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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같은 게임

ARTNOW

아트 피플에게 ‘예술’로 보이는 게임을 권해달라 했다.
생생한 그들의 추천 이유 속에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예술성의 기준이 떠오른다.

‘네버윈터 나이츠’의 한 장면.

Neverwinter Nights
바이오 웨어(Bio Ware)사의 2002년도 작품 ‘네버윈터 나이츠’를 떠올린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전에 싱글 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나리오 및 세계관을 창작해 서버에 올려 타인과 즐길 수 있도록 오로라 툴 세트(창작 도구)을 게임과 함께 유저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20년 이상 테이블 앞에 둘러앉아서 지인들과 즐겼던 스토리를 ‘네버윈터 나이츠’에 수록되어 있던 툴 세트를 사용해 비디오게임으로 재현할 수 있었죠. 예술에 있어서 관람객과 같은 관객이 창작자로 바뀔 수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저는 시각예술을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예술 언어를 통해 창작자와 관람객이 상호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작품이고, 여기서 소통은 작가에서 관람자에게 전파되는 단계뿐 아니라 관람객에게 전달된 메시지가 다시 관람자에 자유로운 표현, 혹은 재창작에 의해 작가나 사회에 피드백이 오는 단계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네버윈터 나이츠’는 제게 이상적인 예술 작품에 대한 정의와 가장 부합합니다. 이도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스매쉬 히트’는 스마트폰 앱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무료 게임이다.

Smash Hit
메디오크레(Mediocre)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스매쉬 히트’는 크리스털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공간을 쇠구슬로 부수며 진행하는 단순한 구성이에요. 그럼에도 이 게임을 예술적이라 보는 것은 2006년 작고한 작가 제러미 블레이크(Jeremy Blake)의 초기 영상 작업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은 그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화면이 진행됨에 따라 유저에게 모던 판타스마고리아(fantasmagoría, 주마등)를 제공합니다. 강정석 작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같은 게임 운용 방식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밴더스내치> 등 인터랙티브 영화라는 이름으로도 시도되어 화제가 되었다.

Detroit Become Human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스토리 중심의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입니다. 유저의 선택이 스토리와 결말에 영향을 끼치며, 기계가 인간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을 때 과연 휴머니티란 무엇이며, 테크놀로지와 인간과 사회가 어떤 식으로 관계해야 하는지 고찰하게 합니다. 예술은 기술, 인간, 사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해야 하는지 다양한 시선으로 보며 질문을 던지는 역할도 하기에 이 게임은 예술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김동욱(룸톤) 작가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세계관이 드러나는 한 장면.

Destiny Guardians
창작하는 입장에서나 소비하는 입장에서나 저는 게임이 ‘어떤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느냐는 내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상의 존재로 살아갈 이유가 얼마나 있는지를 결정하는 데 큰 요소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어떤 게임보다도 새롭고 섬세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게임으로는 색다르게 FPS 장르를 혼합했다는 점도 신선하지만, 더 훌륭한 건 태양계 각 행성과 그 행성에 존재하는 문명과 문화를 묘사하는 방식, 컨셉뿐 아니라 그래픽과 연출 수준입니다.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일을 균형감 있게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각 지형에 숨겨져 있는 섬세한 설정과 요소는 잘 짜놓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태 작가

고재욱 작가가 직접 꼽은 장면. 아마노 요시타카는 ‘뱀파이어 헌터 D’, ‘신조인간 캐산’, ‘개구리 왕눈이’, ‘프론트 미션’ 등을 만들었다.

Final Fantasy 6
시각적 완성도보다는 내용의 서사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게임을 고르는 편입니다. 저는 스퀘어(현 SQUARE·ENIX)사가 제작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 6편을 꼽겠습니다. 롤플레잉 게임으로, 열두 살 무렵인 1994년에 닌텐도의 슈퍼 패미콤, 즉 현대 슈퍼 컴보이로 처음 접했습니다. 워낙 유명해 영화화된 적도 있는 작품이죠. 한국에서 <독수리 오형제>로 알려진 ‘과학난자대 갓챠맨’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가 메인 캐릭터와 몬스터, 세계관을 디자인했습니다. 당시 ‘국민학생’이던 제가 이 게임 일러스트를 보게 된 것을 계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예술가를 꿈꿨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게임에서 느낀 감동은 또 다른 경험으로 다가오기에 예술 영역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고재욱 작가

북미권 특유의 일러스트 터치가 돋보이는 ‘레드 데드 리뎀프션 2’.

Red Dead Redemption 2
콘솔 게임 ‘레드 데드 리뎀프션 2’는 서부 시대의 사실적 묘사가 돋보입니다. 대자연 곳곳의 동식물뿐 아니라 당시 물건을 팔 때 어떤 식으로 과장 광고를 했는지까지도 묘사합니다. 미술사 논문을 쓰는 것만큼이나 깊은 조사로, 미국 역사의 한 챕터를 공부하는 느낌까지 듭니다. 1900년대 초, 배경 속 무법자가 “우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어”라며 고민하거나 부상당한 군인의 푸념 속에 우리를 떠올리며 전쟁이 사회에, 또 한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스스로 질문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시리즈에 나온 ‘스트라이킹 바이퍼스(Striking Vipers)’ 편을 본다면 더욱 와닿을 겁니다. 극 중 친한 친구인 두 남자가 게임에 빠지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는 내용인데요, 이 게임을 하면서 그 이야기 속 가정이 이해가 됐어요. 사람들도 머지않은 미래에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지현 OCI미술관 관장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