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다
이제 막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차 4대의 첫맛.


MERCEDES-BENZ GLS
메르세데스-벤츠에 S라는 단어는 특별하다. S클래스를 생각해보라. 자사 라인업의 최고봉, 현존하는 어떤 차보다도 특별하다는 자부심, 벤츠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술로 무장했다는 자신감이 S라는 단어에 깃들어 있다. GLS 역시 그런 생각으로 똘똘 뭉친 차다. 7인승 대형 SUV답게 길이 5m, 너비는 2m가 넘는다. 위압적이기까지 한 크기와 디자인이지만 중간중간 붙인 크롬 소재로 젊은 감성을 적당히 불어넣었다. 벤츠의 가장 큰 모델답게 운전도 적당히 무게감이 느껴진다. 재미보다는 안정감에 집중한 세팅이다. 당연하다. 이만한 크기의 SUV로 드리프트를 할 건 아니니까. S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오프로드 기능이 포함된 총 6가지 다이내믹 셀렉트 기능, ADS를 장착한 에어 서스펜션, 반자율 주행이 가능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까지. 한 가지 아쉬운 건 인테리어다. 풀 체인지 모델이 아니라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보니 인테리어가 어쩔 수 없이 구식이다. 그것만 빼면 더 이상 흠잡을 데 없다. GLS와 GLE 쿠페에 이어 곧 발매될 GLC 쿠페까지 가세하면 벤츠의 SUV 라인업에는 빈틈이 없다. 가뜩이나 높은 상품성에 완벽한 라인업까지. 메르세데스-벤츠는 점점 무결점 브랜드가 돼가고 있다. 글 이기원

현대 그랜저 IG
핫 스탬핑, 구조용 접착제, 플랫폼 지오메트리.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선보이며 이런 어려운 단어를 쏟아냈다. 다소 심오해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그동안 현대차를 끈질기게 괴롭혀 온 주행 안전성을 개선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는 예상한 결과였다. ‘본질로부터’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건 쏘나타(LF) 이후 현대가 내놓는 신차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그간 비난의 대상이던 두루뭉술한 움직임을 말끔하게 걷어내기 시작했다. 신형 그랜저에도 이런 변화가 스몄다. 가고 서고 도는 느낌이 이전보다 한결 뚜렷해졌다. 그런데 그 변화의 폭이 예상치를 웃돈다. 이젠 렉서스, 아우디 등의 전륜구동 고급 세단만큼이나 믿음직스럽다. 물론 운전 감각만이 아니다. 모든 부분을 고급차의 잣대에 맞췄다. 특히 디자인이 눈부시다. 균형 잡힌 비율과 힘찬 선 덕분에 한층 날렵하고 견고한 느낌이다. 디테일과 소재 가공 역시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심지어 버튼 표면과 시트 쿠션까지 섬세하게 다듬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내수용으로 못 박았다. 동시에 북미에서는 그랜저를 대체할 전용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면 북미에서 신형 그랜저는 제네시스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렉서스 ES가 일본에서는 토요타 윈덤으로 팔린 것처럼. 어쩌면 신형 그랜저는 고급차로 개발했지만, 고급차 브랜드의 엠블럼을 달지 않은 최초의 모델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글 류민(<자동차생활> 기자)

ASTON MARTIN DB11
DB9이 DB11으로 거듭났다. 약 11년 만의 세대교체인 만큼 변화 폭은 굉장히 크다. GT 스포츠카의 색채가 짙은 이전 모델과 달리 슈퍼 스포츠카의 느낌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제 경쟁자처럼 선을 남발하거나 면을 지나치게 비틀진 않았다. 그저 완벽한 비율에 집중한 후, 애스턴마틴 고유의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을 뿐이다. 매끈한 디자인에 대한 고집은 차체 전반에 걸쳐 녹아 있다. 자동차 산업 역사상 가장 큰 원피스 알루미늄 보닛과 트렁크 리드 안쪽의 가상 스포일러가 대표적이다. 실내 역시 한층 화려하다. 디지털 계기반과 레이서 타입의 스티어링 휠로 젊은 분위기를 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각종 전자 장비로 편의성도 높였다. 물론 스티치를 곁들인 야들야들한 가죽과 두툼한 알루미늄 패널 등 애스턴마틴 고유의 장인정신은 여전하다. 엔진은 신형 V12 5.2리터 바이터보다. 배기량을 0.8리터 줄였지만 출력은 83마력 높아졌다. 가속은 시종일관 힘차다. 마치 자연흡기 엔진 같다. 핸들링도 한결 빠듯하다. 엔진과 스티어링을 옥좼지만 운전 감각은 훨씬 편안하다. 한계까지 몰아붙여도 절대로 거칠어지지 않는다. DB11은 완벽에 대한 집착으로 점철되어 있다. 디자인, 플랫폼, 전자 장비, 파워 트레인 등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하지만 DB11이 진정 위대한 이유는 경쟁자들을 의식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색을 고집했다는 데에 있다. DB11은 이탈리아 경쟁자처럼 과장하지 않고, 독일 경쟁자처럼 느슨하지도 않다. 애스턴마틴은 이제 독일 차와 다름없는 벤틀리나 볼륨 브랜드를 꿈꾸는 재규어와 달리, 제대로 된 영국식 GT 스포츠카를 선보일 수있는 유일한 브랜드다. 글 류민(<자동차생활> 기자)

LINCOLN CONTINENTAL
닛산에는 인피니티가, 토요타에는 렉서스가 있다. 같은 이치로 포드에는 링컨이 있다. 하지만 여타 브랜드와 달리 포드와 링컨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차별화가 쉽지 않았다. 링컨이 포드와의 단절은 물론, 고급차로서 지위를 굳히고 싶어 하는 차가 바로 컨티넨탈이다. 프리미엄 세단으로서 위용을 과시하기 위한 흔적은 곳곳에 묻어난다. 기존 엠블럼을 재해석한 그릴, 일자형 LED 테일램프 등은 링컨 고유의 스타일을 멋스럽게 드러낸다. 여기에 ‘고급스럽다’고 느낄 만한 요소를 많이 더했다. e-래치 도어는 버튼을 가볍게 터치하는 동작만으로 차 문을 쉽게 여닫을 수 있는 기능. 스마트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차량에 접근하면 이를 감지해 앞문 양쪽 바닥의 링컨 로고를 비춘다. 스코틀랜드에서 링컨만을 위해 직접 제작한 고급 가죽을 적용한 시트는 어떤가. 이 모든 지점이 목표하는 바는 하나다. 운전자에게 프리미엄 세단을 타는 기분을 확실히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링컨이 의도한 바는 충분히 느껴진다. 프리미엄이 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문제는 이 체급에 훌륭한 경쟁자가 즐비하다는 것이다. 링컨 컨티넨탈의 가격은 82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 가격이면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를 함께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결정은 각자의 몫이지만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차를 선택할 것인가, 자신만의 개성으로 무장한 차를 선택할 것인가. 분명 컨티넨탈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글 이기원
그랜저 IG는 가고 서고 도는 느낌이 이전보다 한결 뚜렷해졌다. 그런데 그 변화의 폭이 예상치를 웃돈다. 이젠 렉서스, 아우디 등의 전륜구동 고급 세단만큼이나 믿음직스럽다. 물론 운전 감각만이 아니다. 모든 부분을 고급차의 잣대에 맞췄다.
에디터 이기원(lkw@noblesse.com)