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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섬마을을 찾다

ARTNOW

일본 세토 내해에 그림처럼 들어앉은 예술의 섬 나오시마와 이누지마 그리고 데지마. 예술로 인해 새 생명을 얻은 이 세 섬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예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일본 혼슈와 시코쿠 사이에는 드넓은 바다, 세토(瀨戶) 내해가 있다. 그 큰 두 섬을 잇는 바다에 3000개가 넘는 작은 섬이 하늘의 별처럼 흩뿌려져 있는데, 그 눈부신 풍광 덕분에 바다 전체가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그 세토 내해에 유유히 떠 있는 수천 개의 섬 중 하나다. 몇 년 전부터 ‘현대미술의 성지’로 떠오르며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까지 많은 이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세토 내해 동쪽에 위치한 나오시마의 과거는 사실 어둡다.
1990년대 초반까지 철과 구리 제련소가 있던 나오시마는 제련 시 뿜어 나오는 유독가스가 주변의 자연환경을 황폐하게 만들었고, 결국 많은 주민이 고향을 버리고 그곳을 떠나야 했다. 누구보다 일본의 근대화에 공헌했지만 동시에 그 책임을 떠안고 외로이 버려진 셈. 그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교육 출판 기업 베네세(Benesse) 그룹의 창업자 후쿠다케 데쓰히코 전 회장이 “나오시마를 어린이 교육 문화를 위한 캠프장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고, 그의 아들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1987년 나오시마의 남부 지역을 사들이면서 안도 다다오와 함께 지금의 나오시마를 구상했다. 현재 ㈜베네세홀딩스 이사장이자 나오시마 미술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후쿠다케 소이치로는 1988년 나오시마 문화촌 건설을 발표하며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오시마뿐 아니라 2008년에는 세토 내해의 또 다른 섬 이누지마를, 그리고 2010년에는 데지마를 제2, 제3의 예술 섬으로 조성하며 버려진 땅을 예술이 어떻게 소생시킬 수 있는지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오시마 근처의 데지마 또한 버려진 섬이었으나 지역 주민과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또 다른 예술섬으로 탄생시켰다.

나오시마항에서 지추미술관 근처로 가는 해변 도로에서 발견한 조각품

세토 내해의 상징, 나오시마
버려진 땅을 독창적 아이디어와 흥미로운 예술 작품으로 뒤덮어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을 향하게 한 나오시마. 영국의 관광 잡지 <트래블러(Traveler)>에서 ‘꼭 가봐야 할 세계의 7대 명소’ 중 한 곳으로 소개한 이 섬의 명소는 크게 베네세 하우스, 지추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안도 뮤지엄, 그리고 상설 아트 전시관인 ‘이에 프로젝트’ 등을 꼽을 수 있다. 다섯 곳 모두 고유의 특성이 있지만 불변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소장품이 본래 그곳에 있던 것이 아니라 나오시마라는 섬에서 영감을 받고, 그 지형과 환경에 맞춰 작가들이 새롭게 만든 작품이라는 것. 한마디로 ‘사이트 스퍼시픽 워크’, 즉 ‘장소 특정적 작품’이다.

낡고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나오시마의 목욕탕. 일본 작가 오타케 신로가 손수 디자인했다.

베네세 하우스 카페테리아에서 맛본 도시락

베네세 하우스 근처 해변에서 발견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세 개의 층으로 설계되어 있다.

나오시마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로 손꼽히는 베네세 하우스는 호텔과 박물관의 성격을 아우른 건물로 이곳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고 박물관만 관람할 수도 있는데, 베네세 하우스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단연 숙박을 권한다. 하지만 방의 수가 적어 수개월 전부터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이곳에 머물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은 안도 다다오가 섬의 남쪽 언덕에서 세토 내해를 조망할 수 있도록 건물의 창을 대부분 통창으로 설계한 덕분에 어디에서든 외부의 자연에 시선을 둘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특히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외관에는 히로시 스기모토의 ‘Time Exposed’ 시리즈가 일렬로 걸려 있는데, 눈앞에 펼쳐진 세토 내해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맛이 아주 특별하다. 뮤지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개 층으로 꾸몄다. 빛의 마술사 댄 플래빈의 ‘Project 1963-95’, 오타케 신로의 ‘Shipyard Works Bow with Hole’, 샘 프랜시스의 ‘Blue’, 사이 톰블리의 ‘무제 I’, 잭슨 폴록의 ‘Black and White Polyptych’, 조너선 브롭스키의 ‘Teher Chattering Men’뿐 아니라 베네세 하우스의 레스토랑에서 앤디 워홀의 ‘플라워’,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Affresco-5(Orange)’와 ‘Affresco-5(Blue)’ 등 마스터피스를 상설전으로 늘 만날 수있 다는 점도 방문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특혜다. 베네세 하우스 주변에 설치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 작품은 꼭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작품(붉은 호박은 미야노우라 항구에 설치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선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다른 나라에서는 여간해선 보기 힘든 설치 작품이다.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지추미술관

지추 미술관에서는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우환 미술관에서 마주한 작품 ‘관계항’

베네세 하우스를 둘러봤다면 이제 지추 미술관을 방문할 차례. 베네세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지추 미술관도 안도 다다오의 손길을 거쳤다. 그 때문에 작품과 함께 건축 감상 역시 빠뜨려선 안 되는 곳이다. “건축이란 새로운 아이디어와 주어진 환경 사이의 대립에서 비롯된다”고 늘 주장하는 안도 다다오는 지추 미술관도 콘크리트와 철, 유리, 나무 등 서로 상충되는 4가지 재료를 사용해 구조적 느낌의 건물을 완성했다. 지추 미술관에서는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이렇게 세 작가만 만날 수 있다. 이 작가들의 작품만 염두에 두고 설계한 미술관이다 보니 건물과 작품의 조화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장식화로 대표되는 모네의 ‘수련’ 시리즈, 월터 드 마리아가 직경 2.2m의 구체와 27개의 나뭇조각을 이용해 설치한 거대 설치작품, 미국의 대표적 미니멀리즘 작가 제임스 터렐이 초기부터 현재까지 대표적 시리즈 가운데 직접 선택한 세 작품이 관람객이 그것을 체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특히 월터 드 마리아 전시실 입구는 동쪽으로 나 있어 일출에서 일몰까지 작품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때로는 한 명의 화가가 한 도시의 이미지를 바꿔놓는다”는 말을 절감하게 되는 이우환 미술관도 지추 미술관 근처에 있다.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은 1992년 베네세 하우스, 이에 프로젝트 그리고 지추 미술관을 만든 후 2010년 6월에 이우환 미술관을 개관했다. 나오시마의 세 번째 미술관이자 한 작가를 위한 첫 번째 미술관이다. 그 때문에 자연을 상징하는 돌과 인공적인 것을 상징하는 철판, 그 둘의 관계에 평생을 천착하며 예술가로서 고민을 작품에 담아내는 이우환 작가의 진면목을 이곳에서 발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연환경과 이우환의 거대한 조각 작품이 어울려 뿜어내는 오라뿐 아니라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이 이우환 작가를 대하는 진심이 미술관 곳곳에서 느껴진다.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은 2007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된 이우환 작가의 개인전을 보고 반해 그에게 미술관 건립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한 이우환 작가는 이를 허락했고, 안도 다다오와 함께 미술관을 구상하며 “바다의 완만한 골짜기를 따라 걸어가다 땅속으로 들어가는 자연 지형을 이용해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이우환 미술관의 전시실 이름도 ‘치유의 방’, ‘그림자의 방’, ‘침묵의 방’ 등 명상을 연상시키는 제목이 많다. ‘관계항-신호’, ‘관계항-침묵, ‘관계항-돌의 그림자’, ‘관계항-대화’ 등의 힘 있는 조각 작품과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대화’ 등 이우환을 대표하는 회화 작품이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하나의 접점을 이루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이라 부르는 이유는 멋들어진 미술관들 때문만은 아니다. 나오시마가 전 세계 어느 곳과도 차별화되는 건 다름 아닌 옛 가옥을 아트 하우스로 개조한 이에 프로젝트 때문.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이 1992년 베네세 하우스를 건립한 뒤 1998년에 시작한 두 번째 프로젝트로 100년이 넘은 오래된 집과 창고들이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옛 일본 사람이 영위하던 생활양식이나 전통, 미의식을 가옥 주변에서 온전히 찾아볼 수 있는데, 여섯 채의 가옥 모두 각각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미야지마 다쓰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가도야’, 센주 히로시의 작품이 놓인 ‘이시바시’, 오타케 신로의 네온 작품이 인상적인 ‘하이샤’ 가옥도 독특하지만 이에 프로젝트의 꽃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설치한 ‘미나미데라’다. 신사를 개조한 곳으로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암흑 세계가 관람객을 맞는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미로같이 좁은 복도를 지나야 하는데, 완벽한 암흑 속에서 앞뒤 사람을 의지해 걸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 어둠이 선사하는 불안감에 익숙해질 즈음 눈앞에 펼쳐지는 제임스 터렐의 빛의 향연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이에 프로젝트 근처에는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의 또 다른 주인공 안도 다다오의 뮤지엄이 있다. 이름하여 안도 뮤지엄. 운 좋게도 우연히 들른 그곳에서 안도 다다오를 만날 수 있었는데, 마침 젊은이들을 위한 강연이 있는 날이라 뮤지엄을 찾았다고 했다. 강연을 듣기 위해 일본 각지에서 나오시마를 찾은 학생들의 열의에, 그리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미술관에서 1시간 넘게 서서 에너지 넘치는 강연을 펼친 안도 다다오의 열정에 관광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인구 400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섬 나오시마에서는 이렇듯 우연과 필연이 만나 순간의 감동과 기쁨이 탄생한다. 그런데 주민과 예술가 그리고 기업이 뜻을 모아 과거에 영화를 누린 옛 섬마을의 부활을 꿈꾸는 건 나오시마만이 아니다.

이누지마의 이에 프로젝트

이누지마를 대표하는 이 곳은 옛 구리 제련소가 있던 자리로 현재는 세이렌쇼 미술관이 자리한다.

이누지마를 대표하는 이 곳은 옛 구리 제련소가 있던 자리로 현재는 세이렌쇼 미술관이 자리한다.

이누지마 이에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성된 장소특정적 예술작품들

버려진 땅에서 새로운 생명의 땅으로, 이누지마와 데지마
나오시마의 아트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면서 인근의 두 섬, 이누지마와 데지마도 예술의 섬으로 거듭났다. 이누지마에서는 이에 프로젝트와 세이렌쇼 미술관이 볼거리. 항구에 도착하면 매표소를 만날 수 있는데, 두 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한다. 티켓을 받아 정해진 동선을 따라가면 5분도 채 되지 않아 세이렌쇼 미술관이 나타난다. 이누지마를 대표하는 이곳은 옛 구리 제련소가 있던 자리다. 한창 구리 산업이 성장하다 쇠퇴기를 맞은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서인지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쓸쓸하면서 운치 있는 분위기를 풍긴다. 기존에 있던 굴뚝과 벽돌, 태양을 이용한 자연 에너지를 환경에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건축으로 승화한 세이렌쇼 미술관에는 야나기 유키노리의 ‘지구 갤러리’와 ‘히어로 건전지’, 그리고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살던 집의 창호를 옮겨놓은 설치 작품이 놓여 있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직 자연만이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을 무너뜨리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것. 세이렌쇼 미술관을 나와 산책하듯 천천히 거닐다 보면 가옥 사이로 툭툭 현대미술 작품과 갤러리가 등장한다. 바로 이누지마 이에 프로젝트다. 2010년에 기획 전시를 위해 3개의 갤러리 ‘F 아트 하우스’, ‘S 아트 하우스’, ‘I 아트 하우스’를 만든 후 2013년 다시 2개의 갤러리 ‘A 아트 하우스’, ‘C 아 트 하우스’를 추가해 5명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거대한 유기체를 연상시키는 나와 고헤이의 ‘Biota’, 평화로운 꽃밭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하루카 고진의 ‘Reflectwo’와 투명 아크릴에 갇힌 수많은 물방울 앞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는 ‘Contact Lens’ 등의 작품이 이누지마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울려 소박하고 검소한 멋을 자아낸다.

데지마 미술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노항에서 페리를 타고 데지마로 들어가야 한다. 우노항 앞에 설치된 대형 조각

우주선 모양의 데지마 미술관은 기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물방울의 향연은 관객들에게 명상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이누지마와 함께 나오시마의 뒤를 잇는 세토 내해의 작은 섬 데지마는 1980년대에 한 기업이 엄청난 양의 산업폐기물을 불법으로 버리면서 알려진 곳으로 후쿠다케 소이치로 이사장이 이곳을 제3의 나오시마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는 중이다. 데지마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2010년에 지은 데지마 미술관이다.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 설계로 2010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낮은 돔 형태의 이 건물은 내부에 기둥이 없는 것이 특징. 데지마 미술관은 전시실이 단 하나다. 미술관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작품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상상하면 된다. 미술관 천장 부분이 뚫려 있어 햇빛과 바람, 비와 눈이 그대로 전시장 바닥에 아무런 방해 없이 와 닿는다. 그렇다면 이곳에 놓인 작품은 무엇일까? 바로 일본의 여성 아티스트 나이토 레이가 실제 물방울을 이용한 작품 ‘모형’이다. 바닥에 군데군데 물방울이 모여 있는데 바람에 물방울이 또르르 구르기도 하고, 이 물방울과 저 물방울이 모였다 헤어지면서 크고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관람객은 많은데 누구 하나 말을 하는 사람이 없고 소리를 내는 사람도 없다. 모두들 물방울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데지마의 바람과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노래를 명상하듯 감상할 뿐이다.
한적한 바닷가 끝자락에 위치한 심장 소리 아카이브도 데지마에서 만날 수 있는 뜻밖의 공간이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고 프랑스의 설치미술 작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가 작품을 설치한 이 작은 미술관에서는 전 세계인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본래 신사였던 이곳은 불에 그을린 삼나무 판자로 만든 건물로 3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곳곳에서 녹음한 사람들의 심장 소리(한국인도 388명 포함되었다고 한다)를 컴퓨터로 검색해 들어볼 수 있는 첫 번째 방, 관람객이 자신의 심장 소리와 개인적 메시지를 녹음할 수 있는 두 번째 방, 심장 소리를 표현한 설치 작품이 놓여 있는 세 번째 방. 세 번째 방에서는 두 번째 방에서 녹음한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볼탕스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는 기분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심장 소리를 녹음한 뒤 고유 번호와 함께 사인을 남길 수 있는데, 관람객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방명록 또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더 이상 버려진 땅, 쓸모없는 땅이 아니라 아름다운 예술의 섬으로 거듭난 나오시마와 이누지마, 데지마.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작품은 몇 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슴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다. 작고 오래된 섬마을이 예술과 만났을 때 만들어내는 상상 이상의 아름다움, 당신도 느꼈으면 좋겠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김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