은 현재 인터랙션 디자인학과장을 맡고 있으며, 디자인 저술가로 유명한 틸 트리그스(Teal Triggs)는 커뮤니케이션 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초빙 교수의 리스트도 화려하다. 필립 스탁, 카림 라시드와 함께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론 아라드(Ron Arad)는 제품 디자인, 디자인 평론의 거장 릭 포이너(Rick Poynor)는 비평적 글쓰기, 세계 자동차 디자인 공모전의 심사위원에 빠지지 않는 영국 카 디자인 리서치 대표 샘 리빙스턴(Sam Livingstone)은 운송기기 디자인학과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미국이 학생의 평균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체계적 강의와 살인적 과제를 내민다면 RCA는 자유와 방임의 끝을 보여준다. 원한다면 일주일 내내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된다. 교수와 일대일로 만나 작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면담이 수업을 대신한다. RCA의 교원 대 학생 비율은 영국 최저 수준. 한 수업에 복수의 강사가 들어오는 건 기본이고 영국 교육이 중시하는 면담을 그 어떤 곳보다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RCA 교수진은 어느 길이 좋은지,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절대 상세히 규정짓지 않는다. 단지 슬쩍 방향만 가리킬 뿐이다. 손으로 공중을 휘젓는 듯한 막막함은 스스로 창조의 여정을 준비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발견해 한 사람의 ‘창작자’로 홀로서기하는 과정의 시작이다. 상당수의 학생이 필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리서치를 중시하는 것 또한 학교의 특징이다. “RCA에서 리서치란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현재 커뮤니케이션 스쿨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디자이너 심규하의 설명은 창조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 집중하는 태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런던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다른 곳에서 누리지 못하는 RCA만의 또 다른 특권이다. 개인 지도 수업을 통해 호기심을 키워 보다 완성된 ‘창작자’로 발돋움하는 디딤대로서 RCA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학위를 따는 것 이상으로 예술가로서, 디자이너로서 자기만의 여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에.
글 전종현(디자인 저널리스트)
창립 연도 1837년
학과 구성 6개 스쿨, 총 24개 전공으로 구성 재학생 석사(MA), 연구석사(MPhil), 박사(PhD) 과정을 합쳐 총 1500여 명 외국 학생 비중 영국, EU, 인터내셔널로 구분, 43개국 출신 재학생 중 한국인은 작년 기준 80명
지원률 6:1(디자인 스쿨 기준)
등록금 2만7900파운드/1년(한화로 약 4800만 원)

영국 왕립 예술학교 커뮤니케이션 스쿨 학장 네빌 브로디네빌 브로디(Neville Brody)는 1981년 잡지
RCA에 합류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폴 톰슨(Paul Thompson) 교수의 소개로 지금은 커뮤니케이션 아트 & 디자인으로 바뀐 시각커뮤니케이션학과 댄 펀(Dan Fern) 학과장을 대신해 RCA에 오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정규 프로그램이 없는 창의적 수업 과정을 만들고 싶었어요. RCA는 창조적이면서 지적 실험과 성장이 가능한 보기 드문 곳으로 고유의 독특한 위상을 자랑하죠.
RCA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꾸준히 일해온지라 아카데믹한 분위기에 다소 놀랐어요. 아마 RCA의 몇몇 사람도 저의 반(反)제도권적 관점에 놀라셨을 거예요.(웃음) 지금은 모두 좋은 동료 사이죠.
RCA가 지금껏 높은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RCA는 정원이 1500명으로 영국에서 가장 작은 대학입니다. 그 덕분에 교원 대 학생 비율이 1:15예요. 이상적인 수치죠. 그리고 디자인과 예술에 특화된 대학원 과정과 리서치 센터를 갖춘 단 하나뿐인 곳입니다. 2년제 석사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성장하고 진화하며 탐험하고 발명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북미의 대학과 비교해 RCA만의 경쟁력과 특징으로 어떤 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RCA는 숙련된 기술은 물론 과감한 관점을 길러줍니다. 우리는 단지 예쁜 물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그들이 속한 필드를 바꾸고 이끌 졸업생을 길러내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RCA에 지원하는 학생과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지원하세요. 지금 당장. RCA는 삶의 방향타가 바뀌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또한 지금껏 절대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도전하죠. 진정한 물음을 던질 수 있는 곳으로 계속 남아 있을, 세계에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오! 게다가 런던에 있죠.
왼쪽부터_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전공 교수이자 국제디자인전공대학원 이근 원장, 시각예술가이자 산업디자인학과 이주현 교수, 세계적 디자인 컴퍼니 탠저린(tangerine)의 이돈태 대표
RCA의 이름을 넘어서다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전공 교수이자 국제디자인전공대학원 이근 원장, 세계적 디자인 컴퍼니 탠저린(tangerine)의 이돈태 대표, 시각예술가이자 산업디자인학과 이주현 교수까지, 세대별 동문 선후배 사이인 3인은 RCA의 명성 이상으로 개인의 실력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많은 해외 명문 학교 중에서 RCA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이근 대우자동차에 근무할 당시 사내 선발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유학을 떠났습니다. 1990년에 입학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막 시작할 때였어요. RCA가 유럽에서 유명했고 RCA 출신 현역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RCA는 지금까지 스스로 해온 것,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하기에 개인의 수준이 중요한데 저는 대부분 닛산, 아우디의 지원을 받아온 동기 친구들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RCA의 커리큘럼이나 환경 등 직접 배우면서 느낀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이돈태 서른 살에 입학했는데 당시 친구들이 아침에 와서 밤 11시까지 아무도 집에 안 가더라고요. 그러니 뭘 하고 있어도 불안했죠.(웃음) 자기 주도적으로, 스스로 알아서 공부한다고 하지만 친구끼리 늘 경쟁해야 하는데, 마음 놓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은 당시 졸업 작품이라면 아이디어를 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후 현실적으로 완성하는 건 없었습니다. 한 10년 후에 마무리될까. 그런데 RCA는 당장 다음 주에 결과를 내야 했습니다.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는데 고민의 정도가 달랐죠. 저로서는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주현 졸업 후 미국에서 공부하며 10년 정도 머물다 유럽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RCA를 선택했습니다. 워낙 커리큘럼이 열려 있어 주제가 무엇이든 원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펼칠 수 있었어요. 미국엔 학점 제도가 있는데 RCA는 세미나 형식으로 각각 찾아 들어야 하는 점이 가장 달랐어요. 아무것도 준비 되지 않은 수동적 자세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디자인이라면 미국에도 유명한 학교가 많은데, 유럽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이주현 미국은 작품을 만들고 전시할 때 테이블 위든 옆이든 다 이야기가 있고 컨셉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RCA에서 그런 사고가 흔들렸어요. 과에 따라 다르지만 파이널에 결과물이 없는 친구도 있었어요. 어떤 오브젝트도 없이, 과정 자체가 전시이자 작품일 수 있다는 것이죠. 모든 것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어요.
RCA에서 공부할 당시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수업 과정이 궁금합니다.이근 RCA는 런던 중심가에 있는데 명성에 비해 규모가 매우 협소해요. 교내에 아트 바(Art bar)라는 펍이 있었는데 서빙하는 학생이 샤론 스톤을 닮아 친구들과 매일 가다시피 했어요.(웃음) 학교 앞 하이드 파크는 우리 운동장이었고, 피커딜리 서커스도 가까웠어요. 토박이들만 알 수 있는 재즈 바에도 많이 따라다녔죠. 런던의 문화적 요소를 누리지 못하면 RCA에 다니는 의미가 없으니까. 도서관에만 있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죠. 이돈태 저는 1997년에 입학했는데 IMF 경제 위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는 차원보다 끝까지 다닐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1학년을 마치고 방학 때 디자인 회사 탠저린에 입사했는데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도 교수들은 제가 갑자기 선보이는 아이디어는 도출 과정을 못 봤다고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과정을 중시하는데 저는 주로 외부에 있어서 지속적인 보고가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디자인 교육이 강한 학교라면 아이디어만 좋아도 점수가 후할 것 같은데 과정에 더 힘을 실어주는군요.이근 자동차 디자인 전공 동기 중에서 정말 잘한다고 생각한 친구 2명이 떨어졌어요. 실력은 갖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동안 제출한 페이퍼를 표절한 것이 밝혀졌다더군요. 과정을 거치면서 얼마나 발전했는지의 문제지, 아이디어만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었죠. 이주현 금속공예 디자인 전공인 저는 돌을 깎는 등 거친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라 사우스켄싱턴에 있는 본 캠퍼스에서 떨어져 있는 세컨드 캠퍼스에 자주 갔어요. 따로 작업 과정을 보고한 적이 없어도 우연히 캠퍼스를 오가다 교수님을 만나면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계셨어요. 스스로 알아서 한다 해도 교수님끼리 서로 연결돼 과정을 다 파악하셨던 거죠.
학교에서 배운 것과 현장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직접 느끼고 겪는 것은 다를 것 같아요.이돈태 필요한 스킬은 다를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사고 방법, 인문학과의 연결 등은 현장에서 못 배우는 것이죠. 현장에서 일하다 RCA에 입학하는 이유는 더 깊이 있는 핵심 가치를 배울 수 있어서입니다.
한국에 돌아와 교수로 강단에 서면서, RCA의 커리큘럼에서 적용할 만한 부분이 있었나요?이주현 미국과 영국의 방식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려 합니다. 예를 들면 컨셉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에 일어나는 과정과 소재 선정, 다음 방식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죠.
2014년 RCA 졸업 작품전에 출시된 설치 작품
RCA의 이름을 넘어서다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 전공 교수이자 국제디자인전공대학원 이근 원장, 세계적 디자인 컴퍼니 탠저린(tangerine)의 이돈태 대표, 시각예술가이자 산업디자인학과 이주현 교수까지, 세대별 동문 선후배 사이인 3인은 RCA의 명성 이상으로 개인의 실력이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름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명문 학교가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커리큘럼, 교수진, 졸업생의 대외 활동 같은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이근 학교에 서열을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대중의 지지와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예술가가 어떤 학교를 나와 어떻게 활동하느냐가 사회적 평판이 됩니다. 명문 대학은 좋은 학생이 오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서로 배워요. RCA는 로열(Royal)이라는 말도 붙어 있고 각자 개인적 족적을 남기려 하는 프라이드가 있어요. 이주현 RCA는 입학 후 지도 교수를 해주실 분, 논문을 평가해주실 분, 두 분을 선정합니다. 특이하게 첫 학기를 마치고 제출하는데 1년 동안 제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철학,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고 거기서 비롯된 작업을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돈태 덧붙여 말하면 RCA는 학생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공업디자인과와 공학과가 협업할 수 있고, 공학과가 강세인 학교와 협력관계가 잘되어 있어요. 이런 지원이 중요하죠. 좋은 학교에선 심지어 졸업 전에 만든 작품을 양산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임스 다이슨도 졸업 작품으로 성공했죠. 이런 성공이 꿈이 아님을 인지하고 졸업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작동하지 않는 더미로 결과물을 만들었는데, 홍익대학교에 부임한 후 모든 과정을 구현하고 실제로 프로그래밍해 완성하도록 했어요. 책임지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한국 디자인학과 졸업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해외 유학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유학을 마치고 현지에서 자리 잡고 싶어 하는 학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이근 유학을 가도 실력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도 실력 있는 학생은 외부에서 찾아오고, 해외 취업도 됩니다. 외국 학생과 견주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어느 지점에 있는지 좌표를 찾는 것이 유학입니다. RCA가 취업을 보장하진 않아요. 이돈태 빨리 간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나이에 상관없이 뚜렷한 비전이 있을 때 가야 합니다. 막연히 현지에서 열심히 하면 되겠지 생각하면 취업이 되질 않습니다. 비행기를 탔을 때부터 취업을 하겠다 결심하면 태도가 달라집니다. 이주현 저처럼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도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고민하고, 깊이를 더하고 싶을 때 갈 것을 권장합니다.
유학이 무조건적 대안은 될 수 없다는 말씀이네요. 그래서 한국의 교육 실정에 맞게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이근 전 세계 50개 학교가 참여한 페라리 디자인 컴페티션에서 홍익대학교가 1등을 하고 RCA가 3위를 했습니다. 등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홍익대학교는 60년 역사를 바탕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실제로 RCA와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아르헨 공대와도 협업을 통해 실제 구현하는 프로세스를 익히고 있죠. 협업이 중요합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끼리 전문성을 인정하면서 소통과 절충하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디자인은 기술, 예산, 시간과의 타협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돈태 실력을 발휘할 산업은 무척 중요합니다. RCA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산업혁명이라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물이 현재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로 넘어와 있습니다. 향후 10년간은 이 산업을 다른 지역으로 뺏기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지리적 중심이자 다양한 문화와 교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유리합니다.
세 분 모두 각자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는데, 올 하반기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이근 현재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 원장으로 있는데 미래 사람들의 이동성, 퍼스널 모바일리티 서비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동차를 빙자해 너무 많은 자원을 낭비한 것 같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웃음) 고령화 사회에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장치가 필요한데 자전거, 스쿠터, 휠체어 등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닌 지속 가능한 것으로 무엇이 있나 찾고 연구합니다. 기업에서 하기엔 이윤이 남지 않으니 학교에서 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이돈태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일하다 기획부터 양산까지, 직접 투자해 만든 제품이 3년을 준비한 끝에 다음 달에 나옵니다. 자동차 안에서 고객의 편의를 증대할 수 있는 서비스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주현 저는 영화사와 영상 작업을 하며 기업 BI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0월에는 RCA와 함께하는 동문 전시를 계획 중이에요.
에디터 | 고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