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의 일상에서, 알함브라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 알함브라(Alhambra)가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이했다. 1968년 롱 네크리스로 시작한 알함브라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50주년을 맞아 스스로 축하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알함브라의 여정을 따라가봤다.

1 매직 알함브라 이어링. 모티브 2개, 핑크 골드, 그레이 머더오브펄, 다이아몬드.
2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 모티브 20개, 옐로 골드, 라피스라줄리, 다이아몬드.
우리에게 요즘처럼 주얼리가 화두인 적이 있었나 싶다. 주얼리는 그간 옷과 가죽 액세서리로 대변되는 패션계에서 일종의 변방이었다. 같이 어울리기는 쉽지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 그 정도의 느낌과 역할을 자처했다. 점차 패셔니스타들은 패션을 완성하기 위해, 스타일에 품격을 더하기 위해서는 ‘잇 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주얼리’라는 것을 깨달았고, 일상에서 즐겨 착용하는 주얼리에 대한 호기심도 급속도로 높아졌다. 각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에서 ‘에브리데이 주얼리(everyday jewelry)’를 선보였고, 그중에서도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는 에브리데이 주얼리의 개념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보여준 컬렉션이다. 펜던트, 롱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이어링, 링, 워치에 이르는 컬렉션은 티셔츠와 청바지는 물론이고 우아한 슈트에도 안성맞춤이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 몰아닥친 알함브라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올해는 탄생 50주년을 맞아 더욱 활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기본 100년 정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 하이 주얼리 메종에서 50년의 역사가 의미하는바는 명백하다.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는 처음 소개한 1968년부터 기존의 하이 주얼리보다 일상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파리 라 부티크 컬렉션’으로 출시됐기 때문. 이는 당시 날로 높아지는 여성의 지위와 독립성을 반영한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이어 1977년에 선보인 ‘방돔 광장 22번가에 위치한 반클리프 아펠의 라 부티크에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주얼리를 만날 수 있다’는 광고는 알함브라의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문구다.
네잎클로버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의 알함브라 컬렉션은 롱 네크리스를 첫 제품으로 선보였는데, 크리스트 골드로 제작한 모티브 가장자리에 20개의 섬세한 골드 비즈를 장식해 출시하자마자 전 세계적 성공을 거두며 반클리프 아펠을 행운의 상징으로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알함브라는 전 세계 유명인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은 아이템으로도 유명하다. 1974년에는 프랑스 출신 가수 프랑수아즈 아르디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 2점을 착용하고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었으며, 당시의 유명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는 영화 <열정의 계단>에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를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아마도 가장 열렬한 애호가라면 모나코의 그레이스 왕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1970년대에 다양한 공식 및 비공식 석상에서 옐로 골드, 코럴, 라피스라 줄리 또는 말라카이트 소재의 알함브라 컬렉션을 번갈아 착용했다.

1971년 출시된 녹색 컬러 스톤의 네크리스와 1976년 출시된 붉은색의 코럴이 아름다운 네크리스.
알함브라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친근하면서 보편적인 디자인과 정교한 세공 기술 그리고 독창적인 스톤의 조화 덕분이다. 롱 네크리스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모델로 선보이는 빈티지 알함브라 롱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은 그레이 머더오브펄과 다이아몬드, 핑크 골드의 조화가 신선하다. 반클리프 아펠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채취한 그레이 머더오브펄만 사용해 그 품질이 탁월하다. 빈티지 알함브라 롱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은 오닉스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화이트 골드가 어우러진 제품도 같이 소개한다.
앞서 강조했듯 알함브라가 선풍적 인기를 끈 데에는 절묘한 색채의 조합도 한몫했다. 다채로운 색채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한정 수량 소개하는 특별한 4가지 모델은 컬러를 다루는 반클리프 아펠의 재능을 다시 확인시킨다. 롱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으로 출시하는 이 제품은 각각 옐로 골드와 라피스라줄리, 옐로 골드와 록 크리스털로 장식했다. 황철석이 포함된 강렬한 블루 컬러의 라피스라줄리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원통형 안장, 동물의 조각상 등 귀족을 위한 화려한 공예품 제작에 쓰이기도 했다. 록 크리스털은 실리카로 구성한 쿼츠, 그중에서도 무색 쿼츠를 의미하는데 은은한 우윳빛의 투명한 록 크리스털을 엄선해 사용했다.

과거 라 부티크 전경.
원석과 디자인을 갖췄다면 이제 장인의 ‘손’이 필요할 때. 저마다 전문 기술을 보유한 보석 세공사, 주얼러, 스톤 세팅 장인, 폴리싱 전문가가 힘을 합해 작품을 탄생시킨다. 메종이 스톤을 찾아내면 가장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도록 스톤을 커팅하고 골드를 녹여 비즈 세팅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한다. 섬세하게 세팅한 프롱으로 골드 케이스에 장식 모티브를 장착한 후, 폴리싱 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펜던트의 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15단계 이상의 공정을 거쳐 상징적 주얼리가 드디어 탄생하는 것이다.

알함브라 컬렉션은 섬세한 장인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다.
탄생 5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반클리프 아펠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캐주얼한 파티를 열었다. 에디터는 영사의 저택(Consul’s House)에 초대되어 새로운 컬렉션과 장인들의 시연을 볼 수 있었고, 같은 날 저녁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건축 1001’에 선정된 엘 바디 궁전(El Badi Palace)에서 열린 디너에서는 격식 없이 자연스럽게 알함브라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특히 이번 행사를 위해 사진작가 발레리 블랭, 애니메이션 디렉터 듀오 부르쿠 & 제프리, 일러스트레이터 줄리 조지프, 사진작가인 소니아 시에프와 데이미언 폭스가 알함브라를 모티브로 협업한 작품도 둘러볼 수 있었다. 엄숙한 형식이나 치장 없이 모든 것이 편안하고 정갈한 행사는 알함브라가 일상에서 친구 같은 주얼리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친밀하고 소중한 자리였다.

With Nicolas Bos, President and CEO of Van Cleef & Arpels
나콜라 보스는 숫자와 매출을 말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받는 영감, 디자인 그리고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를 만날수록 마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같은 그의 성향이 반클리프 아펠을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하이 주얼리 메종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확신이 든다.
알함브라는 메종의 아이콘 같은 제품입니다. 아이콘이 된다는 의미는 무엇이며,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습니까? 아이콘이나 상징적 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알함브라 역시 ‘오늘 아이콘을 만들어야지’ 해서 태어난 제품이 아닙니다. 알함브라 컬렉션은 1950년대 혹은 그 이전에 시작된 ‘데이웨어 주얼리’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점차 독립적이고 활동적인 생활을 즐기는 여성이 늘어났고, 언제나 착용할 수 있는 하이 주얼리와 파인 주얼리 컨셉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패션계는 특히 오트 쿠튀르에서 레디투웨어로 변화하는 특별한 기류에 편승해 있었죠. 이 시기는 하이 주얼리를 특별한 순간에만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삶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아이템으로 여기게 된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때 출시된 알함브라가 그 흐름을 입증한 거죠. 아이콘이 되기 위한 특별한 요건 중 하나는…. 디자인은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함브라를 대표하는 모티브는 서양에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이며, 아랍의 건축과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꽃과 자연을 추상적 형태의 패턴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니까요.

3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 모티브 20개, 옐로 골드, 록 크리스털, 다이아몬드.
4 빈티지 알함브라 브레이슬릿. 모티브 5개, 화이트 골드, 오닉스, 다이아몬드.
이번 한정판 제품에 쓰인 스톤을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라피스라줄리는 알함브라 컬렉션 초기에 사용한 젬스톤이고,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쉽게 발견할 수 없던 것입니다. 이런 부분이 선정 이유에 한몫했습니다. 그레이 머더오브펄은 당시 사람들은 잘 모르는 스톤이었습니다. 그 안에 그린과 퍼플, 핑크 컬러까지 다채로운 색조와 뉘앙스를 품고 절제된 품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록 크리스털은 수집가를 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가공하긴 쉽지 않지만 극도로 투명하고 맑아 제가 좋아하는 스톤입니다.
제품의 디자인을 결정할 때 당신만의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타당성을 첫 번째로 꼽습니다. 아름답지만 반클리프 아펠답지 않게 너무 기하학적이거나 다른 브랜드의 작품과 비교할 때 진부해 보이는 것은 선택하지 않습니다. 즉 반클리프 아펠의 표현 방식에 부합하는 동시에 과거를 답습하지 않은 독창성이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새로운 해석과 조합을 시도했다면 흥미를 유발하고 울림을 전달할 수 있는지, 착용하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키는지 같은 상황도 고려합니다.
기존 알함브라 컬렉션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 계획이 있습니까? 현존하는 제품 외에 더 이상의 확장은 없을 겁니다. 모티브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컬렉션과 디자인은 유지될 것이며, 알함브라 원형의 가치를 그대로 지켜낼 예정입니다. 획기적 전략보다는 컬렉션 고유의 특성을 지키고 전통적 형태를 유지하는 방식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 초대된 프레스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편하게 이벤트를 즐기셨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일상적 기념행사입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브랜드가 마라케시에서 받은 영감을 확인하고 당시의 분위기를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이윤정(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반클리프 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