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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인 대화

LIFESTYLE

샤넬 코리아가 프리즈 서울과 함께 한국 현대미술가를 조명하는 ‘나우 & 넥스트’가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총 3개 영상 중 마지막 주인공인 박영숙 도예가, 양정욱 작가와 대화를 나눴다.

사진 제공 박영숙 스튜디오

 Now Artist 
PARK YOUNG SOOK

18세기 조선백자의 전통을 계승하는 달항아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온 박영숙 도예가. 40년 이상 백자를 빚으며 한국 도예 예술의 관습 안에서 다양한 재료, 형태, 규모, 소성 기법 등을 실험해왔다. 어린 시절 경주에서 ‘불국사의 아이’라 불릴 정도로 신라 유물과 유적을 적극적으로 탐구했던 작가는 1979년 경기도에 첫 도예 공방을 열었고, 이후 이우환 화백을 만나 지금까지 예술적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영국 여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자기”라며 극찬했고,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이 2012년 ‘최고 컬렉션’으로 선정한 그의 달항아리는 높이와 둘레가 모두 다르다. 높이가 60~80cm에 이르는 거대한 달항아리와 지름 1m가 넘는 대형 백자 접시 등이 대표작. 런던 대영박물관, 시애틀 아트 뮤지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 등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박영숙, Moon Jar, 도자기, 46x40cm, 2011.

박영숙∙이우환 협업, 무제, Porcelain, painted and glazed, dia. 88x6cm, 2023.

2023년 아트바젤 바젤 갤러리현대 갤러리즈 부스 ‘G13’ 전경.

달항아리와 백자 작업을 이어오셨는데, 급변하는 시대 첨단 기술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오롯이 손으로 흙의 물성을 매만져 독창적 형태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시는지.로 현재 작업 중인 현대적 달항아리가 탄생했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오롯이 흙과 불의 힘으로 작업하는 것은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미만은 아닙니다. 인간이 불을 쓰기 시작하며 생겨난 모든 것 중 토기부터 자기까지의 발전은 각 시대 최첨단 기술을 집대성한 결과였죠. 이 점을 기억하며 전통에 현대적 시각을 가미해 앞으로 100년, 200년이 지나도 모던함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나우 & 넥스트 시리즈를 통해 해갈된 궁금증, 혹은 새롭게 떠오른 화두가 있다면요? 양정욱 작가님과의 대화에서 새로운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죠.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세요. 전통적 소재를 이용해 더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꾸준히 실험하며 작업을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3월부터는 미국 덴버 미술관에서 달항아리 전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진 제공 갤러리현대

 Next Artist 
YANG JUNG UK

양정욱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얻은 영감을 서정적 텍스트와 키네틱 조형물로 표현한다. 아내·아버지·친구·야간 경비원·주차 안내원 등 주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며 느낀 감정과 생각을 모티브로 하나의 작은 스토리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설치 작업을 진행한다. 나무와 실, 모터와 전구 등을 활용해 제작한 그의 작품은 마치 생명을 가진 듯 반복해 움직인다. ‘서서 일하는 사람들’, ‘매번 잠들지 않고 배달되는 것들’, ‘대화의 풍경’ 등 제목부터 서사를 간직한 작품 시리즈가 대표작. 삶을 지탱하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을 돌아보게 하는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다양한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최근에는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2024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올라 전시에 참여 중이다.

양정욱, 대화의 풍경 #2: 저녁이 되면 말하는 것들, 혼합재료, 193(h)x870x197cm, 2018.

양정욱, 등산에서, 혼합재료, 170(h)x220x135cm(부분), 2019.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올해의 작가상 2024>전시 전경.

나우 & 넥스트 시리즈에 참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창작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습관이나 규칙 같은 개인의 일은 창작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죠. 이와 반대로 이미 규정되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환경도 있습니다. 통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창작이 이루어지면 그것은 공예 같은 작업이 되기도 하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라면 디자인에 가까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유무형의 것은 더 복잡해지고 있어요. 수많은 물건과 정보, 전에 없던 것과 달라진 것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힘을 잃게 만드는 듯해요. 이럴 때일수록 변하지 않을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움직이는 조각을 통해 일상의 순간과 이야기를 전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각자 삶에서 모두 특별합니다. 삶에는 이유가 없잖아요. 다만 그 속에서 무언가를 계속 시도해볼 뿐입니다. 저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왔거나, 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비록 대단한 일이 아닐지라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가 변화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이번 시리즈의 ‘나우’ 아티스트로 선정된 박영숙 작가님과 작업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셨을 텐데요. 아티스트로서 공통적 고민이나 공감대를 발견한 부분이 있나요? 창작자 입장에서 어쩌면 우리는 작품을 도구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각자 이야기와 지향점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또 실현하고 있으니까요. 작품이면서 탁자인 곳에서 차를 마시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특히 관심을 두고 있거나 흥미를 느끼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사람의 마음이 늘 흥미롭습니다. 마음은 모든 것을 움직입니다. 가만히 있던 사물이 좋아지기도 하고, 안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기도 하죠. 그들은 그대로지만 우리 마음이 그것을 변하게 합니다.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 출품한 신작처럼 관심 없던 텃밭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마음은 수시로 변하고, 저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합니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