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무한 담론, ACC
다양한 문화 활동의 본거지를 꿈꾸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아시아 국가 간 문화 교류를 통해 자료를 수집, 연구하고 문화 콘텐츠를 창작하고 제작해 그것을 전시나 공연 형태로 선보이는 복합 문화 예술 기관이다. 아시아 문화 융성의 거점으로 이제 막 한 발을 내딛은 ACC가 새해 들어 잘한 일 두 가지.
앨리스온 디렉터 유원준이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예술에서 시간과 공간의 문제에 대한 종합 토론을 이끌고 있다.
매개와 재매개의 문제에 대해 김현주 미디어 아티스트가 발표 중이다.
아시아의 문화 거점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25일 개관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지금껏 여러 화제를 불러왔다. 물론 그 안엔 크고 작은 소음도 있었지만, 지난 몇 달간 ACC가 박수를 받은 건 서울의 여느 미술관에선 보기 힘든 멋진 전시와 퍼포먼스 그리고 렉처 프로그램 덕분이다. 그럼 2016년을 맞은 ACC는 어떤 이슈로 새해의 포문을 열었을까? ?


ACC가 한국교육방송공사와 손잡고 진행할 예정인 지역별 무형문화유산 다큐멘터리의 자료 일부. 이 지역은 몽골이다.
다문화의 인터페이스
세계 속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ACC는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민주평화교류원의 5개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작가들의 창작력이 응집되어 뿜어져 나오는 곳은 문화창조원. 문화창조원이 여느 미술관의 전시 센터와 차별화되는 건 아시아 곳곳에서 모여든 각 분야의 문화 예술가가 랩(lab)을 기반으로 창작과 작품 제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레지던시 형태의 창제작센터 덕분이다. 센터 내 ACT스튜디오에 구비된 최신식 기자재를 이용해 문화 예술가들은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 인문학과 과학기술 등을 융합하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주제의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외 예술가, 예를 들면 시각예술가, 뉴미디어 예술가, 사운드 전문가, 공예가, 건축학자, 공학자,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분야를 막론한 창조자들이 모여 지식과 기술, 경험을 공유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지난 1월에는 ACT스튜디오에서 창제작센터 강연 프로그램 ‘ACT 렉처’를 마련,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와 예술’ 문제를 보다 대중적 시각으로 소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1월 15일, ACT스튜디오3에서 진행한 1차 렉처의 발제자는 앨리스온 디렉터 유원준. 그가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예술-시간과 공간’을 주제로 발제하고, 이어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과 김태윤(플랜비 멤버)이 자신의 작품에 나타난 시공간의 요소에 대해 분석했다. 일주일 뒤 열린 2차 렉처에서는 미디어 이론가 전혜현이 발제한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예술-매개와 재매개’를 주제로 미디어 아티스트 김현주와 사운드 아티스트 권병준이 기존 예술 작품에 나타난 매개의 요소들이 포스트 디지털 예술에서 어떻게 재매개되는지 작가들의 작품을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살폈다. 미디어 이론가와 초청된 아티스트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작품에 대해 솔직담백한 분석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본 관객은 급변하는 동시대 미디어 환경에서 시공간을 둘러싼 인식과 경험, 이것이 미디어 아트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손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며 아시아와 전 세계의 창조적 인재 간 지식과 기술, 경험의 교류를 촉진하는 다문화적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자처하는 문화창조원의 의의가 빛을 발한 시간이었다.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의 지역별 무형문화유산을 영상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아카이브의 완성은 인간의 상상력
아시아 최고의 아카이브를 지향하는 문화정보원을 산하에 둔 ACC는 예술을 기록하고 보전하며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한국교육방송공사,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와 손잡고 아시아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협업 작업을 추진키로 한 것만 봐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ACC는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한 첫 사업으로 올해부터 2017년까지 중앙아시아, 몽골 등을 포함한 5개국의 지역별 무형문화유산을 다큐멘터리 3편으로 제작, 방송하는 동시에 각국의 무형문화유산 기록물을 약 10편씩 제작해 보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상호 협력 배경은 이렇다. 고대 무역로인 실크로드가 지나는 중앙아시아는 구전 서사시가 풍부한 무형문화유산의 보고로 알려져 있지만, ‘알라키이스’와 ‘시르다크’ 같은 키르기스스탄의 전통 펠트 카펫 아트 등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긴급 보호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상황. 이에 ACC는 아시아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당초 취지에 따라 사라져가는 아시아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을 영상으로 남겨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추후 제작하는 콘텐츠는 국가별 영상 DVD 패키지로 묶어 홍보 및 교육용 콘텐츠로 활용하고,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과 사진 등을 담은 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 개관 학술 프로그램 워크숍에서 만난 한 큐레이터의 “아카이브의 부족한 부분은 인간의 노력과 상상력으로 채워진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프로젝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시간 | 화~일요일 10:00~18:00, 수요일 10:00~21:00, 토요일 10:00~19:00, 월요일 휴관
문의 | 1899-5566, www.acc.go.kr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