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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자동차

미분류

초경량, 친환경이 화두이던 자동차업계가 디지털 전쟁에 돌입한 듯 스마트한 자동차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디지털화되는 자동차는 운전자의 편의를 극대화해 완전히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게 한다.

BMW 뉴 7시리즈 리모트컨트롤 파킹

볼보온콜 애플 워치 버전

올 초 개봉한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콜린 퍼스의 멋들어진 슈트룩이 아니었다. 태런 에거턴을 태운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며 런던의 허름한 뒷골목을 쾌속 질주하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 무인 자동차가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장면이 꽤나 인상적인 이유는 콜린 퍼스가 RC 카를 움직이듯 태블릿으로 자동차를 조작해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옮겼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원격조종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기술이 일부 상용화된 만큼, 머지않아 영화처럼 인간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온전히 달리는 자동차가 카 라이프를 이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는 궁극의 모바일 기기입니다.” 지난 5월 미국 IT 전문 매체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애플의 제프 윌리엄스 오퍼레이션 담당 수석 부사장의 말처럼 자동차가 IT 기술과 활발하게 융합하면서 단순한 이동 수단의 개념을 넘어 각종 서비스를 집약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모토로 스마트폰이나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차량과 주변 정보를 파악하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부터 자동 주차 시스템이나 자율 주행에 가까운 기술에 도달한 스마트한 자동차까지. 운전자와 자동차, 자동차와 주변 환경 그리고 일상생활의 모든 요소와 소통할 수 있는 자동차의 첨단 기술이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자.
자동차의 진보한 기술력을 논할 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힌다. 이전에도 차 안에서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에 내장된 음악을 듣거나 내비게이션으로 길 안내를 받는 것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강화해 좀 더 폭넓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 구글 같은 IT 기업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들고 자동차 시장에 입성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방증한다.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한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전화는 물론 메시지, 지도 등 휴대폰 속 기능을 그대로 차량 디스플레이로 옮길 수 있어 운전자의 모바일 환경이 더욱 편리해진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쉐보레 스파크와 임팔라에서만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지만 내년에는 혼다, 아우디, 포드, 캐딜락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브랜드에서 구글과 애플의 시스템을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캐딜락 ATS 쿠페

캐딜락 ATS 쿠페

재규어 XE

메르세데스-벤츠 S 600

캐딜락은 이미 스마트폰에 익숙한 운전자의 습관에 맞춰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갖춘 최첨단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큐(Cue)를 선보였다. 올해는 ATS 쿠페와 ATS 세단을 출시하며 한 차원 개선된 2세대 큐 시스템을 탑재해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캐딜락 큐는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기반으로 터치스크린과 음성인식을 통해 구동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음성인식을 활성화하면 기능 명령은 물론 한글로 문자메시지 작성까지 곧잘 수행해 신기할 따름(단, 아이폰은 호환되지 않는다). 근접 감지 센싱 테크놀로지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운전자의 손이 차량 디스플레이에서 멀어지면 불필요한 정보가 희미해지고 다시 손을 스크린에 가까이 가져가면 정보가 뜨는 식이라 운전 중 디스플레이쪽으로 시선을 뺏겨 주의력이 분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이어주는 영민한 애플리케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몇 해 전만 해도 자동차 브랜드는 차량 정보를 소개하거나 흥미로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홍보성’ 앱을 내놓았다. 그런데 요즘의 애플리케이션은 사뭇 다르다.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기술인 텔레매틱스(telematics) 서비스를 품고 자동차의 현재 상태를 알려주거나 일부 기능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에 공식 출시한 재규어 XE의 인컨트롤이 좋은 예. 스마트폰에 인컨트롤 앱을 설치한 후 자동차와 연결해 외부에서도 도어 잠금과 해제, 내부 온도 등을 제어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특히 보안 측면에서 유리하다. 누군가 차를 부수고 내부로 침입하거나 차를 견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스마트폰으로 즉각 알림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 한편 볼보는 차의 상태를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볼보온콜 애플리케이션의 애플 워치 버전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국내에는 볼보온콜 애플리케이션이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라 스마트 워치 버전의 활용 여부도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건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 워치도 자동차와의 연결 고리를 끈끈하게 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사실이다.
모바일 기기와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자동차의 첨단 기술이 점차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하는 무인 자동차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BMW는 텔레매틱스 서비스에 좀 더 미래적 묘안을 버무려 원격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기술력을 선보인다.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주행의 역동성과 품격 있는 안락함을 갖춘 플래그십 세단 BMW 신형 7시리즈를 통해서다. 전화를 받거나 오디오 볼륨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조작을 손동작으로 제어하는 제스처 기술도 눈에 띄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흥미로운 건 원격제어 주차 기능이다. 이름하여 ‘리모트컨트롤 파킹’. 스마트 키를 리모컨처럼 이용해 차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어 원격 주차가 가능한 셈. 단지 운전자는 차 밖으로 나와 키를 작동하면 되니, 폭이 좁은 주차 공간이나 차고에 차를 넣고 뺄 때 확실히 매력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운전자의 주행 편의성과 안전성 향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자율 주행에 한 걸음 다가갔다. 자동차에 설치한 카메라와 레이더 같은 첨단 장치를 통해 도로 상황을 운전자에게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스스로 달리기까지 한다. 현시점에서 이를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모델은 럭셔리 세단 뉴 S 클래스다. 운전석에 앉아 두 손을 놓은 채 디스트로닉 플러스 장치를 켜면 자율 주행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다. 차선을 감지해 벗어나지 않게 스티어링 휠을 조정하는 조향 어시스트와 앞차의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가감속을 하는 스톱 & 고 파일럿 기능은 놀랍도록 정교하다. 단, 시간제한이 있어 20초마다 운전대를 손으로 살짝 움직여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 기능은 교통 혼잡으로 인한 저속 주행 구간이나 차선 표시가 분명하지 않은 도로에서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디지털을 품은 자동차는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두 손과 두 발이 자유로운 무인 운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운전자에게 자유를 부여해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변화한 자동차가 눈앞에 나타날 날을 기대해본다.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